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팀이 되려면, 지금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려면 10억3500만원의 돈을 버려야 한다. 바로 올시즌 KBL에서 공동 7위에 올라 있는 SK나이츠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2011-2012 KBL의 각 구단별 국내선수 연봉 샐러리캡은 20억이다.

SK나이츠는 그 20억 중에 절반이 넘는 10억3500만원을 주희정, 김효범, 김민수 3명에게 투자하고 있다. 엔트리에 등록된 나머지 9명이 6억 3300만 원을 받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이 3명이 받는 연봉 액수는 실로 엄청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3명의 선수가 10억이 넘는 연봉만큼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느냐? 그에 대한 대답은 단호하게 NO라고 할 수 있다. 주희정, 김효범, 김민수 이 3명은 SK나이츠라는 팀에서 '애물단지'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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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현재까지의 SK의 성적이 안좋아서 이렇게 말을 꺼낸 것만은 아니다. 그리고 이 선수들의 평균 성적이 예년에 비해 떨어져서만 그러는 것 또한 아니다. 이 선수들과 SK의 궁합이 너무나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직접적인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10억이 넘는 연봉을 받고 있는 3명의 선수와 같은 팀에서 비슷한 포지션을 각각 소화하고 있는 김선형, 변기훈, 한정원 이 3명의 선수의 성적을 비교해 봤다. 참고로 신인 김선형의 연봉은 1억, 변기훈은 8천 500만원, 한정원은 8천만원을 올시즌 받고 있다. 앞으로는 읽는 분들의 편의를 위해 앞서 언급한 3명은 BIG 3, 뒤에 언급한 3명은 SMALL 3라고 표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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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출장 시간면에서는 BIG 3가 6분 가량 길다. 그렇지만 오히려 득점에서는 아래에서 언급한 SMALL 3가 더 많이 넣어 주고 있다.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간단히 찾아본 성적상의 비교만으로도 BIG 3의 활약이 얼마나 저조한지 알 수 있다.

우선 주희정. 우리 나이로 36살이다. 그렇지만 특유의 성실함으로 여전히 좋은 체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지만 그게 전부다. 2점 성공률은 36%, 그리고 3점 성공률은 31.7%까지 떨어졌다. 평균 득점은 물론, 어시스트의 수치도 급격히 하락했다. 너무나도 부진하다보니 데뷔 이후 단 한 번도 30분 이하로 내려가지 않았던 평균 출장 시간이 27분 52초까지 줄어들었다. 그가 게임 리딩을 볼 때와 신인 김선형이 리딩을 볼 때 SK는 완전히 다른 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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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정은 계속해서 자신이 공을 소유하다가 직접 해결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다른 선수에게 공을 주는 것에 익숙하다. 그렇기에 SK는 항상 공격 제한 시간에 쫓겨서 슛을 하게 된다. 과거에는 주희정의 슈팅 능력이 정확했기에, 이런 평범한 공격 루트가 통했지만, 그의 슛 정확도가 떨어진 올시즌에는 주희정에 대한 수비가 굉장히 쉬워진 것이다. 또한 주희정이 공을 오래 소유하면 다른 선수들의 움직임이 멈춰져버리는 단점까지 나타나고 있다. 반면에 김선형이 경기 리딩을 맡으면, 그의 빠른 스피드와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들이 급격히 흔들리면서 다른 선수들에게 파생되는 공격이 발생된다.

주희정의 부진이 더 크게 드러나는 것은, 김선형이 그만큼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김선형이 아직 패싱 능력이나 시야에서는 주희정에게 뒤지지만, 워낙 뛰어난 자질을 가진 선수이기에, 1~2년정도면 충분히 정상급의 듀얼 가드로 변신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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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로서는 주희정의 계약 기간 만료 시기까지, 주희정을 중심으로 팀을 돌아가게 할 것인지, 김선형을 중심으로 팀이 돌아가게 만들 것인지 확실하게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SK가 계속해서 주희정에게 5억을 주면서, 주희정 위주의 농구를 한다면, 현재 돌아가는 KBL의 추세에 뒤쳐질 수밖에 없다. 주희정의 개인적인 능력과 성실함은 분명 높게 평가하지만, 현재의 SK라는 팀에서 주희정의 존재는 애물단지인 것이다.

김효범. 포지션 변경의 큰 실패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김효범은 분명 모비스 시절 슈팅 가드였다. 그는 항상 국내 No.1 슈팅 가드 자리를 놓고 조성민, 정영삼 등과 비교 됐었다. 그렇지만 SK로 이적 후, 김효범의 포지션은 스몰 포워드로 바꼈다. 그리고 김효범은 평범한 선수로 전락했다. 김효범이 슈팅가드에서 최고 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이유중 하나는, 신장이었다. 195cm의 장신임에도 불구하고 빠른 스피드와 정확한 슈팅 능력을 갖춘 그였기에, 상대적으로 신장이 작은 타 팀의 슈팅가드들에게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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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스몰포워드를 맡는 선수들은 대부분 김효범과 비슷하거나 더 큰 신장을 가지고 있다. 신장의 우위를 살릴 수 없어지자, 김효범의 공격력은 빛을 보지 못하게 됐다. 또한 골밑과 외곽을 넘나드는 상대팀 에이스들과 직접적으로 맞부딪치면서,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엄청난 체력적 부담을 안게 됐다. 모비스 시절에는 철저한 팀 디펜스와 양동근의 협력 수비로 그의 부족한 수비 능력을 커버했지만, SK는 팀 디펜스가 좋은 팀이 아니기에, 김효범의 부족한 수비 능력은 그 본인과 팀에게 엄청난 마이너스가 된다.

