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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포두레생협 홈페이지 화면. 매주 금요일이면 이곳을 찾아 일주일 동안 먹을 식료품을 장바구니에 담는다.
 마포두레생협 홈페이지 화면. 매주 금요일이면 이곳을 찾아 일주일 동안 먹을 식료품을 장바구니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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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입니다. 일주일 식단을 정하는 날입니다. 아이들과 같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장을 봅니다. 딸기가 나오는 봄을 기다리던 막내 녀석을 위해 딸기 1㎏, 다섯 식구 한 마리씩 배당할 수 있는 굴비 5마리, 무랑 졸이면 제법 한 상 차려지는 은갈치, 매주 숙제처럼 먹게 하려는 의도로 두부 한 모, 쪄먹고 부쳐 먹고 국 끊여먹느라 소비가 많은 유정란 20알….

아하! 한우냉장육이 나왔으니 이번 주엔 채끝로스 1㎏도 집어넣어야겠네요. 뱃속에 있을 때부터 고기를 무한 사랑하신 큰 녀석이 환호성을 지르는군요. 잠자코 있던 둘째 녀석이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네요.

"생협에 초콜릿 있다는데 엄마 왜 얘기 안 했어? 아래층 언니는 저번에 사먹었데!"

공정무역으로 생협에 초콜릿이 나온 지 며칠 되었지만 한 번 먹으려면 한두 개만으로 안되는 아이들인지라 아예 모르는 척 하는 중인데 녀석들이 알아버렸군요. 가끔 아이들을 혹하게 하는 입맛 땡기는 과자나, 엄마·아빠 술안주로 딱 좋은 양념편육같은 생활재가 불쑥 나오지 않는 한 충동구매는 벌어지지 않았는데 큰일 났네요.

'1+1' 상품이란 게 아예 없으므로 욕심껏 사놓고 냉장고에서 썩히는 만행도 끊게 되어 생협이 아주 고마운 참인데, 어찌 그리 맛난 초콜릿을 출시해버렸을까요. 초콜릿 대신 코코아 한통 구입하는 것으로 아이들 입을 임시방편 봉했습니다. 대신 예정에 없던 코코아 구입으로 구멍 난 곳은 아이들에게 '이번 주엔 빵과 과자는 없다!'를 통고하는 것으로 메웠습니다.

식비가 많이 나간 달, 주범은 즉흥적 마트 이용

저는 마포두레생협 조합원입니다. 2002년부터 생협을 이용했으니 생협 애호가인 셈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 인터넷으로 주문을 하고 배송을 받는 생협 시스템에 이제 익숙합니다. 매주 식단은 유정란, 두부 등을 기본으로 하고 10만 원을 넘지 않은 선에서 정해집니다. 3주에 한 번씩 10㎏짜리 쌀과 잡곡을 주문할 때는 15만 원을 육박하기도 합니다만, 월 55만 원~60만 원 사이의 식비지출은 꾸준히 지켜지고 있습니다.

남편 월급만 빼고 모든 것이 오르는 것은 우리집도 매한가지지만 식비 지출만큼은 변치 않는 소나무 같습니다. 어쩌다 식비가 지나치게 많이 나간 달, 면밀히 추적해보면 잦은 외식이 범인입니다. 또 하나의 변수는 즉흥적인 마트 이용입니다.

밀가루 반죽으로 인형을 만들겠다는 아이들의 성화에 장난감으로 우리밀가루를 쓰는 게 너무 아까워 마트에 간 적 있습니다. 밀가루만 사려던 거였는데 '저 좀 사가세요'하는 모양새로 쫘악 진열된 식품을 보니 발길이 떨어지지 않더군요. 생협에 없는 쫄깃한 단무지와 베이컨, 딸기 2㎏을 샀는데 계산대에서 보니 허거덕! 5만 원 가까이 되었더군요. 물건을 집으면서 계산할 수 없었고 계산대에서 물건 빼자니 모양(?) 빠지는 것 같아 그냥 들고 나오는데, 구멍 난 액수만큼 생협 구매를 빼야하나 아주 고민스럽더군요.  
  
줄어들지 않는 것만으로 감사한 남편의 월급으로 버티자면 제일 중요한 원칙은 규모와 분수 지키기입니다. 정해놓은 액수 이상을 넘지 않는 것입니다. 지난달에는 시부모님 행사가 겹쳐있어 경조사비가 꽤 나갔네요. 그래도 생협 식비 지출은 안정적입니다. 그런 달은 아이들 옷이나, 제 화장품 사는 일을 미루는 방식으로 더하고 빼서 원칙을 지키곤 하죠.

