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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청년비례대표 청년선거인단 등록 홈페이지
 민주통합당 청년비례대표 청년선거인단 등록 홈페이지
ⓒ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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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은 없고 '상생'이 있었다. 2월 29일, 3월 1일·5일·6일 총 4일에 걸쳐 이루어진 민주통합당 청년 비례대표 후보자 토론을 참관하고 나서 든 생각이다.

이번 토론회는 389명의 지원자 중 4명의 청년비례대표 후보를 선정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였다. 7일 자정에 청년 선거인단 접수가 마감되니, 후보들 입장에선 스스로를 알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후보자 16명은 나이와 성별에 따라 한 팀에 4명씩 20대 남·여성팀, 30대 남·여성팀 총 4팀으로 구성됐다. 20~30대 남·여 각 1명씩 총 4명이 선정되는 민주통합당의 청년 비례대표 후보가 되기 위해선 자신과 함께 토론을 펼치는 같은 팀의 나머지 3명을 '떨궈내야' 한다. 이번 토론이 치열할 거라고 예상했던 이유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기성 정치인의 토론이 서로의 약점을 폭로하고, 그에 대비되는 자신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살생'의 토론이라면, 청년 대표 후보자들의 토론은 오히려 서로의 장점을 시청자에게 알려주려는 '상생'의 토론이었다.

각 연령·성별로 2번씩, 8번의 토론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토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성이나 '말 자르기'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청년 후보들은 상대를 감쌌다. 상대 후보가 발언할 때는 고개를 끄덕거렸고, 상대에게 질문을 할 때는 상대의 장점을 추켜 세워주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루에 2번씩 4일 동안 열린 8번의 토론이 모두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었던 이유다.

토론회서 상대 후보 칭찬을?.... 어르신들, 이렇게 못하실 걸요

청년비례대표(20대 여성)
 청년비례대표(20대 여성)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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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저렇게 입고 나와도
돼요?"


지난 5일에 있었던 20대 여성 후보들의 토론회 당시, 함께 참관했던 <오마이뉴스> 대학생기자단 기자가 속삭였다. 실제 이날 이들의 옷차림은 '가관'이었다. 노란 PK 티셔츠를 입은 후보가 있는가 하면, 방울무늬 치마를 입고 나온 후보도 있었다. 심지어 한 후보는 '츄리닝'(!) 차림으로 토론회에 임하기도 했다. 이들만이 아니다. 2월 29일에 있었던 토론 때 20대 남성 후보 일부가 정장을 입고 왔던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토론은 모두 편안한 복장으로 이루어졌다. 기성 정치인으로선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의상뿐만이 아니다. 청년 대표답게 톡톡 튀는 발언도 눈에 띄었다. "자신이 만약 민주통합당 공심위원장이라면 누구를 영입하겠는가?"라는 질문에 한 후보는 "희망을 보여주고 싶다"며 몸이 불편하지만 화가활동을 하고 있는 자신의 고모부를 꼽았다. 여성 후보들에게 던져진 '안철수, 안희정, 유시민, 조국 중 이상형이 있다면 누구냐'는 질문에 "연애는 조국 교수와 하고, 결혼은 안철수 교수와 하고 싶다"는 발랄한 답변이 나오기도 했다.

그렇다고 이들의 발언이 단순히 톡톡 튀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청년 대표로서 청년들의 정치 참여가 더 확장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20대 남성 후보 간의 토론에서 한 후보는 "(국회 입성 후) 어떻게 진정성을 유지하겠느냐"라는 질문에 "저도 그렇고 여러분들도 그렇고 '다음에 공천 어떻게 받지' 이런 고민은 없을 것이다. 공천 걱정 대신 청년정책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진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라고 답하며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기도 했다.(현장에선 다른 후보들이 '우리는 (불출마가) 아니다'라고 말해 함께 웃기도 했다.)

또 20대 여성 후보끼리의 토론에선 한 후보가 "국회의원은 비서를 9명까지 둘 수 있다. (누가 되더라도) 우리 함께 손잡고 가자. 또 (청년대표) 4명이 국회의원이 되면 정책연구비 4억이 나오는데 (이 돈으로) 떨어지신 분 총 48명(1차 합격자 수)까지 함께 정책연구팀을 만들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건 누가 되더라도 해야 된다"고 말하며 '혼자의 힘'이 아닌 '집단지성'을 모을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상대를 누르는 토론을 하기에 바쁜 기성 정치인들 간의 토론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청년 후보들, 이구동성으로 요청한 '이것'은?


아쉬운 점도 있었다. 화기애애한 토론 분위기는 좋았지만 그게 도를 넘어, 후보자 간 차별성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해진 형식에 맞춰 진행한 1차 토론(2월 29일, 3월 1일)에서는 모든 후보가 짧은 시간 안에 말을 끝내려다 보니 구체적인 정책보다는 총론을 제시하는 데 그쳤고, 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된 2차 토론(3월 5일, 6일)은 재미는 있었으나, 토론 보단 '만담'의 분위기에 가까웠다는 한계가 있었다.

후보자 간의 토론보다는 사회자가 질문을 하고 후보자가 답하는 형식이 주를 이뤄, 후보자 상호 간 토론할 수 있는 시간도 적었다. 한 후보자가 두 명의 후보자에게 질문을 하는 '주도권 토론', 추첨된 좌석에 따라 옆 후보자에게 질문을 하는 '릴레이 토론' 등의 시간이 있었으나 각 후보자의 개성을 엿보기에는 무리였다. 2차 토론에서는 이 점을 보완했다고는 하나, '이성을 사로잡는 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지', '의상 스타일은 원래 그런 건지' 등의 신변잡기식 질문이 던져져 아쉬움을 남겼다.

한편 후보자들의 마무리 발언에는 또다른 절절함이 묻어났다. 마무리 발언은 모두발언과 함께 토론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그날의 토론을 정리하는 한편, 못다 한 말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것이다. 그런데 후보자의 대다수는 이 기회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의 발언을 정리하는 대신, 마무리 발언을 이용해 시청자들에게 민주통합당의 청년선거인단으로 등록해 달라는 호소를 남겼다. 몇몇 후보자는 "자신을 지지하지 않아도 좋으니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총 8번의 토론회에서 이들은 점차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 기성 정치의 '들러리'가 되지 않겠다며 의지를 다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상생하는 토론'을 통해 기성 정치인과 다른 모습을 보여준 이들이 국회에 입성한 후에도 청년층과 '상생'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윤형준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기자단 '오마이프리덤 2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민주통합당, #락파티, #청년비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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