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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조 진실화해위 위원장
 이영조 진실화해위 위원장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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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새누리당 서울 강남을 총선후보로 공천받은 이영조 후보(현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가 지난 2009년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진실화해위) 위원장 시절에 배포를 중단시킨 영문홍보책자에는 번역상 오류가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1 민사단독(판사 정연택)이 지난해 이화여대 통역번역연구소(소장 이유희)에 감정을 의뢰한 결과, 이영조 후보가 배포를 중단시킨 진실화해위 영문홍보책자 <진실과 화해>(Truth and Reconciliation)에는 '번역상 오류'가 거의 없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영조 후보 쪽은 "영문홍보책자에는 문법의 오류, 구문상의 오류뿐만 아니라 번역상의 오류가 수도 없이 발견되고 있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진실화해위 영문홍보책자 <진실과 화해>의 번역자인 김성수씨 등 3명은 지난 2010년 5월 이영조 후보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현재 1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이대 통번역연구소 감정 결과 "번역상 오류나 왜곡 찾아볼 수 없다"

법원의 감정 의뢰를 받은 이화여대 통역번역연구소는 "대한민국 정부기관에서 발간된 서적으로 외국에 배포될 수 없는 정도에 해당되는지"를 꼼꼼하게 검토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재판부에 감정결과를 서면으로 제출했다.  

이대 통역번역연구소의 감정서. 이영조 후보쪽에서 문제삼았던 부분의 번역에 오류나 왜곡은 없었다고 판단했다.
 이대 통역번역연구소의 감정서. 이영조 후보쪽에서 문제삼았던 부분의 번역에 오류나 왜곡은 없었다고 판단했다.
ⓒ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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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는 먼저 "감정은 이화여대 통역번역연구소 소속 번역사, 통역번역대학원 소속 전임교원 2명이 공동으로 실시해 영어권 국가의 원어민 교원, 관련분야 학위 소지자, 해당분야 실무자 등 공신력있는 전문가의 의견을 취합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이영조 후보가 문제삼은 10쪽을 대상으로 문법적 오류가 있는지를 살폈다. 그 결과 "어순, 어조, 단어선택 등에 있어 개선의 여지가 있는 부분도 있지만, 번역자의 성향 및 견해 차이에 기인하는 문제들로 전체적인 의미에 영향을 주지는 않고" "그 외의 기본적인 문법적 오류들은 거의 찾아볼 없"었다. "영어문장의 가독성은 번역 텍스트로서 준수한 편"이라는 평가도 덧붙였다. 

이어 연구소는 감정대상인 10쪽에서 "원래 우리말 취지와는 전혀 다른 의미를 담고 있는지" 즉 왜곡해서 번역한 내용이 있는지를 검토했고, "왜곡된 내용을 찾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소는 "해당 책자의 한국어본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 관계로 과거사위 국문 홈페이지 및 그 외 관련된 정부기관 및 정부 산하 위원회의 자료를 토대로 살펴본 결과 이들 자료에 기술된 정보(사건내용, 날짜, 기관명 등등)와 어긋나거나 왜곡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감정결과를 토대로 연구소는 "영어문장의 수준이나 내용의 정확성에 있어서 중대한 오류나 왜곡을 찾아볼 수 없었고, 현재 배포, 통용되고 있는 각종 정부기관 발간 영문자료에 비교하여 평균 이상 수준의 영문책자로 판단된다"고 결론내렸다.

2010년 1월 "영문홍보책자, 낯부끄러워서 못 내놔요"

이영조 후보가 지난 2009년 12월 진실화해위 위원장에 취임한 직후 영문홍보책자의 배포를 중단시킨 것과 관련해 "좌파정권 흔적 지우기"라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하지만 이 후보는 "문법, 구문상의 오류, 어색한 부분이 많았다"(2010년 3월, <주간동아> 인터뷰)며  배포중단의 핵심 이유로 '번역상의 오류'를 들었다.

이는 지난 2010년 1월 27일 진실화해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진실화해위 직장협의회'와 이 후보의 간담회에서도 확인된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영문책자의 번역상 오류가 많아서 외국에 배포하기 낯부끄러운 수준"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임채도 직장협의회 위원장 "영문책자는 어떻게 됩니까? 배포가 현재 중단된 상태입니까? 어떻게 된 겁니까?"
이영조 위원장 "솔직히 제가 부끄러워서 배포 중지시킨 거예요. 자꾸 영어는 문제없다고 하는데 영어 안 보고 내용만 보면 내용 들어있으니까 오케이 할 수 있겠죠. 그렇지만 우리 기관에서 낯부끄러워서 못 내놔요. 그리고 그것을 내가 고칠 시간이 충분했는데도 안 했다, 이런 이야기도 나오는데 그게 내 일이 아니에요.

그렇기 때문에 처음에 왔을 때 너무 일이 많다, 이것은 너무나 손 댈 것이 많기 때문에 몇 장만 예로 고쳐서 (안병욱) 위원장님한테 갔어요. '이것은 이렇게 내면 창피합니다' 그런데 그때 위원장님 칠레인가 남미에 가셨을 때예요. 그래서 위원장님께서 코리아저널에 있는 에디터를 만나봐라, 이런 이야기를 해서, 그래서 해서 그냥 낸 거예요.

나는 끝까지 반대했어요. 이런 식으로 내면 이건 우리 낯깎입니다. 우리 진실화해위가 국제적으로 낯깎이니까 내지 말자고 한 거예요. 그리고 내가 당시 상임위원으로 협조라인에 있는데 뭘, 나는 한 게 하나도 없어요. 무슨 명예훼손으로 소송이에요, 소송만 하라고 해요. 그러면 아주 내칠 테니까. 내가 이야기한 것도 아닌데 그것을 자기들이 자가발전해서 자꾸 쓰잖아요. 왜 대응 안한 줄 알아요? 대응만 하면 그거 가지고 또 기사 써요. 말도 안되는 거 하기 때문에 내버려두는 거예요."

임채도 "문법상의 문제입니까, 내용상의 문제입니까?"
이영조 "내용상의 문제라고 한 적 한 번도 없어요. 그런 적 없고 문법상의 오류, 구문상의 오류, 아주 어색한 표현..."

'번역 문제 없다'는 감정이 나왔어도 "번역오류 수없이 발견" 주장

이영조 진실위 위원장이 배포 중단을 지시한 영문책자 <진실과 화해> 표지.
 이영조 진실위 위원장이 배포 중단을 지시한 영문책자 <진실과 화해> 표지.
ⓒ 진실과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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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후보는 지난해 11월 이화여대 통역번역연구소에서 "번역상의 오류가 거의 없다"고 판단한 감정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뒤에도 기존 주장을 고수했다. 이 후보쪽은 지난 1월에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국가기관의 하나인 과거사위원회가 외국정부, 언론, 단체 등을 상대로 하는 홍보용 책자이기 때문에 수준높은 영어 번역이 요구되고 있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책에는 문법의 오류, 구문상의 오류뿐만 아니라 번역상의 오류가 수도 없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피고(이영조)가 국가기관의 홍보용 책자에 번역상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수정하려는 조치는 지극히 정당한 조치일 뿐만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할 것입니다."

이 후보는 11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법원에 번역상 오류를 지적한 (A4) 13장을 보냈다"며 "현재 재판이 진행중이기 때문에 법원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좌파정권 흔적을 지우기 위해 영문책자를 중단시킨 것이 아니다"라며 "번역상 오류가 책자 배포를 중단시킨 이유 중 하나"라고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태그:#이영조, #진실화해위, #이대 통역번역연구소, #영문책자 배포 중단, #김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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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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