절대적으로 변화가 필요한 SK와 김효범. 김효범의 가치는 슈팅 가드일 때만 빛날 수 있다. 불행하게도 SK에는 변기훈과 김선형이라는 공수를 갖춘 수준급 슈팅가드들이 있다. 변기훈은 루키시즌이었던 지난 시즌과 올시즌 모두 37.4%의 비교적 정확한 3점 성공률을 기록중이다. 올시즌에는 특히 수비면에서도 엄청난 발전을 보여주며 겨우 20분의 시간을 뛰면서도 공수에서 다재다능한 활약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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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로서는 김효범의 스몰포워드 투입이 성공적이지 못할 바에는, 다시 그의 본래 포지션인 슈팅가드로 돌려서 변기훈, 김선형과 로테이션을 돌리거나, 아예 놓아 버리는게 낫다. 수비력에서 한계를 드러내는 김효범은 한계가 있다.

마지막으로 김민수. 이 선수 또한 김효범과 마찬가지로 SK에서 잘못된 사용을 하고 있다. 김민수는 키가 2미터지만, 골밑 플레이를 굉장히 싫어한다. 더군다나 지난 시즌부터는 대표적인 유리몸으로 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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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의 가장 큰 장점은 외곽슛 능력이다. 지난 시즌을 제외하고는 항상 36% 이상의 3점슛 정확도를 기록했고, 올시즌에는 무려 42.3%의 3점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 선수의 최상의 포지션은 김효범이 뛰고 있는 스몰포워드다. 골밑에서의 수비력은 떨어지지만, 스몰포워드로서의 김민수는 공수에서 최적의 무기가 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는 항상 SK에서 파워포워드로 뛰어왔고, 몸싸움을 싫어하는 김민수가 버티는 SK의 골밑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축복의 장소였다.

사실 김민수의 부상으로 인한 공백은 없다고 봐도 무관하다. 올시즌 부상으로 겨우 25경기에만 뛰었지만, 그의 부상 덕분에 한정원이 각광을 받고 있다. 한정원은 지난 1월 1일 삼성전을 시작으로 21일 KGC전까지 최근 8경기에서 평균 12.3점 4.4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다. 김민수의 시즌 평균 성적과 사실상 차이가 없는 모습이다. 더군다나 한정원은 김민수와 마찬가지로 3점 성공률이 41.9%로 뛰어나다. 김민수와 비교했을 때 어느 것에서도 뒤쳐지지 않는다. 뒤쳐지는 것이 있다면, 2cm 작은 키와 점프력 정도뿐. 오히려 한정원은 골밑에서의 든든한 수비력까지 갖췄기에, 몸싸움을 싫어하는 김민수에 비해 SK의 골밑 무게감을 높여 놓고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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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원이 이렇게 성장했기에, 김민수를 스몰포워드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면, SK로서는 굳이 1억 7,500만원의 연봉을 받는 김민수를 계속 데려갈 필요가 없다. 이제 한국 나이로 30에 접어든 김민수이기에, 그의 농구 스타일이 갑자기 골밑 플레이를 선호하는 것으로 바뀔 가능성은 별로 없지 않을까 싶다. 김민수의 최적의 포지션은 파워포워드가 절대 아니다.

SK는 참 아쉬운 부분이 많은 팀이다. 2004년부터 8년 연속 신인 드래프트에서 상위(1~4순위)로 선수를 뽑고 있다. 계속해서 안좋은 성적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2004년 3순위 임효성, 2005년 3순위 한상웅, 2006년 2순위 노경석, 2007년 1순위 김태술, 2008년 2순위 김민수, 2009년 4순위 변현수, 2010년 4순위 변기훈, 2011년 2순위 김선형까지. 해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거물급에 속하는 선수들을 계속해서 영입하고 있다. 하지만 그 뛰어난 신인들의 기량을 발전시키지 못하고 후보로 썩히거나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 시키는 관행을 계속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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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언급했던 BIG 3의 10억3500만 원을 SK가 포기한다면, SK는 지금보다 더 좋은 팀이 될 수 있다. 이 3명의 선수의 자리는 SMALL 3가 흔적도 없이 메꿀 수 있다. 또한 그 10억이 넘는 돈이라면 각 포지션에 필요한 알짜배기 선수들을 충분히 영입하고도 남는다. 언제까지 종이 호랑이로 있을 것이며, 언제까지 스타에 의한 농구만 추구할 것인가, SK나이츠 농구단.

내년 시즌이면 혼혈 선수들이 팀을 옮기게 되고, 용병 제도 또한 바뀐다. FA로 풀릴 준척급 선수들도 많다. SK가 정녕 강팀이 되고 싶다면, 앞으로도 그저 관중이나 모으고 기업 이미지나 생각할 것이 아니라면, 10억 3천 5백만원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주희정과 김효범, 김민수가 능력이 떨어지거나 하는 선수들은 절대 아니다. 그렇지만 이 선수들은 팀 컬러와 맞지 않거나, 자신이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포지션에서 뛰지 못하고 있다. SK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도, 이 3명의 앞날을 위해서도, 아름다운 이별을 택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SK나이츠 주희정 김효범 김선형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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