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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7일 오후 4시 40분]

 MBC 뉴스데스크 마지막에 나오는 사과자막
 MBC 뉴스데스크 마지막에 나오는 사과방송
ⓒ MBC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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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방송 노동조합의 불법 총파업으로 뉴스가 정상적으로 방송되지 못했습니다. 시청자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드리며, 조속한 시일내에 더 좋은 뉴스 프로그램으로 찾아뵙겠습니다. - MBC 문화방송."

MBC가 1월 31일부터 메인뉴스 '뉴스데스크' 마지막에 사과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서울지부(MBC노조)가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들어간 다음 날부터다. 기자들의 전면 제작 거부로 뉴스 파행이 시작된 지 6일째 되던 날이다. 50분짜리 뉴스가 10~15분밖에 방송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시청자에게 사과하는 것이라면 '늑장 사과'나 다름 없다. 게다가 엉터리다. MBC 뉴스가 빠른 시일 내에, 그것도 '더 좋은 뉴스'로 정상화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파장은 '뉴스'에서 '연예'와 '드라마'로 번지고 있다. 파업 이후 첫 주말인 4, 5일 주요 예능 프로그램들이 결방되거나 이전 방송으로 대체됐다. MBC의 대표적인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은 이전 방송으로 편집한 '스페셜 방송'으로 대체됐다. <우리들의 일밤>이나 <우리 결혼했어요> 같은 프로그램도 파행 방송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방송 파행은 더 심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지난 주말 주요 연예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반토막났다.

'조속한 뉴스 정상화'는 대체 인력으로?

 iMBC에 올라온 계약직 직원 채용 공고
 iMBC에 올라온 계약직 직원 채용 공고
ⓒ iMBC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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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MBC 사측은 무슨 배짱으로 '조속한 뉴스 정상화'를 표방하고 있을까? 파업 이틀째인 1월 31일, MBC 사측은 자사 인터넷 누리집과 잡코리아 등 인터넷 구인 누리집에 '뉴스 제작 인력 모집 공고'를 냈다. 1년 계약직으로 뉴스PD와 보도 컴퓨터 그래픽(CG)을, 경력 기상캐스터와 프리랜서 뉴스구성작가를 모집했다. 구성작가 모집인원은 두자리 수(00명), 나머지는 한자리 수(0명)다. 기자들의 빈 자리를 이들에게 대신 맡겨 보겠다는 계산이 읽힌다. 파업에 대한 강력한 압박 카드인 셈이다. 

그러나 MBC노조는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끝장'을 보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김재철 사장이 그만둘 때까지 파업을 멈추지 않겠다는 것이다.

MBC노조는 3일 명동 예술극장 앞에서 '공영방송 MBC의 죽음'을 알리는 노제를 열었다. 그 자리에서 '공영방송 MBC'의 죽음을 선언했다. 입관식도 가졌다. 권력에 순응한 편파 왜곡방송, 거짓방송, 괴물방송 MBC를 묻었다. 그것을 방치한 '비겁한 자신'들을 함께 묻은 것이기도 했다. 날씨가 풀렸다곤 하지만 영하 6도의 맹추위 속에서 조합원 300여 명이 그것을 지켜봤다. 그들이 들고 선 손펼침막에는 'MBC,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겠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그 앞에서 정영하 노조위원장이 말했다. 그는 김 사장 퇴진 없이는 복귀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국민의 품으로 돌아갈 것인지 여부는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편파 왜곡방송의) 노제를 지냈다고 저절로 MBC가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김재철 사장이 퇴진하지 않는 한…."

"MBC뉴스 일기예보만 본다"... 물러설 곳 없어

 MBC노조 파업 닷새째인 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예술극장 앞에서 MBC노조원들과 시민들이 죽은 공영방송 MBC를 추모하며 영정사진을 들고 노제를 지내고 있다. 
MBC노조원들은 공영방송의 정상화와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며 제작거부 파업을 벌이고 있다.
 MBC노조 파업 닷새째인 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예술극장 앞에서 MBC노조원들과 시민들이 죽은 공영방송 MBC를 추모하며 영정사진을 들고 노제를 지내고 있다. MBC노조원들은 공영방송의 정상화와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며 제작거부 파업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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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노조나 조합원들로서는 더 물러설 수도 없다. MBC노조는 이미 한 번의 '실패'를 경험한 바 있다. 2010년 4월, 김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면서 39일 동안 파업을 했지만, 성과없이 파업을 접어야 했다. 김 사장이 취임한 직후 단행한 임원 인사가 "큰 집(청와대)에서 불러서 조인트 까면서" 한 "청소부 역할"의 인사였다는 게 당시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언론(<신동아>) 인터뷰로 드러난 직후였다.