시중 가격이 금값이어도, 생협 가격은 그대로

 식탁물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장 보기를 두렵게 하는 식탁물가
ⓒ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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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는 아줌마의 심장을 널뛰게 한다는 요즘 물가 이야기는 우리 집에선 남의 얘기입니다. 간혹 새로운 생활재(물건)가 나오긴 하지만 지난달에 있던 생활재가 이번 달에도 여전히 있고 가격도 그대로이니 식비가 들쭉날쭉할 일이 없습니다. 매달 고정적으로 먹는 양파나 감자, 고구마, 무, 콩나물, 시금치 등 1차 농산물 가격은 해가 바뀌어도 가격이 거의 그대로입니다. 그나마 올라봐야 4~5%수준이라 한 개에 900원하던 무가 어느 날 갑자기 1500원 하는 일은 없습니다.

연중에 간혹 오를 때가 있는데 원재료 값이 상승하거나 생산비가 너무 올라 불가피한 경우에 국한되고 자주 있는 일도 아닙니다. 시중 가격이 금값이어도 생협 가격은 그대로입니다. 품귀현상으로 구입할 수 없을 때가 생기지만 말입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생협의 가격이 수요의 법칙에 따르지 않고 약정에 의해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생산량이 달리고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갑자기 천정부지로 치솟는 시중물가와는 전혀 다른 가격개념입니다. 연초에 생협에 납품하는 생산자와 조합원들의 대표격인 사람들이 모여 한 해 동안 생산할 양과 소비할 양을 면밀히 따지고 가격을 결정합니다. 그 때 가격은 생산자가 생활재를 납품한 가격으로 생계를 유지할 만한 수준이어야 하고, 소비자인 조합원들이 충분히 납득할 만한 것이어야 한다는 원칙으로 정해집니다.

생활재 가격의 75% 정도가 생산자에게 돌아가고 나머지 25% 내외가 물류비와 인건비, 매장운영비로 사용됩니다. 자체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생산지-물류센터-조합원 과정으로 되어 있는 유통구조가 유일하므로 생산자 이득보다도 유통업자들의 배를 채우는 시중 체계와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재작년 김장철 배추파동 때 생협 가격의 힘이 증명되기도 했습니다.

생협, 농민·소비자 살리는 대안 되지 않을까요?

"조합원이어야 김장 배추 살 수 있어요?"
"일단 대기해놓을 테니까 배추 안 산다는 사람 있으면 꼭 연락주세요!"

재작년, 김장 배추를 예약하려는 사람들 전화가 생협 상담실에 빗발쳤습니다. 시중 배추 농사가 망해버려 중국산 배추를 들여왔음에도 배추 가격은 천정부지였습니다. 그러고도 배추 구하기가 쉽지 않았지요. 생협 배춧값은 지난해하고 같다는 소문을 들은 사람들이 생협에 몰려들었습니다. 조합원 한 가정당 공급할 수 있는 배추양을 정해야 할 정도였네요.

그런데 작년엔 배추 작황이 좋아 시중 배춧값이 '똥값'이 되었습니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배추들을 그냥 갈아엎는 뉴스가 연일 방송되었지만 생협 조합원들은 작년 가격 그대로 제값 다 치르고 김장을 했습니다. 생협 가격으로 시중 배추를 사면 절반 정도만 써도 김장할 수 있는데 시중 배추에 눈길이 쏠린 조합원들이 왜 없었을라고요. 허나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사랑하는 건, 부부간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시중 가격이 쌀 때도 생협 물건을 고집하는 조합원과 가격을 높게 쳐준다는 업자가 나타났을 때 '이건 조합원들 거랍니다'라고 잘라 말하는 생산자간의 도리가 있습니다. 이게 생협입니다. 그런 조합원과 생산자가 지탱해가는 곳이 생협입니다.

올해 들어 생협 물가도 좀 올랐네요. 9000원이 안 되던 딸기가 만원대가 되었고 8천 원대였던 은갈치가 만원대가 되었습니다. 다섯 식구 일주일치 식량을 구입하고 보니 12만 원이 조금 넘어갑니다. 월 10만 원 정도를 더 생협 식비로 책정해야겠습니다.

'살기도 어려운 판에 웬 웰빙타령?' '뭘 어떻게 믿고 물건을 사?'라는 비아냥 섞인 충고를 들은 적이 많습니다. 안정된 가격으로 규모 있는 가정경제를 운영할 수 있는 곳은 생협 뿐입니다. 생산자가 시장 상황에 자신의 운명을 내던져두지 않고 뚝심 있게 논밭에 갈 수 있는 곳도 생협 뿐입니다. 내가 먹고 입는 것이 어떤 재료로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 수 있어 안심하고 물건을 살 수 있는 곳도 생협이 유일합니다.

갈수록 고통스러워지고 있다는 우리나라 농민들이 살 수 있고 자신의 소비를 본인의 의지와 바람대로 할 수 있는 경제구조로써 생협 구조가 대안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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