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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총·대선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가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성근 최고위원과 귓속말을 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가 2월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성근 최고위원과 귓속말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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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포 앞으로 다가온 4·11 총선의 양당 공천 윤곽이 뚜렷해졌다. 새누리당은 3월 5일 2차 공천자 발표로 102명, 민주통합당은 3월 6일 5차 공천자 발표로 122명의 공천자를 확정지었다. 두 당의 공천 확정자는 246개 지역구에 견주어 아직 절반 수준이지만 함께 발표된 다수의 경선 지역과 전략공천 지역 내역을 합해볼 때 두 당의 공천 성격은 거의 드러났다고 말해도 무방하다.

새누리당은 지난 1월 31일, 검사 출신 정홍원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민주통합당은 다음 날인 2월 1일 공정거래위원장을 지낸 강철규 우석대 총장을 공천심사위원장으로 결정함으로써 본격적인 공천 작업에 착수했었다.

"쓴 잔도 마신다는 용기와 신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어려움이 많겠지만 소신과 역량을 다 발휘하겠다."(새누리당 정홍원 공심위원장)
"저는 심부름을 하기 위해 온 게 아니다. 제 철학과 소신, 원칙을 갖고 공천심사에 임할 것이다."(민주통합당 강철규 공심위원장)

공천심사위원장들은 취임 직후 포부를 이렇게 밝혔다. 하지만 이로부터 한 달 남짓 지나 공천 심사와 발표가 진행된 지금, 그들의 '소신'과 '역량'과 '철학' 등은 눈을 씻고 찾으려 해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들뿐 아니라 박근혜·한명숙 중심의 양당 지도부가 내세웠던 '시스템 공천', '공정 공천', '쇄신 공천' 역시 거의 식언이었음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위태롭게 봉합돼 있는 양당  

민주정치의 정당 공천 과정에 잡음과 저항이 따르는 것은 불가피하다. '제 식구 감싸기', '공천 학살'이라는 말도 총선 때마다 있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양당의 공천 사태는 과거의 관행보다도 한층 더 저열한 수준인 것 같다.

유권자의 표를 먹고 사는 정당이 국회의원의 후보를 추천하는 마당에서 유권자의 의사를 존중하기는커녕 아예 눈치조차 살피지 않은 무례한 공천이 도처에서 남발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분명히 정치적 실력자의 이기와 탐욕과 독선 등이 개입되어 있으리라고 본다. 정당 공천의 부작용과 후유증은 정치를 퇴행시키고 사회를 황폐하게 만든다.

이번 총선의 양당 공천 과정이 순탄치 않으리라는 것은 애초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우리는 이번 19대 총선의 정치 지형은 이례적으로 불건전한 환경에 둘러싸여 있다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집권당인 새누리당의 경우 같은 당의 현직 대통령을 증오하는 세력이 새롭게 비상체제로 당을 장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다. 민주통합당 역시 호남을 중심으로 하는 구 민주당 세력이 '매우 섭섭하게' 결별했던 세력에게 어쩔 수 없이 당권을 내준 형국이었다.

요컨대 그들에게는 각각 여당과 야당이라는 동질성만 있었을 뿐 가해자와 피해자가 공동 이익을 위해, 아니면 더 큰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위태롭게 봉합되어 있는 환경이었다. 이런 문제가 단 한 명만을 선발해야 하는 총선의 공천 과정에서 여지없이 노출된 것이다. 이번 공천의 성격을 먼저 민주통합당부터 분석해 보기로 한다.  

민주통합당의 공천은 '노(盧)를 위한 진혼곡'

 한명숙 대표 등 민주통합당 지도부가 18일 오전 김해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사진은 한명숙 대표 등 신임 지도부가 너럭바위 앞에 서 있는 모습.
 한명숙 대표 등 민주통합당 지도부가 1월 18일 오전 김해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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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대표의 지도력 한계와 당의 전략 부재가 드러난 공천이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한명숙 대표가 적지 않은 표 차로 당 대표에 당선되었을 때, 민주당 지지층의 정치 감각을 잠깐 의심했던 적이 있다. 물론 이것은 정치인 한명숙에 대한 필자의 호불호나 지지 여부와는 무관한 관점이다. 한 대표는 과거 장관과 국무총리를 지냈을 뿐 정당정치의 역량을 선보인 적이 없다. 그는 최고 권력자에 의해 수동적으로 발탁된 정치인이었다.

일례로 당직이나 공천 과정에 '이화여대' 특혜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것은 대단히 퇴행적인 현상으로서 한 대표의 지도력을 곧장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한 대표와 이미경 전 사무총장이 다닌 이화여대는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처럼 유달리 동문 의식이 강하다는 세간의 평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더욱 그런 점을 의식했어야 했다.

사소한 것 같지만 민주통합당이 공천 발표를 여러 차례에 나누어 한 것도 큰 실책이라고 본다. 민주통합당은 벌써 5차에 걸쳐 공천 발표를 했고 앞으로도 수차례 발표를 더 남겨 놓고 있다. 이것은 모든 일의 잡음과 저항은 점진적으로 가중된다는 점을 헤아리지 못한 미숙한 공천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런 것들보다 정작 더 큰 문제는 '친노'와 열린우리당 출신 '편중' 현상에 있다. 한 일간지의 보도에 의하면 5일까지 4차에 걸친 민주통합당의 공천 결과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시 청와대 인사의 공천율이 85% 이상이라고 한다.

