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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 4ㆍ11 총선 야권연대를 위한 협상 1차회의'에서 각당 협상 대표인 민주통합당 박선숙 의원(왼쪽)과 통합진보당 장원섭 사무총장이 활짝 웃고 있다.
 17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 4ㆍ11 총선 야권연대를 위한 협상 1차회의'에서 각당 협상 대표인 민주통합당 박선숙 의원(왼쪽)과 통합진보당 장원섭 사무총장이 활짝 웃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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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연대가 끝내 파국으로 치달을 조짐이다.

민주통합당은 "민주진보 진영의 승리를 위해서는 현실(당선 가능성)을 직시해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당선은 못 시켜도 낙선은 시킬 수 있다"며 "수도권에서 (민주통합당 후보가 출마하는 지역에 우리도 후보를 내면) 60곳 정도는 떨어뜨릴 수 있다"는 말까지 쏟아내고 있다. 양당의 입장 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으면서, 40일 앞으로 다가온 4·11 총선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속만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있다.

"이대로 더는 협상할 수 없다"

지난 24일 오후 9시 30분. 통합진보당 대표단 회의가 긴급히 소집됐다. 앞서 1시간30분 전쯤 열린 박선숙-이의엽 대표를 단장으로 하는 민주진보 야권연대 협상결과를 보고받고 대책을 숙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정희, 유시민, 심상정…. 민주통합당 입장을 통보받은 대표단은 아연실색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우리가 '10+10안'을 줄기차게 밀었는데 '4+1안'이라니 대표단도 어안이 벙벙했을 것"이라며 "소식을 접한 대표단의 표정이 금세 굳어졌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우위영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이례적으로 이날 밤 '22시 55분'이라고 시간을 분 단위까지 적시한 브리핑 자료를 발표했다. 그만큼 격정에 휩싸였다는 반증이다. 우 대변인은 "이명박 새누리당 심판을 위한 전국적 야권연대 실현은 사실상 민주통합당에 의해 거절됐다"며 "민주통합당의 전향적 변화 없이는 더 이상 야권연대가 진행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민주통합당에게 영남권을 제외한 수도권 10곳과 호남, 충청, 강원, 대전 지역에서 10곳, 도합 20곳을 야권연대 전략지역으로 선정하라고 제시"했지만, "민주통합당은 수도권 4곳, 그밖에 지역 통틀어 1곳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우 대변인은 또 "'10+10안'은 야권연대의 승패를 가를 수도권에서 야권연대 돌풍을 일으키기 위한 최소한의 호혜와 상호존중 정신의 반영"이라며 "호남, 충청, 강원, 대전 지역에서의 10곳 또한 전국적 야권연대의 상징적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야권연대 결렬 소식에 공지영..."국민은 어떻게 하고요?"

지난 22일 열린 민주통합당 최고위원회 회의 모습
 지난 22일 열린 민주통합당 최고위원회 회의 모습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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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은 이 소식을 긴급 타전하기 시작했다. 살얼음판을 걷던 야권연대 협상이 끝내 파국에 이르렀으니 민주진보 총선승리 전망은 비관적이라는 보도가 줄을 이었다. 트위터에는 탄식이 쏟아졌다. 야권연대 협상이 결렬됐다는 멘션에는 육두문자들이 대롱대롱 달렸다. 소설가 공지영씨(@congjee)는 "국민은 어떻게 하구요?" 한 마디로 참담함을 대신했다.

이튿날 오전 호남지역 통합진보당이 가장 먼저 민주통합당 비판의 전선에 섰다. 통합진보당 광주시당과 총선 예비후보 7명은 25일 광주YMCA 무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적 야권연대 실현 요구가 사실상 민주통합당에 의해 파탄났다"며 "통합진보당의 일방적 양보를 요구한 채 기득권만 고수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민주통합당은 야권연대를 지지하는 국민의 지지와 성원을 민주통합당에 대한 지지로 착각해 오만에 빠졌다"며 "정권교체 의지와 진정성 없이 자당의 이익에만 골몰하는 민주통합당을 총선에서 심판해야 한다"고 수위를 높였다.

이어 "통합진보당이 총선에서 승리해 그 힘을 바탕으로 이룬 강력한 야권연대로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에 대한 정권교체를 이루겠다"고 주장했다.

통합진보당은 26일 오후 2시 서울여성플라자 2층 대회의실에서 '4·11 국회의원 총선후보자 전원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전날까지 진행된 야권연대 관련 진행상황을 공유하고 향후 야권연대 추진방향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었는데 자연스레 민주통합당 성토대회가 되었다.

통합진보당 내부에서는 "이참에 오만한 민주통합당을 확실히 심판하기 위해 전국에서 1 : 1로 경쟁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통합진보당이 민주통합당 후보를 붙여줄 힘은 없어도 떨어뜨릴 힘은 있다"며 "전국 50곳 정도에서는 충분히 민주통합당 후보와 맞설 수 있다"는 말까지 떠돈다.

무엇보다 통합진보당이 20곳을 요구했는데 민주통합당이 고작 5곳만 내놓겠다고 한 데 대한 '공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민주통합당이 수도권과 경남을 제외한 모든 지역을 합해 딱 1곳만 내놓겠다고 한 데 대해 분을 삭이지 못하는 눈치다.

