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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평화비행기를 타고 강정을 찾은 사람들이 구럼비 생명평화공원 개장을 축하 하며 강정 포구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 구럼비생명평화공원 개장을 축하하며 18일 평화비행기를 타고 강정을 찾은 사람들이 구럼비 생명평화공원 개장을 축하 하며 강정 포구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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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제주 강정마을에 다시 한번 평화비행기가 떴다. 전국에서 강정마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눈보라를 해치고 모였다. 이날은 구럼비생명평화공원 개장일이었다. 지난해 9월 2일 팬스가 쳐진 후 도저히 들어갈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구럼비에 다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카약을 타고.

그러나 서귀포경찰들은 현수막을 걸었다는 이유(집시법위반 혐의)로 4명의 성직자를 포함해 14명의 시민을 연행했다. 이 과정에서 강정주민들과 활동가들이 구럼비에 만들어 놨던 시설물도 함께 철거해 버렸다.

모두가 끌려 나간 구럼비. 그러나 사람들은 다시 구럼비로 진입했다. 눈보라가 치는 겨울밤. 바람을 가릴 천막하나 없이 모닥불에 침낭을 덮고 서로의 온기로 구럼비에서의 하룻밤을 보냈다. 그리고 이튿날 미사를 위해 구럼비로 진입하려던 사람들은 해경에 의해 저지됐다. 결국, 카약을 타고 바다에 나가 암벽등반하듯 삼발이를 기어 오른 후 다시 카약을 타고 구럼비로 진입할 수 있었다.

꽉 막힌 것 같았던 구럼비로 가는 길이 다시 열리고 있다. 구럼비로 향하는 새로운 길이다. 바다를 건너고 삼발이를 기어오르고, 때로는 무단침입으로 경범죄 2만 원 스티커를 발부 받기도 하지만 구럼비를 향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사람들이 찾아가고 구럼비에서 지내는 시간도 하루이틀을 넘어가고 있었다.

눈보라에 맞서 구럼비를 지키다

카약을 타고서 공유수면인 바다를 건너 구럼비로 향하고 있다. 걸어서 들어가던 길을 이제는 바다를 통해서 들어간다.
▲ 카약택시 카약을 타고서 공유수면인 바다를 건너 구럼비로 향하고 있다. 걸어서 들어가던 길을 이제는 바다를 통해서 들어간다.
ⓒ 한선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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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부터 구럼비에 사람이 살았으니 21일까지 꼭 4박 5일 동안 모든 바람과 눈보라를 맞으며 구럼비를 지킨 것이다.

21일에는 비가 내렸다. 경찰은 비를 피하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만든 비닐 천막을 불법시설물이라고 고지하더니 구럼비를 지키던 김성환 신부와 평화활동가 3인을 연행해 갔다. 이로서 구럼비에 진입했던 사람들 중 18명이 연행됐다.

그러나 구럼비로 향하는 발걸음을 멈추게 할 순 없었다. 22일 오후 박도현 수사가 배낭 하나를 매고서 구럼비에 들어갔다. 비닐 천막이 불법 시설물이라면 침낭하나로 견디겠다며 구럼비에 진입한 것이다.

공유수면에 불법시설물을 설치했다는 이유로 4명이 연행됐다. 시공업체와 경찰이 이야기한 불법시설물은 바로 위의 사진이다. 비가 내리자 침낭과 먹거리가 젖을까 비닐로 만들어 놓은 볼품없는 움막일 뿐이다.
▲ 4인이 연행된 이유, 불법시설물 설치 공유수면에 불법시설물을 설치했다는 이유로 4명이 연행됐다. 시공업체와 경찰이 이야기한 불법시설물은 바로 위의 사진이다. 비가 내리자 침낭과 먹거리가 젖을까 비닐로 만들어 놓은 볼품없는 움막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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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청에선 주민들에게 공문을 통해 구럼비에 대한 출입금지 통보를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해 줬다. 그러나 시공업체 측은 출입금지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출입허가를 한 것도 아니라는 입장을 취했다. 시공업체가 구럼비를 비롯한 강정 바다에 대한 매립면허를 갖고 있다고 해서 시민들이 공유수면에 접근하는 것을 제지하는 것이 올바른 처사인가. 바다와 구럼비는 단지 해군과 삼성의 소유물이 아니다. 국민들의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원한다면 우리의 힘으로 얼마든지 구럼비에 갈 수 있는 것이다.

공권력이 힘으로 사람들을 쫓아내고 시공업체가 위협해도 사람들은 계속 구럼비로 향할 것이다. 생명과 평화를 꿈꾸는자, 구럼비로 오라. 더 이상 구럼비는 막혀있지 않다. 우리는 이제 구럼비로 향하는 새로운 길을 발견했을 뿐이다.

23일 오후 1시에는 21일 연행된 4인에 대한 체포적부심 재판이 열린다. 1월과 2월간 연행자가 80여 명에 달하는 강정마을. 법이 이번엔 어떤 판단을 내릴 지 사뭇 궁금해 진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카톨릭뉴스 지금여기에도 송고됐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강정마을, #해군기지, #구럼비생명평화공원, #카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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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기지와 평화의 문제를 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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