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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는 13일 "현 정권들어 청와대 수석이 여러 가지 비리로 3명이나 사퇴했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는 13일 "현 정권들어 청와대 수석이 여러 가지 비리로 3명이나 사퇴했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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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대표와 최고위원들의 허니문은 끝났다. 모바일 혁명으로 80만 국민이 경선에 참여하는 감동의 통합을 이뤘지만, 당직인사, 공심위원 선정과정, 한미FTA 후속 대응, 석패율 논란, 조용환 헌법재판관 인준 부결, 야권연대. 국민은 답답하고 지지자의 불만은 터진다. 작두날 위에 선 심정으로 단호한 입장을 견지하고 실천할 때다."

민주통합당 이인영 최고위원이 선제구를 날렸습니다. 13일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최고위원은 작심한 듯 한명숙 대표를 향해 잽을 던졌지요. 허니문 기간이 끝났으니 앞으로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봐주고 넘어가는 일은 없을 거라는 일종의 선전포고였습니다. 이 최고위원만 그런 입장인 것은 아닙니다.

김부겸 최고위원도 민주통합당의 성찰을 주문했습니다. 김 최고위원은 "집권세력에 대한 분노만으로 총선 승리를 예단한다는 것은 돌짐 지고 물에 뛰어드는 것과 같다"며 "열린우리당 시절 우리는 무엇이 부족했나 반성하면서 국민을 살리는 정책을 하나하나 짚어내고 좀 더 겸손하게 다가가야 국민들이 우리를 주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총선 60일 아직도 길다"며 "미리부터 축배를 든다는 오해를 줌으로써 민심이 떠나게 하는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습니다.

두 최고위원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같은 날 민주통합당 지도부에게 '자성의 거울'을 비췄습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가 옛 민주당과 손잡고 어렵사리 통합을 이뤘지만, 정작 새롭게 통합된 민주통합당이 딱히 새로워졌다고 평가할만한 혁신의 내용은 무엇인가 자문해봐야 한다는 충고이지요.

전략도 없는 무능한 정당... 계파별 나눠먹기까지?

민주통합당에 자성의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나선 것은 이들이 처음은 아닙니다. 외부에서 먼저 민주통합당의 행태를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10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민주통합당이 권력을 이미 잡은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며 "공천심사 과정이 당 강령이나 정체성과 관계없이 계파 나누는 문제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향후 공천과정에서 계파별 나눠먹기를 하다보면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분을 뽑기보다는 계파 이익에 함몰되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국회 인준 부결에 대해서는 원내 전술이 똑바른 것이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진표 원내대표가 일부러 새누리당(옛 한나라당)에 협조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민주통합당이 오래도록 끌고 왔던 조 후보자 문제를 전략적으로 실패한 것은 결과적으로 무능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질타했습니다.

전직 법무부 장관이자 서울시장 후보로도 출마했던 강금실 변호사도 조국 교수의 이 같은 지적에 동의했습니다.

강 변호사는 지난 9일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려 "조용환 변호사가 헌법재판관이 될 수 없는 세상인가. 어이없다"며 "19대 국회 가서 하자고 했거늘 민주당의 첫 작품이 겨우 이거냐, 전략전술도 없는 나이브함. 국민에게 버림받은 새누리 정치인들에게 조용환을 먹이로 바치다니. 민주당의 정체성은 뭐냐"고 따졌지요.

그는 또 "두 달 뒤 총선 후면 당연 통과될 헌법재판관 후보를 어이없이 완전 탈락시키다니. 이런 민주당을 믿고 총선을 치를 수 있겠나"라며 "국민이 새누리를 싫어한다고 거저먹으려 드는 건가. 국민이 호구냐. 앞날이 걱정이 된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습니다.

"국민이 호구냐?"

선대인 세금혁명당 대표는 "한명숙 지도부에 대해 할 말이 너무 많다"며 "과감한 개혁을 하겠다고 했는데 개혁은 온 데 간 데 없고 기존 당내 역학관계에 충실한 측근인사 중요 자리 앉히기 등이 역력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선 대표는 14일 오전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김진표 원내대표는 적진에 가서 적장의 목을 베기는커녕 날마다 뒤통수를 맞고 돌아오는데 그런 장수를 아직도 살려두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며 "선출직이긴 하지만 그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장수교체를 통해 아군의 사기를 떨어뜨리지 않도록 하는 노력도 기울여야 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공심위원 중에도 재벌개혁에 적극 나섰다기보다는 오히려 재벌의 편의를 봐주며 후퇴했던 의원들을 앉혔으니 그들이 해낼 공천이라는 게 과연 개혁공천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입니다. 박기춘 의원은 스스로 토건파라 부르는 이고, 백원우 조정식 의원 등도 "모두 무능한 김진표 원내대표의 영향권 아래 있는 사람들인데 무엇으로 개혁을 말하겠다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는 것이지요.

