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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승용차 생산라인에서 한 노동자가 작업 도중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승용차 생산라인에서 한 노동자가 작업 도중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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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3일 전국의 수많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해줄 판결이 내려진다.

이날 오후 대법원은 현대차 사내하청으로 일하다 해고된 최병승씨가 낸 부당해고 구제 관련 소송에 대해 판결한다. 대법원이 이미 2010년 7월 같은 사건에 대해 "현대차 사내하청은 불법 파견이고, 이에 따라 2년 이상 일한 최씨는 현대차 정규직 직원"이라고 판단한 바 있어, 노동계의 기대가 크다.

이후 사건은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돼 같은 내용의 판단이 내려졌고, 23일 대법원의 확정 판결을 통해 사건이 마무리된다. 최씨가 2005년 3월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한 이후 6년 11개월 만의 일이다. 현재 최씨는 2010년 11월 현대차 울산공장 점거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수배 상태에 있다.

이번 판결은 전국의 수많은 제조업 분야의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내용에 따라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노동계는 전국의 제조업 사내하청 노동자의 규모를 최소 100만 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면, 현대차는 대법원에 판결을 미뤄달라고 요청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6년 11개월 만의 판결... "전국 사내하청 노동자 100만 명에게 영향"

최병승씨는 지난 2002년 3월부터 2005년 2월까지 3년 동안 현대차 울산공장 조립라인에서 사내하청으로 일했다. 현대차는 그에게 작업 지시를 내리고 근태 등을 관리 감독했다. 이는 원청회사가 하청업체 노동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제조업에서 금지돼있는 '파견'에 해당됐다.

당시 파견노동자는 2007년 7월 개정 전의 파견근로자보호법에 따라 직접고용간주 규정('2년 이상 파견노동을 하면, 원청회사에 직접 고용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을 적용받을 수 있었다.

노동부는 2004년 9~12월 실태조사를 통해, 현대차 울산·아산·전주공장의 121개 사내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1만 명이 불법 파견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이에 따라 최씨를 비롯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정규직화를 요구했고 이는 대규모 해고로 이어졌다.

최씨는 현대차 등을 상대로 부산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했지만 기각 당했다. 이후 1심(서울행정법원), 2심(서울고등법원)에서는 "불법 파견의 경우 직접고용간주 규정을 적용받을 수 없다"고 판결해 최씨를 비롯한 많은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실망을 안겼다.

하지만 2010년 7월 대법원이 최씨의 손을 들어주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대법원은 최씨에게 직접고용간주 규정을 적용하지 않은 원심에 대해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며 파기했다. 최씨를 현대차 정규직 직원으로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심리와 판단을 다시 하라며 사건을 돌려보냈고, 2011년 2월 서울고등법원은 대법원과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이후 1년 만인 오는 23일 대법원은 이 사건에 대한 최종 확정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대법원이 또 다시 "최씨가 현대차 정규직 직원"이라고 판단할 경우 막대한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는 게 노동계의 분석이다.

현대차 생산직 사내하청 노동자만 8000명에 달한다. 이미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1940명은 2010년 11월 자신이 현대차 정규직 직원인지를 확인해달라는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법원에 제기해 심리가 진행중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0년 8~9월 기준 전국 300인 이상 사업장 1939곳의 사내하청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의 24.6%인 32만6000명에 달한다.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집행위원은 "사회 분위기가 무르익었고, 이미 2010년 7월 대법원이 판결을 내린 만큼, 판결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이 경우 현대차를 비롯해 최소 100만 명으로 추정되는 전국 제조업 사업장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차, 판결 연기 신청... 사내하청 노동자 "불순한 의도"

지난 8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정문에서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노동자들이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정문에서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노동자들이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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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현대차는 대법원에 판결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현대차는 지난 15일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통해 선고기일 연기신청서를 제출했다.

현대차는 울산공장 내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낸 근로자지위확인소송과 관련해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 재판부의 현장검증 결과가 곧 나온다며 이를 살펴봐달라고 요청했다. 앞으로 한 달 이내에 완성될 국내 저명 대학 민법 교수의 의견서 검토도 제안했다.

또 "각급 법원에서 유사한 쟁점의 사건들이 계속된다, 사건 결과에 따라 수십만 건의 소송이 법원으로 쇄도할 것"이라며 "이번 사건은 근로자 1인에 관한 행정사건이지만 세간에서는 그렇게 보지 않는 시각도 다수 존재한다, 다른 사건과 함께 판결해달라"고 강조했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20일 대법원에 선고연기 반대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현대차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현대차 노동자와 그 가족 4905명의 서명이 담긴 탄원서에서 "이 사건과 관련한 현장검증은 이미 2004년 노동부에서 실시해 불법파견 판정이 내려졌다"며 "(2010년 7월 대법원 판결 이후 공장 내 상황이 바뀐 가운데) 최근에 이뤄진 현장검증 결과를 살펴봐달라는 요청은 사실을 왜곡하려는 불순한 의도"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한 "불법파견을 바로잡으려던 노동자 200명 이상이 해고됐다, 이번 선고는 수많은 노동자의 생존과 직결된 중요한 사안"이라며 "재판부가 사회적 강자인 재벌의 편에 서는 것이 아니라, 사회 약자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에서 23일 선고해 줄 것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태그:#사내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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