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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람들 모두를 형제라 부르는 파키스탄 소스트 마을 사람들. 왜 그들이 여행자는 물론 모든 이를 형제라고 칭하는지 알 수 없지만, 이곳이 낯선 이방인에게 보내는 관심과 인사는 부족함 없는 반가움이자 즐거움이다.

국경 넘는 국제버스 예약은 필수

국경 마을 소스트에서 중국행 국제버스를 타려면 전날 사무실에 들려 좌석을 확보해야 한다.
 국경 마을 소스트에서 중국행 국제버스를 타려면 전날 사무실에 들려 좌석을 확보해야 한다.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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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을 보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생각해보니 다시 중국으로 타고 갈 버스를 알아보지 못해 서둘러 숙소에 들러 상점에서 사온 것들을 던져놓고 국제버스 사무실로 향한다.

너무 늦게 왔는지 굳게 닫힌 사무실 문. 다행히 사무실 앞에서 수다를 떨고 있는 파키스탄 형제들이 직원이 어디 있는지 안다며 불러줘 마지막 승객으로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배낭돌이 여행팁]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파키스탄에서 중국으로 갈 때는 중국 국제버스가 아닌 파키스탄 차량을 이용해야 한다. 봉고차나 미니버스라 다소 불편하지만 저렴하고, 중국 국제버스보다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파키스탄 국제버스는 호텔 직원에게 요청하면 쉽게 자리를 확보할 수 있다.

야크 구이? 마치 고무를 씹는 것 같아

저울 반대쪽에 음료수를 올려 무게를 재고 있는 모습.
 저울 반대쪽에 음료수를 올려 무게를 재고 있는 모습.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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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식당에서 야크 고기를 조금 샀어. 뭐 같이 먹을 만한 게 없을까?"

국제버스 사무실로 달려온 일행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전날부터 버스 이동 구간이 길었던 탓에 든든하게 한 끼 먹고 싶어 호텔 주인에게 괜찮은 먹거리를 물어봤다고 한다. 그 사정을 들은 주인은 퇴근한 주방장을 불러 보관 중인 야크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게 준비해줬다는 것.

아무리 즐거운 여행도 체력이 떨어지면 지속하기 힘든 법. 저녁은 든든하게 야크 고기를 먹기로 하고 곁들일만한 부재료를 찾는데, 한국에서는 흔하디흔한 상추는 물론 심지어 양파도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작은 구멍가게에서 발견한 마늘. 한쪽에 쌓인 마늘 중 한 끼로 먹을 양만 몇 개 골라 주인장에게 가격을 물어보니 저울 한쪽에 음료수를 올리고 반대쪽에 마늘을 올려 무게를 측정한다. 중심이 안 잡혀 마늘을 넣었다 꺼냈다를 수차례 반복하지만, 소량이라 무게 측정이 쉽지 않은지 포기하고 그냥 가져가라며 봉지에 주섬주섬 담아준다. 공짜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지만, 왠지 소량 구매한 나로 인해 그냥 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한쪽에 쌓아놓은 음료수를 꺼내 들고 음료수 요금과 추가 금액을 냈다. 곧장 숙소로 향한다.

고산에서 자라는 초식 동물 야크. 파키스탄은 물론 고산지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동물이다.
 고산에서 자라는 초식 동물 야크. 파키스탄은 물론 고산지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동물이다.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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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확인한 야크 고기. 티베트와 중앙아시아 여행 당시 즐겨 먹었던 고기지만 대부분 말려 있거나 익혀 있는 고기만 봤기에 빨간 핏기 그대로인 야크 고가 다소 어색하다.

냉동 보관이 아닌 냉장 보관을 했는지 수분은 물론 상태도 아주 좋은 야크 고기. 야크 고기로 할 수 있는 요리는 여러 가지. 하지만 필요한 재료는 물론 양념이 하나도 없어 그냥 구워먹기로 한다. 먹기 편하게 잘 손질도 한다.

먹기 좋게 잘라 구운 야크 고기.
 먹기 좋게 잘라 구운 야크 고기.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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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 지대에서 풀을 찾아 자유롭게 살아가는 동물 야크는 해발 3000미터 도시에서 볼 수 있는 동물이다. 또한, 눈으로 뒤덮인 히말라야도 넘어 갈 정도로 그 힘이 대단하다고 하다.

"너무 구워서 그런 것일까?"

불에 달궈놓은 철판 위에서 기름 한 방울 없이 노릇노릇 익어가는 야크 고기. 이전 여행 시 여러 종류의 야크 음식을 맛봤지만, 직접 구워 먹는 것은 처음이라 배탈을 예방하기 위해 완벽하고 익히고 입으로 가져갔는데…. 기대했던 맛과는 달리 마치 고무를 씹는 듯한 느낌이다. 턱관절이 아파온다.

첫 구이는 실패로 돌아가고, 야크의 본 맛을 보기 우해 굽는 시간을 다르게 해 몇 번을 더 구워봤지만, 여전히 야크 고기는 고무를 씹는 듯 무척 질겨 먹기가 쉽지 않다.

마늘 가격 대신 구매한 망고주스. 맛은 다소 심심하다.
 마늘 가격 대신 구매한 망고주스. 맛은 다소 심심하다.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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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는 방법과 시간 조절을 해도 변함이 없는 야크 고기의 질긴 맛, 최후의 수단으로 남은 고기 전부를 뜨거운 물에 넣어 푹 익혀 먹었다. 역시 히말라야를 넘는 야크의 강인한 체력을 이겨낼 수 없는지 오히려 씹기가 더 힘들다. 결국, 부드러운 부위만 칼로 도려내 식사를 이어간다.

