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해군기지 공사가 시작되기 전의 강정마을 구럼비 해안. 안산암질 통바위가 파도의 침식을 받아 판판해진 파식붕 지형으로 알려졌다. 해수면과 비슷한 높이에 표면이 판판한 통바위가 있는 지형은 국내에 매우 드믈기 때문에 구럼비 바위는 지질학상 가치가 매우 높다. 2009년 이후 해군기지 공사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이 해안으로 모여들면서 구럼비 해안은 평화를 상징하는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해군이 업체를 동원해 구럼비 해안을 발파하려고 시도하는 가운데 강정마을엔 또다시 긴장이 조성되고 있다.
 해군기지 공사가 시작되기 전의 강정마을 구럼비 해안. 안산암질 통바위가 파도의 침식을 받아 판판해진 파식붕 지형으로 알려졌다. 해수면과 비슷한 높이에 표면이 판판한 통바위가 있는 지형은 국내에 매우 드믈기 때문에 구럼비 바위는 지질학상 가치가 매우 높다. 2009년 이후 해군기지 공사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이 해안으로 모여들면서 구럼비 해안은 평화를 상징하는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해군이 업체를 동원해 구럼비 해안을 발파하려고 시도하는 가운데 강정마을엔 또다시 긴장이 조성되고 있다.
ⓒ 장태욱

관련사진보기


해군이 폭약을 이용해서 구럼비 바위를 폭파할 계획이 드러나면서 강정마을에 다시 한번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타지에서 경찰 병력이 추가로 투입되고 있고, 강정마을회와 시민사회단체는 해군의 구럼비 폭파 기도에 대해 "반민주적 패륜행위"라고 비난하고 있다. 도내 여야 지도부는 물론이고 도지사, 도의회 의장까지 정부의 공사 강행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4주년을 맞은 지난달 22일에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해군기지를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발맞춰 국무총리실 역시 지난달 29일에 정부종합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해군기지 공사를 본격적인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 연말에 국회가 해군기지 예산을 거의 대부분 삭감했지만 정부는 지난해 집행되지 않은 예산 1084억 원과 올해 반영된 예산 49억 원으로라도 공사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정부의 공사 강행 방침이 결정되자 지난 1일 해군은 바지선을 이용해 항만 준설작업을 시작하였고, 2일에는 구럼비 바위를 파괴하기 위해 공사업체를 통해 '화약류 사용 및 양도양수 허가신청'을 경찰에 접수했다. 경찰은 업체에서 신청한 구럼비 발파 신청에 대해 5일쯤 허가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해군은 6일부터 구럼비 폭파가 가능하도록 모든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구럼비를 파괴하려는 해군 측과 이에 저항하는 주민 및 사회단체 활동가들 사이에 다시 긴장이 고조되면서 경찰청은 육지부에서 대규모 경찰병력을 제주에 투입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2일에는 모강인 해양경찰청장이 제주를 방문해 이례적으로 해군기지에 대해 언급하면서 불법행위에는 엄정하게 대처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구럼비 파괴는 반민주적 패륜행위"

5일 아침에 강정마을 주민들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서귀포경찰서 앞에 모여 당국의 구럼비 파괴 기도를 비난하는기자회견을 열었다.
 5일 아침에 강정마을 주민들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서귀포경찰서 앞에 모여 당국의 구럼비 파괴 기도를 비난하는기자회견을 열었다.
ⓒ 강정마을회 제공

관련사진보기


발파신청에 대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었던 5일 아침에 강정마을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은 서귀포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구럼비 바위 폭파는 제주도민에 대한 모욕이며, 현실적으로는 서귀포시민들의 식수원을 위협한 행위"라고 규정한 뒤, "공사를 강행하려는 해군의 불손한 의지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도저히 상상 할 수도 없는 반역사적, 반민주적인 패륜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날 제주도 정치권은 도지사, 도의회 의장, 여야 도당 의원장 등이 모여 모처럼 한목소리로 우려를 나타냈다. 5일 오후 1시쯤 우근민 제주지사는 오충진 제주도의회 의장, 김동완 새누리당 제주도당 위원장 등과 함께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동입장을 발표했다. 국회 일정 때문에 회견장에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김재윤 민주통합당 도당위원장도 발표문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4인은 강정마을에 추진되는 민군복합항에 15만 톤 크루즈선이 안전하게 출입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국방부의 검증 절차를 문제삼았다. 당시 국방부는 제주도를 배제한 채 선박시뮬레이션 검사를 단독으로 수행하여 그 결과자료를 총리실에 제출했다.

제주지사-여야정치권 "공정한 항만 검증이 우선"

제주정치권 4인은 기자회견에서 "민군복합항 관련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15만톤급 크루즈선의 자유로운 입출항 가능성에 대한 공정하고도 객관적인 검증"이라고 전제한 후, "15만톤급 크루즈선의 자유로운 입출항 가능성에 대해 제주도와 해군이 함께 참여하는 공정한 검증이 이뤄지고, 검증 결과에 문제점이 없다고 결론이 나면,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반대 입장을 표명해 온 강정마을회가 민군복합항 정책 수용 여부에 대해 주민 총회에 부칠 수 있도록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한편, 기자회견이 끝나고 우근민 제주지사는 서귀포 경찰서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우 지사는 서귀포경찰서에 발파신청에 대한 허가를 잠시 보류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해졌다. 제주지사 및 새누리당까지 포함한 도내 정치권이 정부의 해군기지 공사 강행 시도에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해군기지 문제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태그:#강정마을, #구럼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