이 같은 민주통합당의 전략과 비전, 정책노선을 둘러싼 비판이 끊이지 않고 계속 터져 나오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80만 국민의 힘으로 민주통합당에 모아준 국민적 기대와는 정반대의 일을 도모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는 민주통합당의 애매모호함을 늘 비판합니다. 전략부재와 모호한 정책노선이 늘 국민을 헷갈리게 하고 결국 그것이 '국민적 배신'으로 귀결됐다는 것이지요. 애당초 혁신을 기반으로 통합을 이루자고 했었던 민주통합당. 지난 1개월간 새 지도부는 과연 무엇을 정치적으로 혁신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요?

혹여 다가오는 4·11 총선에서 세력간 나눠먹기로 권력을 분점하게 된다면 민주통합당은 어디로 가게 될까요? 정치권 사정에 밝은 한 학자는 이번 공천 과정에서 각 계파가 서로 권력을 많이 갖기 위해 치열한 전투를 벌일 것이며 많은 수를 점한 계파가 결국 이 당의 노선과 전략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그러니까 지금 국민의 눈에는 딱히 보이지 않지만, 민주통합당 내부에서는 벌써 치열한 이전투구가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어느 계파가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할 것인가 피를 부르는 활극은 이미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이지요.

공천 탈락자들은 조용히 물러나지 않을 것이고 내부적으로 상당히 큰 상처를 내면서까지 지도부를 흔들 것이며, 다수파가 된 계파는 새로 갖게 된 힘을 쓰느라 권력투쟁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어찌 보면 총선 이후에나 그려봄직한 그림입니다. 현재의 민주통합당 지도부가 처한 현실에서 한 발 더 나간 걱정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당장 4·11 총선에 도전장을 낸 예비후보들은 최근 당내 사정을 어떻게 평가할까요?  

"지도부님 총선 이슈를 만들어주세요"

서울 중랑을 지역구에 도전장을 낸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13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당 지도부가 선거이슈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의 얘기를 좀 더 들어보시겠습니다.

"우리 당 지도부는 범야권이 모두 힘을 합쳐 이번 총선에서 이기면 무엇을 하겠다는 청사진을 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당 지도부는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명박 정권의 무엇을 어떻게 심판하겠다, 그러니까 우리 역사에서 반드시 이명박 정권 같은 정권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무엇을 하겠다, 그 무엇이 뭔지 모르겠습니다. 이 와중에 다수당이 된들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과거 열린우리당의 문제점을 되풀이하지 않을지 걱정입니다."

그는 민주통합당 지도부가 제대로 된 선거 이슈를 못 만들어내고 있다는 데 분개했습니다. 날마다 새누리당에서 터지는 섹시한 뉴스거리에 비한다면 민주통합당의 뉴스는 고작 공천심사기준이라니 답답할 노릇이라는 게지요.

의제선점에서 뒤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권력형 비리가 눈앞에서 터지고 있는데 국회의원들은 말로만 정치를 할 게 아니라 실체적 진실에 다가갈 수 있는 탐문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명박 정권의 측근 비리를 낱낱이 파헤치고 그것이 날마다 신문 머리기사로 도배돼야 우리 국민들이 아 민주당 일 좀 하는구나 느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다들 어디서 무엇을 하고 계신가요? 묻고 있었습니다.

물론 다들 현재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금배지를 달려고 선거운동에 여념이 없겠지요. 그러나 차기 총선에서 당선되기 위한 선거운동을 하느라 현재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잊어서야 되겠습니까.

민주통합당은 늘 소수 야당의 한계를 토로했습니다. 아무리 싸워보려고 해도 다수당인 새누리당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국회에서 다수 의석을 만들어 힘껏 싸워보겠노라 주장합니다. 지금 당장은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으니 다가오는 총선의 선거운동에 집중하고 4·11 총선 이후 승자가 되어 칼을 휘두르자고 합니다. 그게 맞는 얘기일까요?

여하튼 국민은 민주통합당의 속뜻을 이해하고 힘을 모아주었습니다. 그것도 80만 대군이나 되는 힘을 지도부 구성에 보탰습니다. 그러나 국민들은 또 좌절하는 중입니다. 민주통합당에 아무리 힘을 보태도 똑 부러지게 해내는 일이 단 한 건도 없으니 또 실망합니다. 역시 민주당은 안 되는 정당이구나 학습을 하는 중입니다. 이렇게 절망해도 되는 걸까요?

한명숙 대표는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까요?


태그:#한명숙, #민주통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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