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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9일 새누리당은 전 진실화해위원회(이하 진실위)에서 위원장을 지냈던 이영조씨를 강남을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로 공천했다. 그러나 기자는 이러한 이영조씨의 공천을 새누리당이 철회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2010년 5월, 이영조 당시 진실위 위원장은 진실위 3주년 활동을 담은 영문책자를 "영어가 엉터리"라는 이유로 배포 금지시켰다. 당시 이 책자를 번역한 필자는 동시통역사, 미국인 감수자 등과 함께 이영조씨를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소했고, 지금도 그 소송이 진행중이다. 관련기사 : <내가 이영조 진실위 위원장을 고소한 이유>

제주 4.3폭동? 광주 5.18 민중반란?

이영조 진실화해위 위원장
 이영조 진실화해위 위원장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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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조 전 위원장이 배포를 금지시킨 진실위 영문책자에는 국문보고서에 실려 있지 않은 글이 한 편 수록돼 있다. 안병욱 위원장이 직접 쓴 '한국 과거사정리의 역사적 배경' 이란 글이다.

여기에서 안병욱 전 위원장은 일제강점기와 군부독재정권 등 '억압의 현대사'를 서술하면서 민주화운동을 적극적으로 평가했는데, 이는 건국과 산업화 등 이른바 권위주의 독재정권의 정당성을 변호해 온 뉴라이트 시각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이영조씨는 진실위 위원장인 공무원으로 재직 할 당시인 2010년 11월 5일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한국 과거사 정리의 성과와 의의'라는 주제로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관련기사 : "제주 4.3폭동-광주 5.18은 민중반란" 이영조 진실위원장의 기막힌 역사인식)

해방 후 당시 한국 최초의 진실위라 할 수 있는 이승만 정권하 반민특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는 국회에 의해 1948년 10월부터 친일반민족행위자들에 대한 조사를 시작으로 의욕적인 활동을 벌였다. 그러나 친일파와 결탁한 이승만 정부의 방해, 친일세력의 특위위원 암살 음모, 친일경찰의 대습격, 백범 김구의 암살 등으로 발족 1년만인 1949년 10월에 비극적으로 해체됐다. 그러나 이 반민특위의 와해과정을 당시 진실위 위원장인 이영조씨는 영문발표문에서 이렇게 묘사했다. 

"반민특위가 와해된 것이 이승만과 부역자(친일)들이 공모, 모의한 결과라고 보는 학자들 및 활동가들도 있다. 그러나 이승만이 평생 독립운동 지도자로 살아왔다는 점과 철두철미한 반일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 그리고 친일 부역자들에 대해 개인적으로 경멸하고 있었다는 점 등을 미루어볼 때, 이승만이 반민특위의 활동 승인을 거부한 것은 어떤 공모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국가기반 건설의 필요성 때문이었다고 판단된다. 이승만으로서는 반한(反韓) 행위 숙청보다 국가기반을 닦고 공산주의로부터 국가를 지켜내는 것이 더 시급한 일이었을 것이다."

이 같은 평가는 이영조씨가 위원장으로서 배포금지를 시킨 진실위 영문책자에 있는 안병욱 전 진실위 위원장의 다음 글과 대조된다.

"이승만 정부는 위원회(반민특위) 활동을 방해하였고 끝내 해체하고 말았다. 그로 인해 일제 침략에 협조하였던 인사들은 처벌받기보다는 이승만 정권뿐만이 아니라 그 후 군사정권하에서도 권력을 가지고 큰 영향을 행사했다. 이승만 정부의 실체는 자주적인 국가라는, 한국민이 염원하고 기대했던 모습과는 너무나 판이했다."

안병욱 전 위원장은 이승만 정부가 "자주적인 국가라는, 한국민이 염원하고 기대했던 모습과는 너무나 판이했다"고 평가를 내린 반면, 이영조씨는 반민특위 와해사건을 이승만의 "국가기반 건설의 필요성 때문"으로 평가했다.

이영조씨는 위의 2010년 11월 5일 미국에서 열린 국제심포지엄에서 "제주 4·3은 공산주의 세력이 주도한 폭동"으로 그리고 "광주 5·18은 민중반란"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진실과 화해를 추구하는 진실위의 위원장 또는 공무원이라는 직책으로 그것도 국제심포지엄에서 제주 4·3항쟁을 "공산주의 세력이 주도한 폭동"이라고 하는 것은 제주도민에 대한 심각한 모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또한, 이영조씨는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서도 피해자에 대한 모욕적인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이영조씨는 '광주민주화운동'을 "광주에서 발생한 민중반란(a popular revolt)"이라고 썼다. 이 '민중반란'이라는 표현은 당시 학살자 전두환이나 신군부를 지지하는 일부 극우파 들만이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다.

