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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9년 2월 26일자 <한국일보> 사회면 기사.
 지난 2009년 2월 26일자 <한국일보> 사회면 기사.
ⓒ 카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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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2월 서울남부지방검찰청 형사5부(부장검사 김석우)는 SRM(광우병특정위험물질) 함유 가능성이 있는 미국산 LA갈비를 시중에 유통시킨 혐의로 선아무개씨를 구속기소했다. 당시 검찰은 선씨의 범죄혐의로 ▲ 광우병위험물질 함유 우려 ▲ 유통기한 경과 ▲ 호주산 둔갑 등을 제기했다.

이를 바탕으로 언론들은 "광우병 우려가 있는 미국산 쇠고기를 호주산으로 둔갑시켜 유통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수개월 동안 촛불집회를 열 만큼 '광우병'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국민들에게도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당시 검찰총장은 수사성과를 인정해 수사팀에 500만 원의 격려금까지 내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호주산 둔갑' 부분을 뺐고(2009년 2월, 1차기소), '축산물가공처리법 위반'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탈세혐의'를 추가했다(2009년 8월, 3차기소). 결국 지난 10일 서울남부지방법원 합의12부(부장판사 김용관)는 미국산 쇠고기 유통과 관련된 선씨의 혐의에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 "광우병 우려 쇠고기 12톤 유통해 1억7000여만 원 편취"

<오마이뉴스>가 1심 판결문을 입수해 검토한 결과, 선씨에게 '국민의 건강을 볼모로 돈벌이를 한 쇠고기 유통업자'라는 굴레를 씌운 이 사건은 증거가 부족하거나 아예 없는 걸로 드러났다. "검찰이 실적을 쌓으려고 무리한 수사를 벌였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대목이다.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에 따르면, 2003년 12월께 미국에서 광우병 감염이 의심되는 소가 발생하자 농림부가 '미국산 쇠고기 SRM 제품 회수, 반송, 폐기'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선씨가 근무하고 있던 한국까르푸에서도 'SRM뿐만 아니라 매장에 진열 및 보관 중인 모든 미국산 쇠고기 일체의 폐기'를 결정했다.

 9일 저녁 서울 종로 보신각앞에서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주최로 열린 제94차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촛불을 높이들고 '이명박 퇴진'  구호를 외치고 있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주최 제94차 촛불문화제(2008년 8월)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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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선씨가 이러한 결정을 어기고 한국까르푸 31개 매장에서 판매중인 LA갈비 등 미국산 쇠고기 29.727톤을 수거한 뒤 무자료거래를 통해 12.758톤을 유통시켜 1억6577만여 원의 이익을 얻었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검찰은 선씨가 유통시킨 미국산 쇠고기의 경우 "광우병 의심 우려가 있고 유통기한이 지나 인체의 건강을 해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검찰은 선씨가 "창고들에 보관 중인 LA갈비 12.758톤을 유통기한이 경과하지 않은 정상적인 제품인 것처럼 제품표기사항 스티커를 허위로 작성한 다음 이를 포장면에 부착했다"고 밝혔다. 유통기한 허위작성에는 LA갈비 포장랩에 붙어 있던 제품표기사항 스티커를 칼로 오려내는 방법이 사용됐다는 것이 검찰쪽의 판단이다.

결국 검찰은 광우병 우려가 있어 폐기해야 할 미국산 LA갈비를 유통기한까지 속여 시중에 판매했다고 보고 선씨를 세 차례(탈세혐의 기소 포함) 기소했다. 이에 따라 선씨는 지난 2009년 2월부터 9월까지 7개월간 '미결구금' 상태에 있었다.

"일부 학자의 이론만으로 광우병 우려 있다고 볼 수 없어"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먼저 '광우병 우려가 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과 관련해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모든 뼈의 골수에 광우병 원인체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일부 학자들의 견해를 소개한 인터넷 신문기사 등의 기재만으로 이 사건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있는 등 유해물질 포함 우려가 있는 축산물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어떤 축산물에 유해물질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진위가 밝혀지지 않은 일부 학자들의 과학적 이론 내지 가설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유해물질이 들어 있을 우려'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게다가 재판부에 제출된 한국까르푸의 내부문서('미국산 쇠고기 재고처리절차')에는 "미국산 쇠고기 재고를 반품처리하여 이를 상품의 종류와 품질에 따라 분류한 다음, 도매나 식자재 등으로 일괄판매 또는 폐기한다"고 적혀 있었다.

이는 "한국까르푸에서도 'SRM뿐만 아니라 매장에 진열 및 보관 중인 모든 미국산 쇠고기 일체의 폐기'를 결정했다"는 검찰 쪽 주장과 완전히 다른 부분이다. 

'유통기한을 허위로 작성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에도 법원은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제품표시사항 스티커를 칼로 오려내는 등의 방법으로 유통기한을 허위로 작성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강아무개는) LA갈비는 랩포장을 하고 제품표기사항 스티커를 붙인 후 다시 랩포장을 하기 때문에 스티커를 칼로 오려내면 랩도 같이 뜯어진다고 진술하고 있어 과연 랩까지 같이 떨어지게 됨에도 불구하고 수천 개에 달하는 포장랩의 스티커를 칼로 오려냈다는 한아무개의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냉동육의 유통기한이 10개월인지 확신할 수 없어"

 대형마트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본격적으로 판매에 시작하는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로 이마트용산점에서 광우병대책위 회원들이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항의하며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대형마트의 미국산 쇠고기 판매에 항의하는 기자회견(2008년 11월)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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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한국까르푸 전국 매장에서 수거한 뒤 M사 냉동창고에 이동시킨 LA갈비의 제조일자는 '2003년 11월 20일부터 2003년 12월 12일까지'로 기재돼 있어서 "2004. 6. 30을 기준으로 유통기한 10개월이 경과하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1)LA갈비세트의 훼손된 랩을 복구한 뒤 변조된 스티커를 붙여 창고에 입고하였거나 (2)M사와 공모해 입고확인서를 허위로 작성한 다음에 (1)의 작업을 했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아무개가 작성한 '그 상태에서 유통기한 연장이 가능한가, 제조업체에서 연장한 라벨이 가능한가'라는 메모만으로 (1)과 (2)를 인정하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이어 재판부는 "냉동육의 유통기한은 반드시 10개월로 정해진 것은 아니고 12개월 또는 그 이상으로 정해지는 경우도 있고, P사는 서울 강동구청에 수입 LA갈비의 유통기한을 제조일로부터 14개월로 한 품목제조보고서를 제출했다"며 "(이를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로만으로 이 사건 미국산 LA갈비의 유통기한이 10개월이라고 확신할 수도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이러한 판단들을 바탕으로 재판부는 "축산물가공처리법 위반의 점은 어느 모로 보나 그 유죄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결론내렸다. 이어 "축산물가공처리법 위반에 대한 범죄의 증명이 없는 이상 광우병 의심 우려가 있거나 유통기한이 경과한 쇠고기를 정상적인 쇠고기인 것처럼 판매함으로써 피해자들로부터 판매대금을 편취하였다는 이 사건 사기의 점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그 유죄의 입증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당시 서울남부지검에서 이 사건을 지휘했던 이상억 현 광주지검 강력부장은 20일 직원을 통해 <오마이뉴스>에 "할 얘기가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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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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