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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사기꾼 공화국'이다.

그런데 도대체 누가 이 자랑스러운 나라를 '사기꾼 공화국'으로 만들었는가. 대통령들이다. 우리 한국의 정치지도자들은 빼어난 거짓말 챔피언이다. 약속 뒤집기의 명수들인 것이다. 해방 이후 한국정치사는 거짓말로 점철된 쓰라린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러하니 대한민국을 '사기꾼 공화국'이라 불러도 그 누가 나무랄 수 있겠는가.

몇 몇 소소한 사례만 짚어보자. 우선 우리의 초대 대통령이었던, 소위 '국부' 이승만은 6·25 전쟁 발발 시, 서울시민들을 향해 목청껏 '수도 사수!'를 외쳤다. 그러나 그가 일찌감치 서울을 표표히 빠져나간 사실을 안 시민들은 깊은 배신감을 곱씹지 않으면 안 되었다.

박정희는 또 어땠는가. 5·16 군사 쿠데타 직후, 그는 "언제라도 참신하고 양심적인 정치인에게 정권을 이양할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얼마 후 눈물까지 글썽이며 "다시는 이 땅에 나같이 불행한 군인이 나와서는 안 된다"며 스스로 장렬하게 정권을 낚아챘다. 요컨대 그는 '불행한 군인 정치인'이 되었던 것이다. 1969년의 3선 개헌도 물론 과거의 약속을 뒤집어엎은 것이다. "절대로" 개헌하지 않겠다더니, "절대로" 해치우고야 말았다.

그에 뒤질새라 우리의 전두환 장군도 팔을 걷어붙였다. 그 역시 1979년의 12·12 쿠데타 이후, "군부는 정치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먹을 불끈 쥐며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이윽고 '정치에 개입하지 않는' 대통령이 되고 말았으니, 정치가 얼마나 엉망으로 굴러갔겠는가. 또 1988년 11월 백담사로 떠나면서는 자신의 전 재산 139억 원을 국가에 헌납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검찰은 1995년 비자금 수사 결과, "전 대통령이 7000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했으며, 퇴임 시 1500억 원이 남아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다가 1997년 법원으로부터 2204억 원을 추징 당했으나, 그동안 그 14% 정도인 314억 원만 납부한 상태다. 그 와중에 판사가 "왜 추징금을 내지 않느냐"고 추궁하자, 전두환은 "내 전 재산이 29만 원뿐"이라고 고백해, 자신의 일편단심 사기술로 다시 한 번 전 국민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했다. 물론 노태우 전 대통령과 우리의 '문민' 김영삼씨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의 호탕하고 창의적인 '사기꾼' 기질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구 해군기지 건설현장.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구 해군기지 건설현장.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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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단연 최고봉이다. 남다르게 호탕할 뿐만 아니라 빼어나게 창의적이기까지 하다. 가히 독보적인 존재다. 심지어는 다음과 같은 'MB 이력서'와 '명언록'까지 만들어져 애지중지 시중에 유통될 정도다.

김용민은 <MB 똥꾸 하이킥>이라는 책 속에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25쪽 및 46쪽).

MB씨 이력서 → 이름 ; 명박 / 생각 ; 천박 / 철학 ; 척박 / 언행 ; 경박 / 외모 ; 호박 / 인심 ; 야박 / 취미 ; 구박 / 특기 ; 윽박 / 의리 ; 깜박 / 공무원 ; 타박 / 기관장 ; 압박 / 서민 ; 핍박 / 사업 ; 피박 / 투기 ; 대박 / 범죄 ; 해박 / 경제 ; 쪽박 / 정치 ; 도박 / 구속 ; 임박 / 전망 ; 희박 / 성금 ; 협박 / 탄핵 ; 촉박
MB씨의 명언록 → 내 삽질에 불가능이란 없다. / 나는 삽질한다. 고로 존재한다. / 내일 세상이 망할지라도 나는 오늘 4대강을 파헤치겠다. / 네 삽을 알라. / 삽질은 성공의 어머니 / 발 없는 삽이 천리를 파헤친다. / 로마에 가면 로마의 삽질을 따르라. / 삽 없이도 살 사람. / 네 이웃의 삽을 탐하지 말라. / 왼쪽 손이 삽질하는 것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

하지만 역시 MB는 뛰어나다. 선배 대통령들에 비해 사기의 대상을 자연의 영역으로까지 확장했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탁월성을 자랑한다.

예컨대 최병성 목사 같은 이는, 4대강 사업이 "단군 이래 최대의 대국민 사기극"이라 단정한다. 이런 의미에서 4대강 사업은 이 '사기꾼 공화국'의 외연을 무한대로 확장하는 민족사적 '위업'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과거, 현재, 미래에 걸쳐 우리 한국인의 모든 유형의 삶을 죽음의 골짜기로 이끌 위험성이 농후한 사업이다. 오죽 했으면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 : 4대강, 토건국가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이라는 으스스한 제목까지 붙인 책이 출현했겠는가.

바로 이 책에서 저자는 "4대강 사업은 대한민국 역사 이래 최대의 국책사업"임에도, "일제 침탈 40여 년의 국토훼손보다 더 큰 파괴의 재앙"으로 기록되리라 단언하며, 4대강 사업이 "'국토 개조'가 아니라, 대한민국 역사이래 최대의 '환경재앙'"일 수밖에 없다고 단호하게 선포한다(12쪽/210쪽).

참담하다. 하지만 거부하기 힘들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다. 태평스레 또 하나를 추가하고 있다. 구럼비 바위 폭파다. 종교계에서는 '태초에 하나님이 창조한 자연을 영영 복원할 수 없다'고 절규하며, '제주 구럼비 발파'를 한목소리로 규탄하고 있다. 천지창조 이래 쌓이고 쌓여온 자연의 위대함과 또 그를 기리며 인간의 정성이 빚어낸 고귀한 고고학적 가치가 눈 깜짝할 사이의 경박한 손가락 놀림 하나로 영원히 사라져 버린다.

영원히 복구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게다가 <뉴스타파>는 이곳이 해군 군항으로도 문제점이 많다는 탁월한 분석 결과를 보도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구럼비와 더불어 지역사회의 공동체적 결속과 생명과 평화와 민주주의의 소중한 가치까지 동시에 폭파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단군 이래 처음 터지는 일'들이 꼬리를 문다. 태안 기름유출사건, 숭례문 화재사건, 광우병 파동, 용산참사, 전직 대통령의 투신자살 사건, 천안함 및 연평도 사건, 구제역으로 인한 가축 살처분 등 재앙이 줄을 이었다. 사람이 죽고, 동물이 죽고, 자연환경이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이 세상을 버리고 있다. 온통 야만뿐이다. 그렇다면 우리 후손들에게 과연 누가 책임질 것인가. 그래도 우리 국민뿐이다.

곧 총선이다. 그리고 대선이다. 선거를 통해 이 야만을 자행한 정치권에 단호히 책임을 묻지 않으면 안 된다. 국민은 치욕을 모른다. 항상 승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고래로부터 '민심'이 '천심'이라고 했겠는가. 우리 국민의 위대함만이 구럼비 바위와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박호성님은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입니다.



태그:#구럼비, #강정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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