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18일 구럼비 바위에서 기도하겠다는 문규현 신부를 경찰이 집시법 위반이라며 질질 끌고 가고 있다. 구럼비 바위는 공유수면 지역으로 제주도지사의 출입금지 구역 지정고시없이는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하지만 경찰은 이곳에서 불법연행을 밥먹듯 자행하고 있다.
 18일 구럼비 바위에서 기도하겠다는 문규현 신부를 경찰이 집시법 위반이라며 질질 끌고 가고 있다. 구럼비 바위는 공유수면 지역으로 제주도지사의 출입금지 구역 지정고시없이는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하지만 경찰은 이곳에서 불법연행을 밥먹듯 자행하고 있다.
ⓒ 이우기

관련사진보기


지난 18일 강정마을에서 열리는 제7차 제주해군기지 백지화 범국민대회에 참석했다가 잠시 마을회관 사무실에 들렀다. 마침 안면이 있는 사람이 있어 인사를 하니 지금 구럼비바위에서 공사장 인부들이 공연무대를 무단으로 철거하려고 한다며 막아달라고 했다.

나는 설령 공연무대가 불법적으로 설치되었다고 하더라도 관리청인 도지사가 행정대집행으로 철거해야지 공사장 인부들이 무단으로 철거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설명을 하고 인부들에게 그렇게 전하라고 했다. 그러나 그분은 내가 구럼비바위로 가서 인부들에게 설명해주기를 원했다. 아무래도 변호사이자 법학교수가 직접 설명을 하면 훨씬 설득력이 있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망설여졌다. 하필이면 그 날은 날씨가 몹시 추워 카약을 타고 구럼비바위로 간다는 것이 선뜻 내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분의 간절한 눈초리를 외면할 수 없어 결국 구럼비바위에 가기로 했다.

구럼비바위에 가보니 경찰이 사람들을 막 체포하고 있었다. 당황스러워 경찰에게 도대체 무슨 이유로 체포하는 것이냐고 물어보니 불법집회라고 대답했다. 주변을 돌아보니 사람들은 흩어져 있고 도저히 집회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래서 집회로 보는 근거가 뭐냐고 물어보니 현수막이 걸려 있어 집회라는 것이었다.

어이가 없었다. 현수막 하나 걸었다고 불법집회라고 할 수 있나? 경찰에게 지금 체포는 불법이니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너무 화가 나 그렇다면 "나 역시 불법집회를 하고 있는 것이냐"고 반문하며 나를 체포하라고 하자 경찰은 그 즉시 집시법 위반으로 체포했다. 순간 어처구니가 없어 "이건 불법체포다. 반드시 문제 삼겠다"며 항의를 했으나 경찰은 법원에 가서 따지라며 묵살했다.

도리 없이 경찰차에 실려 서귀포경찰서로 가게 됐고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체포도 당해보고 피의자신문을 받아본 것이다. 조사받는 동안 분노와 비참한 감정이 교차했다.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다. 아버지는 김대중 정부 때 권력에 저항하다 괘씸죄에 걸려 뇌물죄라는 터무니없는 혐의를 뒤집어쓰고 감옥살이를 했다. 나도 결국 엉뚱한 혐의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가게 될까?

석방이 되어 집으로 돌아오니 어머니는 "늙은 내가 자식까지 감옥에 가는 꼴을 봐야 하나"며 눈물지었다. 아내는 "더 이상 제주에 머물면 감옥에 간다. 내가 파출부를 해서라도 생계를 책임질 테니 교수 그만두고 제주를 떠나라"고 간청했다. 가족들이 나보다 훨씬 더 큰 충격과 고통 속에서 힘들어했다.  

강정마을에서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약 50일 동안 해군기지를 반대하다 현행범으로 체포·연행된 사람의 숫자가 111명이나 된다. 추측컨대 그중 태반은 불법체포일 것이다. 막상 몸으로 당해보니 그동안 강정주민들과 활동가들, 그리고 그 가족들이 얼마나 심한 고통 속에서 신음하고 있었는지 이해할 수가 있었다.

해군기지를 찬성할 수도 있고 반대할 수도 있다. 각자의 신념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군기지를 반대한다는 이유로 무차별 체포·연행하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가 없다. 이는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인권을 유린하고 법치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행위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제주도는 국가권력의 횡포에 의해 수많은 도민들의 인권이 무참하게 유린당했던 4·3의 아픈 역사가 있는 곳이다. 그런 제주도에서 또 다시 국가권력에 의해 인권이 참담하게 유린당하는 현실을 보게 되니 가슴이 아프다.

오늘(22일) 이명박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어 야당의 말 바꾸기를 비판하며 제주해군기지 건설 강행을 천명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체포·연행되고 감옥에 가게 될 것 같다. 탄식이 절로 나왔다. 언제까지 평화와 인권의 제단에 희생의 피가 뿌려져야 하는가? 그렇게 비통해 하다가 문득 십자가의 고통이 없이는 부활의 영광이 없다는 말씀이 떠올랐다. 주님께 용기와 지혜를 달라고 기도할 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헤드라인 제주> 등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입니다. 헌법가치가 온전히 구현되는 세상을 꿈꿉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