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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출판된 '운명이다'(자서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출판된 '운명이다'(자서전)
ⓒ 조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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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제 본격적인 입시에 들어가게 된 고등학생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그렇듯, 앞날이 어떻게 될 지 두렵고, 제대로 힘든 입시 전쟁을 치루어 낼 수 있을지 두려움이 큰 시기에 놓여 있습니다. 하지만 전 그러한 이유로 힘들어 하고 괴로워 하는 다른 대다수의 학생들과는 다릅니다. 저에게는 확실한, 제가 가야만 하는 '꿈'이 있기 때문입니다.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저의 꿈은 '정치인'입니다. 일반적인 학생들의 꿈과는, 특히 요즘 학생들의 꿈과는 거리가 있는 목표입니다. 하지만 저는 제 꿈에 대해 자부심이 넘치고, 반드시 이를 이루고 싶다는 열정에 가득 차 있습니다. 왜 일까요? 이는 저에게 정치인이라는 너무나 소중한 꿈을 가지게 해 준 사람 때문입니다. 이미 위의 사진을 통해 아셨겠지만, 그 사람은 노무현 전 대통령 입니다. 저만의 영웅, 바보 노무현.

대통령비서실로 부터 날라왔던 봉투
 대통령비서실로 부터 날라왔던 봉투
ⓒ 조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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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년에게 정치를 말해주다

제가 정치에 대한 꿈을 가지게 된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무렵이었습니다. 그것도 매우 극적인 순간을 통해, 단 이틀만에 말이죠. 그 전까지는 다른 아이들 처럼 과학자, 의사, 경찰관 등을 꿈꾸던 아이였던 것이 저였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꿈을 바꾸게 된, 아니 확실한 꿈을 찾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안타깝지만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입니다.

당시 친구들과 밖에서 한참을 뛰어 놀던 중 저는 친구로 부터 '야, 노무현인가? 그 전 대통령 죽었데'하는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순간 놀라긴 했지만 '아, 그래?'하고 넘어갔습니다. 정치에 아무런 관심도 없는 초등학생이었으니까요. 다만 대통령이었던 사람이 죽었던 것에 대해 순간적으로 살짝 신기했던 것 뿐이었죠.

그런데 제가 친구와 헤어진 뒤 집에 들어와 어머니께 그 소식을 전해들이자 어머니는 깜짝 놀라셨습니다. 설거지 중이던 접시를 떨어뜨려 버리실 정도로. 그리고는 금새 TV 앞으로 뛰어가셨고, 급보로 관련 사실이 보도되는 것을 보고는 너무나 안타까운 표정을 하셨습니다. '아 … 결국은 …'이라는 말과 함께.

그 당시 제가 알 수 있었던 것은 '노무현이라는 사람, 엄마가 이렇게 안타까워 할 만큼 대단한 사람인가 보다' 정도 뿐이었습니다. 호기심이 발동했죠. 그래서 어머니께 '엄마, 노무현이라는 사람이 누구야? 그 사람 뭐하는 사람인데 죽었어?'라며 물어댔고, 이에 어머니 께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들을 저에게 들려주셨습니다. 간략하게나마 그 사람이 무엇을 한 사람인지,

어머니가 간략하게나마 알려준 '인간 노무현' '정치인 노무현'의 삶은 저에게 너무나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영웅' 그 자체였죠. 그 뒤 저는 인터넷, TV, 책 등 다양한 매체들을 통해 노무현을, 한국 정치를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고, 마음속에 '정치인이 되고 싶다'라는 확고한 꿈을 품게 되었던 것입니다. 너무나 비극적인 역설이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가 한 소년에게는 정치라는 것을 그 무엇보다도, 그 누구보다도 확실하게 가르쳐 준 것입니다.

필자를 두근 거리게 했던 추억
 필자를 두근 거리게 했던 추억
ⓒ 조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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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에 대한 애정, 그의 '선물' 을 보고 되살아나다

그런데 갈수록 커져가던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과 애정은 보다 다양한 정치 관련 자료, 소식, 책 등을 접하며 사그라 들어 갔습니다. 그도 하나의 인간이었고, 완벽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됐습니다.

이와 동시에 점점 자라나는 과정에서 정치인이라는 꿈에 대한 집착도 사그라들게 되었습니다. 정치인이라는 직업이 너무 힘들면서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운 일임을 깨달았고, 그럴 바에는 차라리 다른 아이들 처럼 '돈 많이 버는 직업' 을 추구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게 더 '당연한' 일로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헌데 이러한 상황은 한 순간에 감쪽 같이 사그라지게 됐습니다. 책장을 정리하며 발견하게 된 선물, '바보 노무현'이 남겨주고 간 선물을 찾게 되었거든요. 사라졌던 그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사그라들던 정치에 대한 열정과 꿈을, 그 한장의 종이가 되찾아 주었습니다. 그 종이가 무엇이냐고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싸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싸인
ⓒ 조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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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노무현 대통령이 남겨 준 싸인이었습니다. 어릴 적, 정치가 뭔지도, 우리나라 대통령이 누군지도 제대로 모를 때 그저 '대통령 싸인 받고 싶다'는 생각으로 '대통령 아저씨께' 로 시작하는 메일을 전송한 적이 있습니다.

헌데 기대도 하지 않고 있던 어린 꼬마에게 두 달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 대통령의 싸인이 배달되어 온 것이 아니겠습니까? 물론 그저 의례적인 것이었겠지만, 어린 아이에게 있어서 이는 무엇이든 간에 너무나 값진 보물이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노무현 대통령이 누군지 알게 되었을 무렵 이 싸인은 저에게 더욱 값진 것이 됐습니다. 이미 그가 서거한 뒤였지만요. 그 뒤 그에 대한 관심이 식으며 자연스레 책장 속으로 흘러 들어갔던 싸인 한 장. 그것이 미래를 고민하던 청년의 책장 속에서 튀어나와 다시금 한 소년에게 꿈을 준 것입니다. 아니, 다시 찾게 해 준 것이었죠.

그대는 모르지만, 저는 달려가겠습니다

저만의 영웅, '바보 노무현' 대통령님. 당신은, 그대는 모를 일이지만 저는 당신을 통해 꿈을 찾았고, 방황에서 벗어났고, 현재 삶의 이유가 생겼습니다. 당신은 이미 이 땅에 없지만, 저는 제 꿈을 이루기 위해 나아갈 것입니다. 당신에게 보여주겠다는 일념으로. 당신에게 꿈을 이룬 저의 모습을 보여 주어 당신이 당신도 모르는 사이 만들어낸 소년의 꿈이 빛나는 보석이 되었음을 당당히 드러내기 위하여.

그대는 모르지만, 저는 달려가겠습니다. 부디 위에서 보고 계셔주세요. 응원해 주세요. 당신을 통해 얻은 꿈, 반드시 이루어 나갈 수 있도록. 한 소년은, 당신 때문에 '길'을 찾았습니다. 이 글을 빌어, 말씀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나의 바보, 나의 영웅, 노무현.


태그:#노무현 전 대통령, #초등학생, #싸인, #청와대,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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