질긴 고기 탓에 먹기는 다소 불편했지만, 매운 마늘과 함께 먹어 그런지 꽤 괜찮은 저녁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무리하고 테이블에 앉아 마늘과 함께 사온 망고 주스를 마시며 2% 부족한 아쉬움을 달랜다.

파키스탄 국경 마을 소스트에서 맞이하는 첫 일몰.
 파키스탄 국경 마을 소스트에서 맞이하는 첫 일몰.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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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마을 일부를 뒤덮은 어둠. 서둘러 식탁을 치우고 방으로 돌아와 입구 한쪽에 놓인 의자에 앉아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을 바라보며 파키스탄의 하루를 마무리한다.

[토막이야기] 당시 밤 늦게 호텔로 찾아 온 국경 수비대. 술이 금지인 파키스탄에서 자신들은 "경찰이라 괜찮다"며 중국에서 몰래 가져온 술을 권하는 바람에 늦은 시간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술잔을 기울이며 나눈 많은 이야기.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나이가 60세가 다 돼가는 형제가 자식이 9명인데 얼마 전 막둥이를 하나 더 낳았다고 한다는 것. 농담인지 사실인지 알 수 없지만, 왠지 믿음이…. 참고로 함께 술을 마신 국경 수비대 4명 중 1명을 제외한 3명이 모두 나이가 50~60대. 자식이 가장 적은 형제의 자녀 수는 7명이라고. 믿거나 말거나.

그림 같은 자연 풍경에 넋을 잃다

소스트 명물. 왜 언덕위에 세 그루의 나무를 심어 났을까?
 소스트 명물. 왜 언덕위에 세 그루의 나무를 심어 났을까?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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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지 않은 침대에서 맞은 파키스탄의 아침. 평소면 알람음이 한참 울려도 이불 속에서 조금이라도 더 자려고 버텨보겠지만, 파키스탄의 아침을 맞이하기 위해 서둘러 옷을 챙겨 입고 호텔을 벗어나 산길을 오른다.

소스트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 언덕 위 자리잡은 나무 세 그루. 무슨 의미로 높은 저곳에 나무 세 그루를 심어 놓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내가 있는 지대보다 높은 곳에 있는 만큼 또 다른 파키스탄의 아침 풍경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기대감에 발걸음을 재촉한다.

언덕에서 만난 파키스탄의 그림 같은 자연 풍경.
 언덕에서 만난 파키스탄의 그림 같은 자연 풍경.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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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역시 티베트 못지않은 고산 지대. 몇 차례의 티베트 여행으로 어느 정도의 높이는 자신이 있었는데, 불과 5분도 오르지 못하고 숨이 막혀 주저앉고 말았다.

가슴 가득히 세차게 들어오는 차가운 공기. 금방이라도 터질듯한 심장을 진정시키고 한 걸음 한 걸음 올라 더는 오를 길이 없을 무렵 옆을 바라보니 내가 상상했던 이상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이 시야에 들어온다. 턱까지 숨이 차올라 거친 숨소리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소리도 낼 수 없는 상황. 하지만 내 앞에 펼쳐진 그림 같은 풍경은 나로 하여금 탄성을 내뱉게 했다.

절로 탄성이 나오는 웅대한 자연 풍경.
 절로 탄성이 나오는 웅대한 자연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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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무엇으로 빗대어 말할 수 있을까? 사진으로는 눈으로 본 그 모습의 20%도 담을 수 없는 웅장한 자연의 모습. 사람의 시각으로도 다 담을 수 없는 자연의 모습에 할 말을 잃고 한참을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다.

그림 같은 풍경에 넋을 잃다.
 그림 같은 풍경에 넋을 잃다.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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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서둘러 이곳으로 올라온 여행자에게 인사를 건네듯 만년설이 뒤덮인 고봉 사이로 빠르게 구름이 지나가며 자연의 이야기를 전한다. 하늘과 구름과 맞닿은 고봉들은 자신들의 웅장함을 보여주듯 강한 기운을 내뿜는다.

한쪽에 앉아 가슴에 앞에 놓인 풍광을 그려 놓는 시간. 하지만 자연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바라봐 주길 바라는지 가슴에 새길 시간조차 주지 않고 빠르게 형상을 바꾼다.

말과 글로는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운 자연. 나는 한참 동안 그 모습에 매료돼 그곳에 앉아 아무 말 없이 그들의 속삭임과 행동을 느끼고 있을 뿐이다.

[배낭돌이 여행팁] 대부분 여행자는 이곳을 그냥 지나쳐 훈자 마을 또는 길기트까지 이동한다. 하지만 이전 여행과 이번에 경험한 파키스탄은 차량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구간으로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멋진 공간이 많이 있다. 국경 마을인 소스트에서 길기트까지 파수, 굴밋, 아리마바드(훈자)를 지나는데, 이 구간은 봉고나 차량 히치가 수월하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여행자라면 도시마다 들러 알려지지 않은 멋진 장소를 찾아보길 권한다.

추가로 파키스탄은 치안이 불안한 나라 중 하나이니 알려지지 않은 도시에서 머물게 되면 숙박 시설 혹은 경찰에게 외국인임을 알리는 게 좋다. 또, 늦은 저녁 시간에는 외출을 삼갈 것. 혹시 여행자를 만나면 일부 구간을 함께 다니는 것도 고려하자.

덧붙이는 글 | 2011년 7월 24일부터 8월 30일까지 다녀온 여행입니다. 이 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여행, #파키스탄, #자연풍경, #야크, #실크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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