참여정부 때 청와대에 근무했던 친노 인사들은 대략 40명으로 집계되는데 이 중 탈락자는 6명에 불과하고 단수 공천 또는 경선 후보로 분류된 인사들은 34명이나 된다. 반면 수도권과 호남에서 공천 신청한 20여 명의 구 민주당 인사는 절반 이상이 탈락했다.

한명숙 대표가 당대표가 될 수 있었던 데에는 '친노'라는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물론 집단지도체제의 대표는 일사불란한 지도력을 행사할 수가 없다. 하지만 역량 있는 민주적 지도자라면 협의제 또는 합의제에서 조정과 타협을 이끌어낼 수가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양보는 아닐지라도 최소한 내가 남보다 이유 없이 더 가져서는 안 된다는 정신이 필요하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한명숙 당권파와 친노세력은 이를 백안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멀리 있는 경쟁자에게는 아량을 보였지만 가까운 경쟁자에게는 야멸찬 모습을 보인 면이 있다. 노무현이 실패한 것은 노무현 때문이 아니라 노무현 주변 사람들 때문이라는 말에는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이번 공천 과정을 통해 한 대표와 친노들의 자기성찰과 '열린 마음'이 화급하다는 점을 느낀다. 국민은 통합민주당이 열린우리당처럼 될 수도 있다는 의구의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했다.

새누리당의 공천은 '박(朴)을 위한 행진곡'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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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대표가 행정 경험만 있고 정치 경험이 없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박근혜 위원장은 정치 경험만 있을 뿐 행정 경험이 없다. 필자의 눈에 박 위원장은 모든 일을 정치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보인다. 그가 '무서운' 것은 불리해졌을 때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점에 있다. 일례로 그는 과거 이회창의 한나라당에서 갑자기 뛰쳐나가 북한에 가서 김정일을 만나고 온 일이 있다.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

알다시피 그는 18대 총선 공천에서 이른바 '친박' 인사들이 대거 탈락했을 때 이 대통령을 향해 이런 말을 남겼다. 하지만 이번 공천에서 자기가 탈락시킨 인사들에게는 '그분들도 새누리당의 귀중한 자산'이라고 말한다. 이쯤 되면 그는 정말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정치인'의 자격이 충분한 것 같다.

필자는 민주통합당에 비해 새누리당의 공천에 훨씬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이번 공천을 통해 새누리당은 공당의 모습을 포기한 것처럼 비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말해 이번 새누리당의 공천은 처음부터 끝까지 박근혜 위원장의 대선을 위한 공정(工程)이었다.

81명의 공천이 확정된 2차 발표의 주안점은 '친이계 탈락'에 있다. 현역 의원만 하더라도 16명 탈락자 중 13명이 범 친이계로 분류될 정도다. 공천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되던 현역 의원은 물론 청와대 핵심 참모까지 무더기로 떨어져 나갔으니 '친이계 학살', '피의 월요일'이라는 수사가 나올 법도 한 일이었다.

이렇게 된 것은 박 위원장이 '이명박의 흔적'을 씻어야 차기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특유의 신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것은 특유의 신념이 아니라 '구태의 재연'일 따름이다.

199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후보 이회창은 실패한 대통령 김영삼의 흔적을 씻으려고 온갖 무리수를 감행했다. 심지어 대선 직전 대구에서 열린 당 공식 행사에서 현직 대통령의 화형식을 거행하는 엽기적인 사태까지 연출했다. 하지만 이회창은 대선에서 패배했다. 그런데 이명박은 김영삼에 비해 실패한 대통령일까, 아닐까? 박 위원장의 앞날이 어떠할지 자못 궁금해진다.

대선 경쟁자 철저히 축출... 박근혜의 '대선 공정'

다음으로 이번 공천의 특성은 당내 대선 경선 경쟁자를 철저히 축출했다는 점에 있다. 이번 공천에서 정몽준, 이재오 의원과 가까운 인사는 전멸 중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수장 하나씩만을 살려둔 것은 나머지 계보원을 되도록 많이 자르기 위한 명분 축적용인 동시에 수장을 무력해제시키려는 지극히 정치적인 양수겸장처럼 보인다.

박근혜 위원장은 지난 번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패배함으로써 다 거머쥔 대권을 놓친 기억을 선명히 가지고 있다. 지금은 여론 지지율이 낮지만 정몽준과 이재오 그리고 김문수까지 합세하여 박 위원장에게 도전한다면 결과는 섣불리 예측할 수 없는 법이다.

마지막으로 새누리당의 공천은 반개혁성을 띤다는 점을 지적한다. 도덕성 검증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인지 의심받던 사람들이 무난히 공천되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금품 수수혐의를 받은 사람(이성헌), 수해 골프 파문의 당사자(홍문종), 심지어는 KBS 도청논란에 휩싸였던 사람(한선교)에게까지 공천을 주었다. 이 사람들이 공천을 받은 것은 박 위원장과 가깝다는 이유 말고는 없다는 점에 더 큰 문제가 있다. 새누리당이 박근혜 개인의 사당(私黨)이 아니라면 이런 일만은 생기지 않았어야 했다.

덧붙이자면, 부산 사상구에 20대 여성 정치 신인을 공천한 것은 야권 유력 대선후보 문재인의 당선에 김을 빼기 위한 얕은 수로 보인다. TK의 대표적 인사 홍사덕을 대구에서 서울 종로로 옮겨 공천한 것은 정치 1번지에서 친노 정세균을 제압함으로써 박근혜가 노무현보다 우위에 서보고자 하는 욕망이 발현된 것이 아닐까? 이처럼 이번 새누리당의 공천은 시종일관 '박을 위한 행진곡'이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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