민주통합당 고위 관계자 "4+1안은 사실 아니다...8+1안 냈다"

반대로, 민주통합당은 '맏형 된 처지'라고 느끼는지, 구체적인 언급을 피한 채 말을 아끼고 있다. 협상 관련 지도부는 하루 종일 전화통화조차 되지 않았다.

앞서 박선숙 민주통합당 협상대표는 24일 밤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양당은 야권 후보단일화를 위해 무공천 지역과 경선지역 등에 대해 1주일째 논의하고 의견 차이를 좁히고자 노력했지만 합의해 실패했다"고 밝혔다. 긴 말은 삼갔다.

다만 '팩트'에서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다. 민주통합당의 고위 관계자는 "4+1은 사실이 아니다"고 못 박았다. 그는 "통합진보당은 제발 화부터 먼저 내지 마시고, 상호간 여지를 두고 차분하게 얘기로 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연대의 목적은 총선승리에 있으니 가능한 안을 협의하고 검토해서, 어떻게 해서든지 19대 총선에서 민주진보가 과반 의석을 획득하자"고 제안했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4+1안은 사실이 아니고, 솔직히 '8+1안'을 냈다"고 말했다. 수도권 8곳과 비수도권 1곳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그는 "통합진보당이 사실관계를 틀리게 밝히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해당 지역이 어디인지에 대해서는 신사협정 때문에 일일이 설명할 수 없지만 '8+1안' 정도면 우리가 보기엔 충분히 현실적인 안"이라며 "'8+1안'에 영남권을 더하고 비례대표까지 합치면 통합진보당이 충분히 원내교섭단체인 20석 이상을 차지할 수 있다는 계산도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통합진보당 고위 관계자 "민주당 수도권 60곳 떨어뜨릴 수 있다"

통합진보당 심상정 이정희 유시민 공동대표.
 통합진보당 심상정 이정희 유시민 공동대표.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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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통합진보당의 고위 관계자는 "민주통합당이 수도권에서 8군데 지역을 열거한 것은 사실이지만 죄다 조건을 달아 우리가 받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며 "정확하게 말하면 서울지역 딱 2곳"이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도 "구체적인 지역을 열거하기는 그렇지만 민주통합당이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우리도 폭로할 게 많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는 "민주통합당이 양보 없이 가겠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야권연대를 하지 말자는 얘기나 마찬가지"라고 비난했다.

이 관계자는 격한 발언도 쏟아냈다. 그는 "우리가 뛰면 수도권 60곳은 민주통합당 후보를 떨어뜨릴 수 있다"며 "분열과 파괴로 우리를 자꾸 구렁텅이로 빠트리면 우리 당은 우리 당의 생존전략을 위해서라도 다가오는 대선까지 바라보면서 야권연대 전략의 노선을 수정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민주통합당의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벼랑 끝 전술'이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현실을 직시하자"고 말문을 열었다. 이번 총선의 목표는 민주진보의 과반의석 차지 아니냐고 되묻기도 했다. 그는 "어떻게 해서든 '이기는 전술'을 짜야 하는데 통합진보당은 양보해야 할 지역구 숫자만 부른다"며 "철저한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민주진보가 이길 수 있는 곳을 가져오면 민주통합당은 정말 어디든 다 내드릴 자세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통합진보당이 말로만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할 게 아니라 어떻게 해서 이길 수 있는지, 그 근거와 자료를 내야 하는데 협상장에서는 '10+10안'만 관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이런 얘기까지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내부적으로 돌려본 시뮬레이션 결과, 민주통합당 최대 120석, 통합진보당은 울산·마산·거제·창원·사천 등을 합쳐 6~7석 정도밖에 안 나온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렇게 되면 민주진보진영이 전체 합쳐 과반 의석을 차지할 수 없는 결론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는 "아무리 반MB 정세가 좋다고 해도 새누리당 텃밭에서는 민주진보가 다 이길 수 없다"며 "수도권에서도 얼마나 해낼지 모르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진보신당은 어떻게 할 것인가

야권연대의 또 다른 당사자인 진보신당 문제도 제기했다. 지난 21일 진보신당은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함께 하는 야권연대 협상에 참여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이들은 이날 양당에 보낸 공문을 통해 소수야당에 대한 호혜존중의 원칙이 담긴 야권연대를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진보신당은 야권연대의 전제조건으로 ▲비정규직 철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부자증세 복지확대 ▲비례대표 확대를 포함한 선거제도 개선 ▲핵발전소 단계적 폐쇄 등 5개 정책을 내걸었다.

민주통합당의 고위 관계자는 "진보신당의 요구에 통합진보당이 어떻게 할지 결론을 내고, 협상장에서 모든 안을 놓고 민주진보진영이 승리할 수 있는 큰 전략을 짜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민주통합당으로서는 진보신당의 유력 주자들이 뛰고 있는 지역에 대해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실제 수도권에서는 작은 표차로 당락이 결정되기 때문에 김종철 부대표가 도전장을 낸 서울 동작을이나 강상구 대변인이 뛰고 있는 구로갑 등 진보신당 후보가 상대적으로 선전을 하고 있는 일부 지역에서는 민주통합당 후보가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통합진보당의 고위 관계자는 "이인영 최고위원이 지난 총선에서 926표차로 떨어졌고 이목희 의원이 300표차로 떨어졌는데 그 원인이 무엇인지 아느냐"며 "수도권에서는 1000표 차로 당락이 왔다갔다 하기 때문에 야권연대는 민주통합당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태그:#야권연대, #통합진보당, #민주통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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