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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KBS, YTN, 연합뉴스, 부산일보, 국민일보, 서울신문…파업이 진행 중이거나 파업을 앞두고 있는 언론사들의 명단이다. 우리 언론이 처한 위기가 그만큼 깊고 무겁다는 반증이다. 언론의 위기는 제도언론의 위기에 그치지 않는다. 과거 독재정권 하에서 민주화 운동의 구심점이었던 대학언론은 이제 학교의 탄압과 총학생회와의 갈등, 학생들의 무관심 속에서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3회에 걸쳐 대학언론의 현주소와 탄압의 역사를 짚어보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 말> [편집자말]
성균관대학교 교내에 <성대신문> 1520 결호사태의 경위를 설명하는 대자보가 붙어 있다.
 성균관대학교 교내에 <성대신문> 1520 결호사태의 경위를 설명하는 대자보가 붙어 있다.
ⓒ 김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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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우리가 다니는 대학이 지금 무슨 일을 하는지 제대로 알 수도 없고, 당연히 학교가 하는 일에 대해 비판할 자유 또한 갖지 못하고 있다. 이런 토양에서 학생들이 자신들이 받을 교육을 구성할 권리, 즉 '학생자치'는 점점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

최근 성균관대에 붙은 대자보의 한 대목이다. 학내언론의 위기다. 돌이켜 보면 학내언론의 위기를 말하는 목소리는 늘 있어왔다. 민주화 이후 학내언론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 돼버렸고 학생들 또한 무관심하다.

그러나 우리는 다시 학내언론의 위기를 말한다. 학내언론의 위기가 단지 학내언론의 위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학의 위기, 대학 교육의 위기이기 때문이다. 지금 여기, 학내언론의 위기를 보여주는 몇 개의 사례가 있다.

[사례①-성균관대] "주간이 반값등록금 기사를 광고 등으로 대체"

58년 역사를 자랑하는 <성대신문>(주간: 김통원 교수)은 최근 홍역을 앓고 있다. 주간교수(주간)와의 마찰 때문에 개강호가 발행되지 못한 초유의 사태를 맞은 것이다. <성대신문> 기자단은 6일 홈페이지를 통해 "5일 발간 예정이었던 1520호가 주간의 결호 선언으로 인해 발행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성대신문> 기자단은 주간이 '류승완 박사 관련 기사'를 문제 삼으면서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류 박사는 학교의 강의 박탈에 맞서 1인 시위를 하던 중 "학교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교직원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해 폭행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성대신문>은 학교 측 반론과 함께 이를 보도하려 했으나 주간은 "졸업식 방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학교 측이 폭행을 했을 리가 없다"며 기사화를 한 달 뒤로 미룰 것을 제안했다. 기자단은 이에 반발했으나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한 채 주간은 결호를 선언했다"고 말했다.

이에 기자단은 "(주간이) 이번뿐만 아니라 그간 ▲ 반값등록금 기사 ▲ 비정규교수노조 분회장 인터뷰 기사 등을 다른 기사나 광고로 대체했다"며 불신임을 선언하고, 주간이 교체될 때까지 발행을 잠정 중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학생회와 동아리 등도 <성대신문>을 지지하고 나섰다. 사회과학대 학생회, 총여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사회과학대 학회 TATA, 인사캠 중앙동아리 노동문제연구회 등은 '학내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대학당국을 규탄한다!'는 대자보를 붙이고 <성대신문> 지지를 표명했다.

