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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표 상광교에서 절터로 오르는 길에 세워진 석비
▲ 이정표 상광교에서 절터로 오르는 길에 세워진 석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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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교산처럼 걷기 좋은 길이 많은 곳도 드물다. 어디를 가도 자신의 체력에 맞는 길을 찾아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시간 정도의 거리서부터 시작해, 자신의 시간이나 목표를 정하고 걸어 오를 수 있는 곳. 바로 광교산의 정취는 그런데 있다고 생각한다. 주말이나 휴일이 되면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이유를 알만하다.

2012년 1월 1일, 날이 겨울답지가 않아 오른 광교산 절터 약수길. 상광교 버스 정류장에서 절터 약수까지의 거리는 1.8km 정도이다. 그저 이웃나들이를 하듯 걸어도 좋을만한 길에, 산의 풍취까지 함께 느낄 수가 있다. 갈증을 느낄 때쯤이면 도착하는 약수터. 위에 오르면 시원한 약수 한 그릇이, 폐부 깊숙이 스며들어 기분을 좋게 만든다.

솟대 등산로에서 만난 솟대
▲ 솟대 등산로에서 만난 솟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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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댐 절터 약수로 오르는 산행길에 만나게 되는 사방댐. 역광으로 촬영을 했다
▲ 사방댐 절터 약수로 오르는 산행길에 만나게 되는 사방댐. 역광으로 촬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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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길을 밟는 즐거움

버스 정류장을 떠나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1월 1일 절터약수터로 오르는 길가에는 아직도 녹지 않은 눈이 띤다. 그 눈을 일부러 한번쯤 밟아보면서 걸음을 옮긴다. 길가 우측에 서 있는 솟대들이 반긴다. 마을 입구에 세워, 마을에 드는 액을 막아내라고 세우는 솟대. 아마도 광교산을 오르면서 세상에 찌든 더러움을 모두 버리라는 것이나 아닌지.

작은 사방댐을 지났다. 길이 갈라진다. 절반을 조금 못 미쳐 왔다. 좌측은 절터약수터로 가는 길이고, 우측은 노루목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다. 좌측으로 잡아든다. 누군가 나무 근처에 돌을 가득 쌓아놓았다. 이런 정도의 돌이 쌓였다면, 이곳이 옛날 거리를 지나는 나그네들이 안전을 빌기 위해 돌 한 덩이 올려놓는 성황은 아니었을까?

돌무지 절터로 오르는 길에 만나는 돌무지. 아마도 옛날 성황은 아니었을까?
▲ 돌무지 절터로 오르는 길에 만나는 돌무지. 아마도 옛날 성황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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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표 길이 갈라지는 곳에서 만나는 이정표. 상광교 버스정류장에서 절걸약수까지는 1.8km이다
▲ 이정표 길이 갈라지는 곳에서 만나는 이정표. 상광교 버스정류장에서 절걸약수까지는 1.8k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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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막 산길, 흙냄새에 취하다

광교산에서 돌틈 사이로 흐르는 내를 따라 오르다가 보면, 길이 양편으로 갈라진다. 왼쪽 길은 처음부터 가파른 산길을 올라야 한다. 약수터까지는 이렇게 오르막이 이어진다. 그렇다고 힘이 드는 곳이 연이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오를만한 그런 길이다.

발밑에서 흙이 소리를 낸다. 눈이 채 녹지 않은 산길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밟아서인가 길에는 눈이 보이지를 않는다. 한 겨울에도 이렇게 좋은 길이다. 봄에 싹이 나거나 여름에 녹음이 우거진 길은, 얼마나 운치가 있을까? 생각만 해도 절로 흥이 난다.

산길을 그렇게 걷다보니 저만큼 계단이 나온다. 그 위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절터약수'가 그곳에 있다. 약수터 밑 비탈에는 억새가 자란다는 안내판에 보인다. 아마도 가을 풍취가 제대로일 듯하다.       
산길 하천을 끼고 오르는 광교산 절터약수 가는길
▲ 산길 하천을 끼고 오르는 광교산 절터약수 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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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막길 약수터 길을 가다가보면 급한 오르막길로 보인다
▲ 오르막길 약수터 길을 가다가보면 급한 오르막길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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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을 간직한 절은 어디로 가고

물을 한 모금 마셔본다. 그저 편안한 물이다. 약수터 위가 절터인지 알 수가 없다. 산행을 하시는 분들도 잘 모르겠다는 대답이다. 위로 올라가보니, 여기저기 밭을 일구었는지 잔돌축대도 보인다. 절의 흔적을 찾아보려고 했으나, 정확한 위치를 모르니 그저 주변 경치가 돌아보는 수밖에.

이 약수 인근에 있는 절터를 사람들은 '미약절터'라고 한다. 옛날 미학사, 또는 미약사라는 절이 있던 자리라는 것이다. 광교산의 산 위에 자리하고 있는 이 절은 겨울이 되면 꼼짝도 할 수 없는 곳이었다고. 그래서 겨울이 되면 식량이 없어 애를 먹었다고 한다.

계단 절터 약수 앞에는 약수터로 오르는 계단이 놓여있다
▲ 계단 절터 약수 앞에는 약수터로 오르는 계단이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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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터 절터 약수터는 늘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 약수터 절터 약수터는 늘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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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이 폐사가 되기 전 어느 해 겨울, 많은 눈이 내려 길이 막혀버렸다. 거기다가 양식까지 바닥이 나 미약사의 스님은 걱정이 태산 같았다. 그런데 나그네 한 사람이 눈 속을 헤매다가 절로 찾아들었다. 스님은 마지막 남은 식량을 털어 나그네에게 밥을 해주었다는 것이다.

쌀독을 털어 지어준 밥을 먹고 기운을 차린 나그네는, 커다란 학으로 변해 어디론가 날아갔다. 다시 돌아 온 학은 쌀을 가득 물고 있었다. 계속해서 쌀을 날라다 주는 학으로 인해, 스님은 산 위에서 겨울을 무사히 지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름이 '미학사(米鶴寺)' 였다고.

미학사 터 미학사라는 절이 있었다는 곳
▲ 미학사 터 미학사라는 절이 있었다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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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은 좋은 것만 전하지 않는다. 또 다른 전설은 이절은 비구니스님들이 생활을 하는 절이었다고 하는데, 어느 날 학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고. 스님들은 이 학에게 먹을 것을 주었는데, 한 여승이 점차 배가 불러오기 시작해 옥동자를 낳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름다운 학이 날아왔다고 해서, '미학사(美鶴寺)'라고 절 이름을 붙였다고 전한다. 

절터 앞에 놓은 의자에 앉아 숨을 고른다. 오후 시간에 출발을 해 더 이상 오르기는 무리인 듯하다. 봄날 아지랑이가 아름답게 피어오를 때, 이 길을 다시 걸어 정상을 넘어야겠다. 또 다른 이야기꺼리를 찾아보려고.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수원인터넷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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