당연히 김 사장이 그만둬야 할 상황이었다. 결과는 반대였다. 막무가내의 버티기에 노조와 조합원들이 먼저 흔들렸다. 파업을 접는 과정에서 피가 뜨거운 조합원들은 격렬하게 반발했다. 노조 집행부가 사퇴를 선언하는 파동을 겪었다. 이 파업을 이끌었던 이근행 노조위원장은 해고됐다. 상처는 깊고, 좌절은 컸다.

2월 3일 명동 노제에서 한 기자 조합원은 당시와 지금을 이렇게 비교했다. "그때는 MBC가 무너질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MBC가 이미 무너진 상태다." 그가 보기에 뉴스의 추락이 결정적이었다. 그는 "인터넷을 보니까 <무도>(무한도전), <해품달>(해를 품은 달)이 결방하느냐고 묻는 질문은 많았다. 그러나 뉴스데스크가 15분 편성된 것에 대해서는 어차피 일기예보만 본다며 상관없다는 식의 반응"이라며 자괴감을 나타냈다. 그는 '사즉생'의 각오로 싸우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MBC <무한도전>
 이번 파업으로 스페셜 방송으로 대체된 MBC의 대표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 i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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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파업의 특징 중 하나는 기자들의 참여가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한 노조 집행부는 "기자들의 참여가 이처럼 적극적인 것은 아마 1996년 강성구 사장 퇴진 요구 파업 이후 처음 같다"고 말했다.

사실 이번 파업은 기자들이 선도했다. 기자들이 1월 25일 전면 제작 거부에 나서고, 31일 노조가 파업에 들어갔다. MBC기자회는 연초부터 뉴스의 편파·왜곡·누락에 책임을 지고 전영배 보도본부장과 문철호 보도국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나경원 1억 피부과 논란'과 'MB 내곡동 사저 의혹' '한미FTA 반대 집회' 등 민감한 정치 사회 현안에 대한 누락 편파 보도가 일상화되면서 기자들의 누적된 불만이 폭발했다. 지난해 말 한미FTA 반대 집회 현장 등에서 취재 거부를 당하는 등 시민들의 차가운 반응이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

일선 기자들은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을 86.4%의 압도적 표결로 불신임했다. 그러나 회사는 되레 기자회장 징계로 나왔다.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었다. 노조의 파업 돌입과 함께 퇴진 대상은 '김재철 사장'으로 바뀌었다. 병의 근원을 발본색원하지 않고는 공영방송의 회생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너무나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방송사 파업은 기자들의 결합 정도가 항상 주요 변수다. 그런 점에서 이번 파업은 그 어느 때보다도 노조의 단결력이 높은 편이다. 2월 3일 명동 노제에 참석했던 300여 조합원 가운데 250여 명이 뒷풀이에 참석할 정도로 파업 참여 열기도 뜨겁다. 그런 만큼 노조가 여기서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 타격도 클 수밖에 없다. 이용마 노조 홍보국장은 "이번 투쟁이 MBC의 앞으로 10년의 향배를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간지에 일제히 '불법파업' 광고 게재해

MBC가 6일 게재한 광고 MBC는 6일 13개 일간지 1면 하단에 '문화방송 시청자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광고를 게재했다.
▲ MBC가 6일 게재한 광고 MBC는 6일 13개 일간지 1면 하단에 '문화방송 시청자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광고를 게재했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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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은 간단치 않다. 무엇보다 김재철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버티기 전략이 보통이 아니다. 김 사장은 노조 파업 이후 본사에 얼굴도 비추지 않고 있다. 2월 1일 예정됐던 방송문화진흥회 새해 업무보고도 노조와의 '물리적 충돌' 가능성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전형적인 회피전략이다.

그동안의 처신에 비춰볼 때 MBC 사측이 뉴스 파행 등에 대해 그리 신경을 쓸 것 같지도 않다는 게 MBC 사람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뉴스 파행 사태를 계약직 뉴스PD나 구성작가 등 대체 인력으로 대응하려는 태도가 대표적이다. 뉴스의 '원칙'과 '내용'과는 무관하게 적당하게 '분량'만 채우면 된다고 보니까 가능한 발상이다. 기자와 보도책임자들이 정면 충돌한 근본 요인이기도 하다.