진실 왜곡 이영조, 결격사유 충분하다

이영조 진실위 위원장이 배포 중단을 지시한 영문책자 <진실과 화해> 표지.
 이영조 진실위 위원장이 배포 중단을 지시한 영문책자 <진실과 화해> 표지.
ⓒ 진실과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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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 위원장은 진실화해위 상임위원 시절 이 책자 발간 작업에 참여했다. 이 위원장은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영어 실력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책자의 영어 표현에 문제가 있다면, 번역 오류를 찾아내 고칠 수 있는 능력과 권한이 충분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그는 위원장이 되고서야 갑자기 책자를 배포 중지했다. 이런 결정이 이뤄진 '진짜 이유'를 물었지만, 진실화해위(이영조씨) 측은 "궁금한 게 많겠지만,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대답을 반복했다. 책자에서 어떤 부분이 '번역 오류'에 해당하는지, 만약 '번역 오류'만이 문제라면 책자에 실린 글의 기조에 대해 위원장이 동의한다는 것인지, '번역 오류'가 있고 그게 바로잡힌다면 책자를 다시 배포할 것인지, 위원장(이영조씨)은 왜 상임위원 시절에는 '번역 오류'를 지적하지 않았는지 등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대답이 없었다." (진실화해위, 진실을 감추다 - 프레시안 / 2010-01-26)

물론 민주사회에서 학자들은 역사에 대해 자유스럽게 해석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학자의 과거사실에 대한 해석은 자유다, 그러나 당시 이영조씨는 개인 또는 학자 자격으로 위 글을 국제심포지엄에서 발표한 것이 아니다. 그는 국민들 혈세로 운영되는 과거사정리 기관의 공식수장인 공무원 신분으로 이 글을 쓰고 세계인들에게 발표한 것이다. 그럼에도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쓰는 표현을 존중하지 않고 피해자 보다는 가해자 입장을 정당화시켜 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사회적 약자와 피해자를 배려해 주어야 할 공직자로서 자격에 돌이킬 수 없는 결격사유가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영조씨가 한국현대사에 대해 가해자 입장의 시각을 보인 것은 물론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0년 7월 23일 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전국유족회는 성명서를 통해 "전임 안병욱 위원장은 '미군의 폭격이 필요했다 해도 민간인 희생의 조처도 없이 폭격한 것은 국제인도법과 전쟁 법을 위반했기에 미국은 그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고 밝힌 반면, 현 이영조 위원장은 '군사 작전상 긴박한 필요 여부가 판단기준이 되었기 때문에 고의성, 불법성이 입증되지 않아 미군 폭격은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지 않느냐'는 태도이다. 만에 하나 이영조 위원장의 부모와 온 가족이 미군 폭격에 의해 몰살당했다면 그런 한가한 소리가 나올 법이나 하겠는가"라고 지적한 바 있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나는 이영조씨가 자행한 진실위 금서사건을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중대한 문제라고 인식한다. MBC와 KBS 등 방송3사 언론인들이 권력의 간섭과 통제로부터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파업중인 요즘 내 마음은 상당히 무겁다. 자유민주사회에서는 좌우보혁과 무관하게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영조씨의 진실위 영문책자 금서조치와 광주민주화운동과 제주4.3항쟁을 피해자 보다는 가해자 입장에서 정당화 해주는 그의 세계관은 약자에 대한 배려가 중요시 되는 민주사회의 가치와 어울리지도 않을 뿐더러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중시되는 자유민주사회의 원칙과도 크게 어긋난다고 생각한다.

이영조씨는 돈, 권력, 부, 영향력 등이 나와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러나 그의 막강한 힘과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그가 나보다 없는 것이 최소한 하나는 있다. 그것은 바로 진실이다. 그리고 진실의 덕목이 결여 된 사람을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되는 것을 나는 반대한다. 그리고 이것이 내가 이영조씨의 강남을 공천을 반대하는 이유다.


태그:#이영조, #김성수, #강남공천, #제주폭동, #광주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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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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