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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로 내려간 친구는 쇠사슬을 몸에 묶어서라도 화약운반을 조금이라도 늦추길 바랐다.
 제주로 내려간 친구는 쇠사슬을 몸에 묶어서라도 화약운반을 조금이라도 늦추길 바랐다.
ⓒ @ye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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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평화운동을 하는 친구가 제주에 내려갔다. 1시간이라도, 1분이라도 제주 강정의 구럼비 폭파를 늦춰야하겠다는 결심이었다. 폭탄 운반을 저지하기 위해 강정천 입구에 세워놓은 차량들 중 가장 앞 차의 바퀴에 쇠사슬로 자신의 몸을 묶었다. 다른 3명의 활동가·주민들과 함께.

발파허가가 났대. 지금 의례회관에서 긴급회의중. 새벽 4시에 병력집결.
6시에 바로 화약 이동한대.
연행 예상하고 씻고 준비중. 온마을 사람들 각자 위치에서.
방금 제주시에서 경찰병력이 이동했대.
마을에 사이렌 울리기 직전.
사이렌 울렸어.
안녕.

3월 7일 오전 8시 4분 "안녕"이라는 문자를 보낸 이후 그 친구는 연행되었다. 화약 운반을 조금이라도 멈춰야겠다고, 그러나 너무 비장해지진 말자고. 경찰한테 욕 안하기 원칙도 세우고 노래도 하고 그랬단다. 쇠사슬을 몸에 감을 때 경찰보다 먼저 달려온 이들은 눈물범벅이 된 주민분들이었다. 괜찮겠냐고. 심하게 다치는 거 아니냐고.

이들이 모두 연행 된 후, 800kg의 화약은 '안전하게' 배로 옮겨졌다고 한다. 삼성을 위시한 해군기지 시공업체는 구럼비에 미리 뚫어놓은 4.5m의 구멍 가득 화약을 쑤셔 넣었다. 오전 11시 24분, 꽝! 하는 폭발음과 함께 화약 냄새가 가득 퍼졌다. 하나의 바위로 1.2km의 길이에 150m의 너비를 가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절경의 용암너럭바위는 그렇게 부서질 위기에 놓였다.

당신들, 도대체 누구를 지키기 위한 군대인가

"제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을 위한 1차 발파 작업이 별다른 사고 없이 무사히 잘 끝났습니다. 앞으로도 우리의 아름다운 제주해역을 지키기 위한 관광미항 건설을 일정에 맞추어 안전하게 추진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 국방부 트위터 대변인

섬뜩했다. 일말의 주저함도, 죄책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구럼비 앞에서 절규하고 있는 사람들이 당신들이 지키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구럼비야 말로 지켜야 할 무엇이다. 도대체 누구를 지키기 위한 군대인가.

폭파 직전인 3월 5일, 제주지사와 제주도의회의는 강정주민과 해군, 경찰 사이의 상당한 충돌이 예상된다며 합리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공사 일시 보류를 촉구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를 철저히 무시한 채 7일 오전 1차 구럼비 폭파를 강행했다.

첫 폭파 이후 우근민 제주지사는 더욱 강력한 방식으로 해군참모총장에게 해군기지 공유수면 매립공사에 대한 정지명령 사전예고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군은 이 역시 무시한 채 오후 4시 이후 5차례를 발파를 더 진행했다. 제주도의 최고 행정기구와 의사기구의 의견을 깡그리 무시한 군대는 도대체 누구의 군대인가.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같은 소리 하십니다

 강정마을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해군기지 건설 반대에도 불구하고, 7일 오후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장에서 시공사측이 2차 발파를 강행하고 있다. 발파장소에는 폭음과 함께 흙먼지가 하늘로 치솟고 있다.
 강정마을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해군기지 건설 반대에도 불구하고, 7일 오후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장에서 시공사측이 2차 발파를 강행하고 있다. 발파장소에는 폭음과 함께 흙먼지가 하늘로 치솟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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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전에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부수어놓으면 된다는 생각일 것이다. 그래서 의회 구성이 바뀌어도, 더 나아가 정권이 바뀌어도 해군 기지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인 것이다. 절차적 정당성도, 사업의 타당성 끊임없이 비판받고 있지만, 일단 부숴놓으면 어쩔 수 있겠냐는 이 경악스러움.

새로 짓겠다는 해군기지의 공식명칭은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다. 군대가 군사용 시설을 지으면서 관광시설을 품겠다고 하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지만, 더 말문이 막히는 것은 '미항(美港)'이라는 용어다. 아름다울 미. 수만 년이 넘는 시간동안 자연이 만들어 놓은 결정을 부시고 시멘트 콘크리트를 쳐서 만드는 군사기지에, 아름다울 미를 붙이는 저 뻔뻔함.

물론 정부는, 국방부는 언제나 그렇듯이 안보적 필요성을 내세우고 있다. 해군기지를 새로 안 지으면 큰일 난다는 것이다. 제주 남방 해역은 경제적·군사적 요충지이고 이어도 등을 위해서 우리의 방어능력 확충이 긴요하다는 이유다.

그러나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일 시민들이 얼마나 될까? 스스로도 그 긴요함을 증명하지 못해서 15만 톤급 크루즈 선이 들어온다는 이야기 따위로 지역 주민들을 기만한 것 아닌가? 그럼에도 지역 주민들은 2007년 8월 주민투표에서 725명의 참자가 반대 680명, 찬성 36명, 무효 9명으로 반대 입장을 분명이 했지만 말이다.

구럼비를 부수지마라, 죽이지마라

 해군이 구럼비 바위 지역의 발파를 시작한 7일 오후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정문 앞에서 천주교 수녀님들과 마을 주민들이 해군기지 건설 중단을 촉구하며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해군이 구럼비 바위 지역의 발파를 시작한 7일 오후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정문 앞에서 천주교 수녀님들과 마을 주민들이 해군기지 건설 중단을 촉구하며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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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이래 남방 해역에서 군사적 위협이 존재했던가? 이제까지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위협을 '가정해서' 이 정도의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면서까지 새로 군사기지를 만드는 이유는 무엇인가?

중국의 국제적 위상이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는 시기에, 제주도는 중국에게도 미국에게도 전략적 요충지로서 사고되고 있다. 그만큼 제주 해군기지가 미-중 간 군사적 갈등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놈 촘스키를 비롯한 수많은 세계적 석학들이 한국 제주도의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이유다.

만약 미군이 제주도의 해군기지를 이용하게 될 경우, 한중관계는 악화일로에 빠질 것이다. 국방부는 한국 정부가 미군의 사용을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에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SOFA규정을 보면 그럴 권한이 있는지도 의심스럽지만, 만약 사용을 거부할 경우 한미 관계 역시 심각한 갈등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 사이에 좀도둑 한 명 없이 평화롭게 살아왔던 제주도 강정마을이 끼어있다. 강정마을의 저항은, 사실 스스로의 생존권을 위한 절박한 싸움인 것이다.

1조가 훨씬 넘는 사업비를 탐하는 시공업체들과, 거대한 군사기지를 갖고 싶은 군인들, 그리고 이 뒤에서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포기해버린 이명박 정부. 이들 이외에 그 누구도 이렇게까지 해야 하면서 만들어야 할 이유를 알지 못하는 그 '관광미항'을 위해서, 앞으로 수개월 동안 구럼비는 매일 폭파될 것이다.

탐욕에 눈이 먼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른다. 구럼비를 부수지마라. 돌이킬 수 없는 것은, 당신들의 호주머니를 채울 1조짜리 공사가 아니라 인간과 자연에 대한 최소한의 양심이다. 구럼비를 죽이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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