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잘 지내셨죠. '병든 차인표'가 진행하는 '음악도시'입니다."

1997년 매일 밤 10시면 라디오에서 울려 퍼지던 가수 유희열의 목소리를 그 시절 젊은이들은 기억하고 있다. '어린 왕자'라 불리며 수많은 소녀 팬들을 몰고 다니던 가수 이승환, 대학가요제 출신 그룹'전람회', '춘천 가는 기차'의 김현철이 그 프로에 자주 나왔었지.

그로부터 십 몇 년이 흐른 최근, 뜬금없이 유희열이 검색어 1위에 올랐다. 뭔가 싶어 봤더니 그가 진행하는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했던 유머 때문이더만. 인터넷에서 자신의 이름을 치면 성인 인증이 뜬다나 뭐라나. 그래, 인증하고 들어갔더니 '그녀는 희열에 들떠서...'이런 식의 내용이 죽 나오더라며 배를 잡고 웃었다지?

 29일 KBS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015B와 윤종신이 함께 출연했다. 윤종신은 1990년 015B의 객원보컬로 데뷔했으며 지난달 발매한 015B의 신보 '20th Century Boys'의 '1월부터 6월까지'의 보컬로 참여했다.

작년 여름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했던 015B와 윤종신 ⓒ KBS


<나는 가수다>에서 다시 이름을 알린 조규찬처럼, 그도 유재하가요제 수상자란 말씀! '달빛의 노래'란 꽤 감성적이고 소년 풍의 노랠 불렀는데, '노래 참 못한다'하면서도 이어폰 꽂곤 테이프가 늘어지게 들었었다.

90년대 후반에는 직접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서 삽화집 '익숙한 그 집 앞'도 펴낸 만능 엔터테이너 유희열. 게다가 그 외모, 너무 멋졌어. 대학가요제 심사위원으로 나왔을 때 두근두근 하던 소녀들, 난리도 아니었잖아. <최화정의 파워타임>에 나와선 최화정 놀려먹느라 방송이 지글거리게도 했고.

그런데 그 장난꾸러기가 실은 가수 집안 출신인 건 다들 잘 모르더군. 80년대 활동한 미남 가수 김형용이 친척형이라며 자기 라디오에서 얘기했는데, 그 형이 부른 '미워 미워 정말 미워'란 가사가 들어간 곡, 그게 유희열이 중2때 작곡한 곡이란다.

이후 고3 입시 몇 달 전에 작곡과를 결심하곤 어느 교수께 재능을 검증받으러 갔단다. '스케일을 한번 쳐보거라', 피아노 앞에 앉은 그에게 떨어진 명령에 '스케일? 막 쾅쾅 치면 되는 건가?', 무식이 용감이라더니 '부서져라' 아무 곡이나 두들긴 그 용기로 몇 달 뒤 서울대 작곡과에 합격했다고.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 100회 녹화를 앞두고 미니인터뷰를 진행한 유희열

작년 <유희열의 스케치북> 100회 녹화를 앞두고 진행한 미니인터뷰 당시 유희열 ⓒ KBS


부모의 이혼으로 어머니, 형이랑 살았기에 가족애가 가장 소중하다던 청년, 평소 노무현 대통령 존경한다더니, 이후 분향소에서 허전한 옆모습을 줄곧 뉴스 카메라가 잡게 만들고, 아이 아빠된 지금은 점점 넓어져 가는 이마로 곧 대머리 될까 걱정하게도 만드네.

20대 때는 병 든 차인표, 30대 까진 설치미술가 백남준의 젊은 시절과 닮았다고 자랑하더니 이젠 농구 선수 한기범 닮아간다고 낄낄대고 난리야!

요즘 어린 팬들은 자신을 원로 개그맨으로 안다며 한숨쉬던데...그룹 '토이'의 가수, 라디오 진행자, 지금의 티비 프로 진행자도 좋다만, 이젠 작곡가 유희열로 다시 한 번 전성기를 맞아주길.

유희열 토이 차인표 유재하 한기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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