노동문제연구회의 손기열(23)씨는 "이번 사건은 주간이 편집에 간섭하고 기사를 삭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대중적으로 알렸다"며 "학보가 학내의 비판적 여론을 전달하는 역할을 했어야 하는데 그게 봉쇄돼 있었던 상황임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기자는 학교측 의견을 듣기 위해 3월 7일 연구실을 찾았다. 주간을 만났지만 그는 "할 말은 많은데 지금은 말하지 않겠다"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사례②-외대] "학보는 학생 신문이 아니라 학교 신문"

한국외국어대학교 교내에 <외대학보> 자체수거 사태의 전말을 알리는 사과문이 붙어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교내에 <외대학보> 자체수거 사태의 전말을 알리는 사과문이 붙어 있다.
ⓒ 김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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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외대학보> 또한 비슷한 이유로 작은 소동을 벌였다. 11월 7일에 발행됐어야 할 944호가 한 주 늦게 나오고, 16일에 나온 학보도 자체수거한 것이다.

<외대학보>는 사과문을 통해 "학교 측이 특정 기사(서울배움터 4대요구안 수용)을 문제 삼으며 발행이 늦춰졌다"면서 "발행이 늦춰지면서 시의성이 떨어지는 기사를 교체했으나 기사는 기자들의 의도와는 다르게 수정되어 있었다, 이에 자체 전량수거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당시 서울캠퍼스와 용인캠퍼스는 본·분교 통폐합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서울캠퍼스는 비상총회를 열어 본·분교 통폐합을 반대한 반면, 용인캠퍼스는 비상총회에서 본·분교 통폐합을 촉구했다. 그러나 학교는 이런 상황을 보도하기를 원치 않았다. 당시 <외대학보> 기자였던 김혜정(21)씨는 "학교가 학보의 편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서울, 용인캠퍼스와 학교 측 이렇게 삼자가 협상을 하는데 기사도 각각 세면을 내려고 했다. 그런데 또 학교도 협상의 한 주체였는데 학교가 회의에 참여한 것을 숨기려 기사에서 학교 관계자 인터뷰를 실은 한 면기사를 뺐다. 그러면서 발행도 늦어졌고."

이런 상황은 학교가 <외대학보>를 사실상 사전 검열하는 구조에서 발생했다. 2010년 편집장이었던 이혜영(24)씨는 그 구조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신문 배포 전, 처장단 회의에 주간교수가 학보를 갖고 들어가요. 그런데 여기에는 편집장이나 학보기자는 못 들어가거든요. 학보가 배제된 상태에서 총장, 주간교수, 보직교수 등이 어떤 기사를 빼고 키우고 줄일지 논의를 하고, 거기서 일방적으로 결정된 대로 내용을 바꾸는 거죠."

학교가 <외대학보>의 편집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에 지난해 <외대학보> 주간을 맡았던 서정민 교수는 지난 2일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학보는 학교 신문"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학보의 최대독자는 동문인데 학생들은 학생들 일만 주로 담고자 하니 시각의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학교는 당시 협상에 참관만 했고 학생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이라며 "(신문 발행 전)학교에서 게재할 필요가 있는 글을 가급적 반영하려고 일종의 리스트를 준다"고 인정했다.

[사례③-대구대·배재대] 학내 신문 '인터넷'으로 바꿔버린 학교들

배재대 학보사는 전자신문 전환 관련 설문조사지를 학우들에게 돌렸고 그 결과를 배재신문 1면에 기재했다
▲ 전자신문 전환 관련 설문조사지와 배재신문 배재대 학보사는 전자신문 전환 관련 설문조사지를 학우들에게 돌렸고 그 결과를 배재신문 1면에 기재했다
ⓒ 강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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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구대에서는 학내언론인 <대구대 신문>의 인쇄비 삭감문제로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 대구대는 교내신문의 인쇄비까지 삭감하고 종이신문을 인터넷 신문으로 전환하려 했다. 일부에서 "등록금을 인하하더니 돈 아끼려고 인쇄비를 삭감한다, 학내언론이 탄압받고 있다"고 비난했고, 결국 학교측은 두 형태를 병행하기로 했다. 대신 종이신문은 주간지에서 격주간지로 바뀌었다.

