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다운 농구를 보여주고 싶어요."

전태풍의 마지막 바람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전주 KCC는 지난 12일 열린 6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울산 모비스에게 66-79로 졌다. 세 경기를 내리 내주며 플레이오프에서 물러났다. 

과거 TG(현재 동부)시절 우승 경험이 있는 KCC 자밀 왓킨스 보다 준우승만 3번 맛 본 모비스 테렌스 레더의 집중력이 더 강했다. 둘의 11cm 신장 차(왓킨스 211cm 레더 200cm)를 레더가 '열망'으로 극복했다. 6강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레더는 평균 26.3득점 11.7리바운드를 올렸고 왓킨스는 10.3득점 9리바운드에 그쳤다.

 전주 KCC 하승진

전주 KCC 하승진 ⓒ KBL

왓킨스 카드는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전태풍이 빠진 KCC에서 더블 포스트 위력은 반감됐다. KCC는 코트밸런스가 깨졌다. 상대와 경기 흐름에 따라 스피드한 팀으로 변모하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장점이 확실한 반면 단점도 뚜렷한 모습을 보였다. 모비스는 KCC의 단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허재 감독은 과거보다 많이 부드러운 남자가 됐다. 무조건 큰 소리를 내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대표팀 감독까지 하며 1년 내내 쉬지 못해 지쳤는지, 다그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깨달음이 있었는지는 모른다. 다만, 허재 감독의 선수시절을 생각하며 경기를 보면 얼마나 답답했을까 싶다. 

올 시즌을 앞두고 허재 감독은 대표팀에 모든 걸 쏟아 부었다. 사실상 KCC의 비시즌 준비를 직접 진두지휘 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 중반 에릭 도슨을 영입하고 선수들이 지쳐있을 때 2군에 있던 호동규를 깜짝 활용한 것과 같은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이는 당연한 결과다. 허재 감독이 이런 상황에서 KCC를 4위까지 올린 것은 높이 사야 할 부분이다. 

유재학, 전창진(KT) 감독과 비교해 허재 감독은 선수 덕을 많이 봤다는 소리를 들어왔다. 하지만 잘하는 선수들을 이끌고 정상에 오르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게 쉽다면 스타군단이라 불리는 스포츠계 여러 팀들은 모두 우승을 차지해야 한다. 그러나 스타군단도 삐걱대는 경우는 수도 없이 벌어진다. 

허재 감독와 KCC의 7년째 만남은 변화의 기로에 섰다. 이제 전태풍은 팀을 떠난다. 하승진은 공익근무요원으로 2년간 자리를 비운다. 팀의 기둥 센터와 살림꾼 포인트가드가 동시에 빠진다. 추승균은 은퇴설이 나오고 있고 임재현 강은식 유병재 이동준은 FA 자격을 얻는다. 정민수는 상무에 입대지원서를 냈다.

 KCC 허재 감독(왼쪽)

KCC 허재 감독(왼쪽) ⓒ KBL

다음 시즌 KCC는 절대적으로 모든 선수들의 기량발전이 필요하다. 신명호는 슈팅력을 높여야 한다. 신명호는 KBL 최고 수비수다. 하지만 슈팅력이 떨어진다. 현재 반쪽짜리 선수에 불과하다. 이를 보완하지 않으면 상대가 아예 슛 쏘게 놔둬버리는 상황이 되풀이 된다. 동네 농구에서도 상대가 내게 "쟤 버려"라고 하면 얼마나 굴욕적인지 농구하는 사람들 모두 알고 있다. 

김태홍의 성장도 관건이다. 첫 시즌을 맞은 정민수(9순위) 김태홍(12순위)이 올 시즌 기대이상으로 해줬지만, 플레이오프에서는 경험부족을 확실히 드러냈다. 정민수가 상무로 갈 경우 김태홍이 더욱 중용될 수 있다. 2012 드래프트에서 뽑은 장민국과 노승준도 제몫을 해야 한다. 

'전통의 명가' '슬로우스타터' KCC에게 진짜 위기가 찾아왔다. KCC가 이를 잘 극복해 하승진을 넓은 마음으로 반길지, 오매불망 기다릴지 두 갈래 길에 서있다. KCC는 당장 FA선수 영입 전략과 비시즌 효율적인 준비를 구상할 일만 남았다. 허재 감독과 KCC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시점이 왔다. 

허재 감독에게는 찬스라고 볼 수도 있다. 이번 위기를 잘 넘기면 '개성 강한 선수들을 하나로 묶는 카리스마'에 '전술로 부족함을 이겨내는 감독'이라는 이력을 추가할 수 있다.

허재 감독과 KCC의 진짜 동거가 시작됐다.

덧붙이는 글 http://blog.naver.com/komsy
허재 KCC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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