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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에 앞서 미사를 집전하고 있는 박홍표 신부(삼척핵백지화투쟁위원회 상임대표).
 강연에 앞서 미사를 집전하고 있는 박홍표 신부(삼척핵백지화투쟁위원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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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없는 세상을 위한 탈핵 강연회'가 15일(수) 저녁 7시 강원도 삼척시 '삼척핵백지화투쟁위원회(박홍표 상임대표)' 사무실에서 열렸다.

이날 강연회는 그동안 삼척핵백지화투쟁위원회(이하 백지화투쟁위)가 매주 수요일 저녁 야외촛불문화제 형식으로 개최해온 원자력발전소 유치 반대 운동을 실내로 장소를 옮겨 강연회 형식으로 진행한 것이다. 그동안 야외촛불문화제는 백지화투쟁위 주관으로 26차까지 진행했으며, 최근 야외활동이 어려울 정도의 한파 탓에 장소를 옮기게 됐다. 백지화투쟁위는 2월에 3회에 걸쳐 탈핵 강연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15일에는 김익중 교수(동국대학교 의과대학)가 '방사능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강연했으며 삼척시민 200여 명이 참석했다. 장소가 좁아 일부 시민은 사무실 뒤에 서서 강연을 경청해야 했다.

김익중 교수는 15일 강연에서 '핵'과 관련해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일부 '상식'이 사실은 핵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거짓'이며, 핵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역시 축소되거나 왜곡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 단가에서 원자력이 태양광보다 싸다는 상식을 부정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전기를 생산하는 단가는 2010년 이후 역전돼 태양광이 원자력보다 더 싸졌다는 것이다. 그 사이 태양광 발전 기술이 향상돼 생산 단가를 크게 낮춘 결과다. 원자력은 단가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김 교수는 이제 원자력이 싸다는 논리는 거짓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 설비는 계속 증가하는 반면에 원자력 발전 설비는 정체돼 있거나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태양광 같은 재생 에너지 비중을 줄이고 오히려 '원자력 르네상스'라는 말까지 써가며 점차 사양산업으로 전락하는 원자력의 비중을 늘리느라 애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핵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서, '기준치 이하는 안전하다'는 말 역시 허구라고 못박았다. 방사선은 많이 쬐면 많이 쬘수록 그만큼 암 발생도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피폭량과 암 발생은 비례한다. 의학적으로 봤을 때, 방사선을 적게 쬐면 암이 적게 발생하고, 많이 쬐면 암도 그에 비례해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암은 방사선량이 '기준치'를 넘어서야만 갑자기 생겨나는 게 아니다. 방사선량이 적다고 해서 안전하다는 말은 의학자들이 아니라 원자력 산업 공학자들이 만들어낸 것으로, 의학적으로 전혀 신뢰할 만한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는 심지어 "기준치 이하라서 안전하다고 말하는 건 살인행위"라고 단언했다.

원자력 대국에서만 일어나는 원전 사고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파 사고 이후 방사능 오염도를 나타내는 지도를 설명하는 김익중 교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파 사고 이후 방사능 오염도를 나타내는 지도를 설명하는 김익중 교수.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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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금까지 대규모 핵 사고를 일으킨 미국(스리마일)과 소련(체르노빌), 그리고 일본(후쿠시마)을 살펴보건대, 앞으로 핵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나라로 프랑스와 한국을 꼽았다. 이들 다섯 개 나라는 모두 원자력발전소 규모로 대국에 속하는 나라들이다.

원자력발전소 보유 개수에서 미국(104개)과 구소련(66개, 러시아 32개), 프랑스(58개)가 1, 2, 3위를 달리고 있고 일본(54개)과 한국(23개)이 4, 5위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그런데 미국과 소련, 일본에서 사고가 발생했으므로 그 뒤를 이어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가 바로 프랑스와 한국이라는 것이다.

물론, 미국과 구소련 지역 역시 여전히 사고 가능성이 높은 나라다. 원자력발전소를 많이 보유하면 보유할수록 그만큼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도 높아진다. 게다가 한국은 다른 원자력 대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토 면적이 작다. 그래서 원자력발전소 밀집도로는 세계 최고다.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그만큼 피해도 커지게 되어 있다.

밀집도 2등인 벨기에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탈핵' 결정을 내렸다. 다른 나라들도 원자력발전소가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는 추세로 가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에서는 계속해서 원자력발전소를 늘리고 있다. 그만큼 한국은 사고 위험성을 키우고 있는 꼴이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일어난 사고로 일본은 전 국토의 70% 정도가 오염됐다. 그리고 전 국토의 20%가 사람이 살기 힘든 고농도 오염 지대다. 일본이나 다른 나라의 예를 봤을 때 한국에서 사고가 났을 경우엔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피해를 입게 돼 있다고 경고했다.

노후 원자력발전소 역시 사고 위험을 높인다. 후쿠시마에서 사고가 일어난 4개 원전 모두 30년이 넘은 원자력발전소들이다. 결국 그 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원자력발전소의 개수와 가동 연한(나이)이 사고가 일어날 확률을 높이는 중요한 원인이 되는 셈이다.

"우리나라 원전은 지진 시 자동으로 정지하는 시설조차 없어"

후쿠시마 비등형 원자로와 한국형 가압 경수로를 비교 설명하고 있는 김익중 교수.
 후쿠시마 비등형 원자로와 한국형 가압 경수로를 비교 설명하고 있는 김익중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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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한국의 원자로가 일본의 원자로와는 설계 방식이 달라 안전하다는 논리 또한 신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후쿠시마의 비등형원자로나 한국형 가압 경수로나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은 늘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일단 멜트다운(노심용융)이 일어나면, 원자로 설비가 어떻게 돼 있든 아무 소용이 없다.

한국의 원자력발전소 역시 크고 작은 사건과 사고들이 계속해서 발생했다. 정부는 더러 그런 사실들을 숨겨오기도 했다. 그러니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원전은 일본과 달리 지진이 일어났을 때 자동으로 정지하는 시설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다. 우리가 더 안전하다고 말하는 건 무리라는 얘기다.

그의 강연은 짧고 명쾌했다. 원자력산업에 종사하는 공학자들처럼 난해한 용어를 가져다 써서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지도 않고, 모호한 표현으로 본질을 흐리지도 않았다. 근거는 학계에서 검증된 자료를 가져다 쓰고, 논리는 핵으로부터 인간의 생명을 지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는 강연을 마무리하면서 "전 세계가 어깨동무하고 탈핵으로 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거기에 따라가면 된다"며 "내 나이 쉰둘이다, 30년 내로 탈핵되고 마지막 핵발전소 끄는 것 보고 가겠다, 그게 내 결심이다"라고 말해 청중들로부터 박수 세례를 받았다.

김익중 교수의 강연에 이어 다음 강연회 역시 수요일 저녁 7시 백지화투쟁위 사무실에서 열린다. 오는 22일에는 환경운동가 김혜정씨가 '원정과 정부정책'을 주제로 강의를 하고, 29일에는 변호사 이덕우씨가 '주민투표와 주민소환에 대한 법률 해석'을 주제로 강의를 할 예정이다. '주민투표와 주민소환에 대한 법률 해석 강의'는 4·11총선 이후 삼척시 김대수 시장을 대상으로 주민소환운동을 벌이게 될 것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김익중 교수는 경주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및 경주핵안전연대 운영위원장으로, 반핵의사회를 창립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경주에 핵폐기장이 들어서는 걸 계기로 환경단체에서 활동하게 됐다.


태그:#김익중, #탈핵, #삼척, #박홍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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