배재대 또한 지난해 2학기부터 전자신문을 발간하고 있다. 1년에 총 14번의 학보가 발간되는데 그 중 3월 첫 번째 학보와 11월 마지막 학보를 제외한 나머지 12번의 학보가 전자신문의 형태로 발행될 예정이다. 학우들은 학보 홈페이지를 통해, 그리고 메일로 학보를 받아볼 수 있다. 대구대가 학보를 전자신문으로 전환하려고 했던 이유가 '등록금' 때문이었다면 배재대가 전자신문으로 전환한 이유는 '교수님이 말씀하시는 사회의 흐름' 때문이다.

지난 2월 29일 배재대를 찾았다. 마침 학보사 기자들이 입학식에 참석한 새내기들에게 <배재신문>을 나눠주고 있었다. 학보의 1면 헤드라인 뉴스는 "종이, 전자신문 읽는 비율 확연히 달라"였다. 내용인즉슨 '전자신문 형태로 바뀐 학보를 학우들이 잘 읽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배재대 전 편집국장 오정인씨는 바뀐 학교 분위기부터 설명했다. "지난해 부임한 총장님께서 'smart배재'를 슬로건으로 걸었다, 교직원에게 아이패드를 지급하고 문서결재도 전자결재로 전환했다"며 "이런 분위기에 주간 교수님도 전자신문으로 바꾸자는 주장을 해왔다"고 말했다.

정문을 들어서자 제일 먼저 '21세기관'이 눈에 띈다. 학보의 전자신문으로 전환도 21세기의 사회적 흐름?
 정문을 들어서자 제일 먼저 '21세기관'이 눈에 띈다. 학보의 전자신문으로 전환도 21세기의 사회적 흐름?
ⓒ 강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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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전환과정이다. 지난해 여름방학부터 주간은 은근슬쩍 '전자신문' 이야기를 꺼냈다. 학보사 기자들은 반발했다. 오씨는 "설문조사까지 해서 교수님께 기자와 학우가 (종이신문을) 원하고 있다고 말씀드렸고 기사화해서 신문에 내보내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간은 "결정된 게 아니다"고 안심시켜놓고 8월 말, 갑작스럽게 '전자신문으로의 전환'을 통보했다.

"이렇게 (통보받고) 갑자기 바뀌게 될 줄 알았더라면 뭐라도 동원을 해서 반대의견을 강하게 전달했을 거예요. 교수님은 지금 당장 결정된 게 아니라고 계속 말씀하셨거든요. 학보사를 퇴임하고 졸업하신 선배들도 그게 말이 되냐고 반발하고 있죠."

결국 지난해 2학기부터 전자신문이 발간되고 있다. 그러나 학보사의 설문조사 결과처럼 학우들은 '전자신문'을 읽지 않는다. 국어국문과 백아무개(24)씨는 "전환된 줄 몰랐다"며 "아무래도 신문은 직접 들고 읽어야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스페인어과 이아무개(24)씨는 "작년 가을부터 하도 안 나와서 망한 줄 알았다"며 "홈페이지를 찾아가기도 번거롭고 학보에 매번 게재되던 퀴즈도 풀고 싶은데 왜 그렇게 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아쉬워했다.

이와 관련 <배재신문> 주간 김우승 교수는 13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기자들이 반발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완전하게 전자신문으로 전환하지 않고 개강호와 종강호 신문을 종이신문으로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종이신문을 원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묻자 주간은 "어떤 제도든 간에 과도기가 있기 마련"이라며 "처음에는 안 보겠지만, 대신 충성도 있는 독자들이 생길 것이고 결국 전자신문을 찾아볼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전자신문 전환과 등록금과는 관련이 없다고 답했다.

덧붙이는 글 | 강혜란·김경훈 기자는 오마이뉴스 15기 인턴입니다.



태그:#학내언론, #성대신문, #외대학보, #대구대신문, #배제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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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15기 인턴기자. 2015.4~2018.9 금속노조 활동가. 2019.12~한겨레출판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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