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2012 프로농구가 막바지다. 정규리그 우승은 동부가 차지했다. 사실상 6강 플레이오프 진출 팀도 가려졌다. 각 경기가 갖는 의미가 많이 약해졌다. 동부가 몇 연승을 할 수 있을지, 6강 플레이오프에서 5위, 6위가 어떻게 정해질지 정도가 화두다.

 

정규리그 1위부터 4위까지는 사실상 정해졌다. 동부-KGC 인삼공사-KT-KCC 순이다. 치열한 지점은 5위와 6위다. 5위 모비스와 6위 전자랜드는 0.5경기 차이다.

 

프로농구 플레이오프는 1-4-5위 그룹, 2-3-6위 그룹으로 나뉘어 토너먼트로 치른다. 4위와 5위가 맞붙어 승자가 1위를 만난다. 3위와 6위 승자가 2위를 상대한다. 사실상 동부와 KCC가 한 그룹으로 가고, KGC 인삼공사와 KT가 또 다른 축을 이룬다. 모비스와 전자랜드가 어느 쪽에 속할지는 아직도 안개속이다.

 

 전자랜드 허버트 힐

전자랜드 허버트 힐 ⓒ KBL

 

흥미로운 점은 동부와 KCC가 같은 그룹으로 묶였다는 점이다. 동부는 올 시즌 최고의 팀이다. 어쩌면 KBL 역사상 최강의 팀이 될 수도 있다. 누구나 피하고 싶다. 어쩔 수 없이 만난다면 챔피언 결정전에서 만나는 게 최선이다.  

 

KCC도 만만치 않다. KBL 대표 '슬로우스타터'다. 플레이오프에 강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정규리그 3위로 플레이오프에 오르고도 우승 경험이 있다. 하승진이 버티고 있는 높이는 단기전 최고의 무기다. 게다가 외국인 선수 디숀 심스를 자밀 왓킨스로 바꿨다. 왓킨스는 한 때 KBL 골밑을 지배했던 선수다. KCC가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제대로 전력보강을 하고 있는 셈이다. 동부와 KCC가 버티고 있는 쪽이 '죽음의 조'가 됐다. 

 

반면, KGC 인삼공사와 KT가 버티고 있는 쪽은 좀 더 수월하다는 평가다. KGC 인삼공사의 경험 부족, KT의 낮은 높이가 약점이다. '죽음의 조'로 보이는 동부-KCC 그룹보다는 수월해 보인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5위로 플레이오프에 올라가 죽음의 조에 속하느니, 6위로 동부, KCC를 피하는 게 이득이다. 모비스와 전자랜드의 행보가 주목 받는 이유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이 17일 KT와 경기에서 이현민-강혁-임효성-이현호-박광재를 주전 선수로 내세웠다. 주포 문태종은 빠졌다. 주전 가드 신기성도 뺐다. 문태종이 16분, 신기성이 13분 코트를 누볐다. 허버트 힐은 지난 15일 KGC 인삼공사와 경기서 발목 부상을 입었다. 이날 경기 엔트리에서 아예 제외했다. 힐 복귀는 오는 23일 정도로 예상돼 있다.

 

전창진 KT 감독은 "전자랜드가 국내선수 라인업은 최고인 팀 아닌가. 스타팅 라인업에 실망했다"며 솔직한 감정을 밝혔다. 경기 내내 벤치에서 지켜보기만 했다. 실질적인 경기 운영은 김승기 코치에게 맡겼다.

 

현재 프로농구 입장에서, 그리고 요즘 프로 스포츠 흐름에서 이런 결정이 올바른가 생각해 볼 때다. 프로농구는 제2의 전성기를 위해 안팎으로 노력중이다. 프로 스포츠 전체적인 흐름은 승부 조작 때문에 흉흉하다. 팬들은 기대감과 실망감을 동시에 느끼는 중이다.

 

 유도훈 감독

유도훈 감독 ⓒ KBL

 

핵심과 본질을 다시 짚어봐야 한다. 프로 스포츠의 존재 이유는 팬이다. 이날 경기를 보러 갔을 전자랜드 홈 팬들을 생각하면 안타깝다. 죽음의 조에 속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전제하더라도, 성의는 보여야 한다. 문태종과 신기성의 체력안배가 목적이면, 적어도 스타팅 멤버에서 빼지는 않았어야 한다.

 

"부상이 걱정됐다"는 유도훈 감독의 말은 '꼼수'밖에 안 된다. 차라리 "6강 플레이오프가 확정됐고, 주축 선수들 나이가 많아 체력 안배 중이다" 정도로 말하는 편이 쿨했다. 대놓고 "6위 하고 싶어요"라고 하지는 못 하더라도 적절한 합의점 정도는 될 수 있었다. 

 

앞으로 모비스, 전자랜드 순위가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조금만 농구에 관심 있는 팬이면, 6위로 올라가 KGC 인삼공사, KT를 만나는 게 5위로 올라가 동부, KCC를 만나는 것보다 수월하다는 점은 안다. 체력 안배도 좋고, 순위 조절도 좋다. 하지만 적어도 홈경기에서는 팬들을 생각하는 배려가 필요하다. 1쿼터 시작부터 '가비지 타임'을 만드는 것은 지금 프로농구, 요즘 승부조작으로 얼룩진 프로 스포츠계에서는 사치다.

덧붙이는 글 | http://blog.naver.com/komsy

2012.02.18 11:47 ⓒ 2012 OhmyNews
덧붙이는 글 http://blog.naver.com/kom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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