MBC 사측은 2월 6일 10개 주요 중앙일간지와 4개 경제지에 '문화방송 시청자들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광고를 게재했다. 광고는 파업의 불법성과 부당성을 강조했다. 노조가 "임원과 국장을 교체하라고 요구하다가 뜻이 받아들여 지지 않자 느닷없이 사장의 퇴진을 내걸고 파업에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금이나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과 관계없는 '불법파업'이라는 것이다. 광고는 지난해 '시청률 1위'와 '최대 경영실적'을 자랑하면서 '조직과 시스템을 점검해 파업사태의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노조의 끝장투쟁-종결파업에 사측도 대체 인력 투입을 준비하면서 여론전에 나선 꼴이다.

파업의 장기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KBS의 한 이사는 "MBC노조의 파업은 생각보다 어려운 조건에 있다"고 봤다. 정권 안에 책임있게 사태 수습에 나설 만한 시스템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 정권으로서는 이제 김재철 사장을 대체할 만한 사람을 찾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와 김재철 사장의 접점 없는 대치가 꽤 오래갈 수 있다는 우려다.

결국 관건은 여론의 향배다. 사측은 2월 6일 낸 광고에서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는 시청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방송하는 것"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공영방송의 존재이유에 대한 여론의 판단과 동향이 사태의 흐름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파업이 시청자들과 국민의 공감을 얼마나 이끌어내느냐가 최대 쟁점이다.

MBC노조는 1월 30일 파업에 들어가면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MBC가 MB방송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지 못한 것을 석고대죄했다. 뒤늦은 반성문이라는 차가운 시선도 없지 않다. 그러나 뒤늦었을지언정 기자들과 노조가 분연히 맞서 일어선 데 대해서는 응원의 소리가 크다. 노조와 조합원들은 그 응원을 얼마나 증폭시킬 수 있을까? 총선에 온통 정신이 팔려 있는 정치권을 움직일 수 있을까? MBC 파업의 대상은 따지고 보면 김재철 사장이 아니라 시청자와 국민이다.

'끝장투쟁' 그 끝은... 

KBS와 YTN 노조가 MBC노조와 함께 공동투쟁에 나서기로 한 것은 이 정권의 방송장악을 타파하기 위한 파업의 본 뜻을 제대로 부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큰 힘이다. 이들 3개 방송사 노조는 7일 오전 11시 여의도 MBC 사옥 앞에서 '공정방송 복원과 낙하산 사장 퇴진 및 해고자 복직을 위한 공동투쟁위원회 발족식'을 갖고 공정방송 회복을 위한 공동투쟁을 선언했다.

KBS 새노조는 노조의 불신임으로 교체된 후임 보도본부장으로 역시 전임자 못지 않은 인물이 임명되자 그의 임명을 취소할 것과 함께 전임 노조 집행부 13인에 대한 징계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14일 대의원대회를 갖고 김인규 사장 퇴진 투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낙하산 사장 임명을 통한 이 정권의 방송 장악 시도에 가장 치열하게 저항했던 YTN노조는 해고자 복직을 거부하고 있는 배석규 사장의 연임 반대 투쟁을 진행중이다. 세 노조 모두 이 정권의 '아바타 사장'들의 퇴진을 목표로 하고 있는 셈이다. 연초 편파‧왜곡‧누락 보도를 더이상 참지 못한 기자들의 제작거부로 시작된 MBC노조의 파업이 김재철 사장 퇴진을 위한 '끝장투쟁'에서 이 정권의 방송장악에 대한 방송계의 '연대 종결투쟁'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MBC <뉴스데스크>는 6일에도 뉴스 끝머리에 뉴스 파행을 사과하는 '문화방송 파업고지'를 어김없이 내보냈다. 그러나 정작 MBC 파업 소식을 제대로 다룬 기사는 한 꼭지도 보도하지 않았다. KBS와 SBS 등 다른 방송도 마찬가지다. 이날만 그런 것이 아니다. KBS, MBC, SBS 지상파 방송들은 기자들의 제작거부와 노조 파업으로 공중파인 MBC가 15분 짜리 '짝퉁뉴스'를 내보내고 있는 '심각한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이를 전혀 보도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뉴스데스크>의 '파업고지'가 이 심각한 사태를 전하는 '유일한 방송뉴스'인 셈이다. 이른바 'MB방송'의 실상을 이처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도 없을 것이다. 아마도 '파업고지' 대신 이들 세 방송 노조의 '투쟁소식'이 정상적인 기사로 보도될 때 비로소 MBC 파업 '끝장투쟁'의 '끝'이 보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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