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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희생자 고 이상림씨 부인 전재숙씨가 눈물을 닦고 있다.
▲ 눈물닦는 유가족 용산참사 희생자 고 이상림씨 부인 전재숙씨가 눈물을 닦고 있다.
ⓒ 이동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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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 같이 있어야 할 사랑하는 우리 아들이 차가운 감옥 안에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 우리딸 앞에 우리 남편이 보였답니다. 편안한 모습으로 분홍 한복을 입고 나타났답니다.
올해는 우리 아들이 아버지 앞에 올 것을 믿습니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다 여러분들 덕분입니다. 구속된 우리 동지들이 석방될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해 주십시오."

용산참사 당시 망루에서 농성을 하다가 사망한 고 이상림씨의 부인 전재숙씨가 흐느끼며 말했다. 주변의 유가족들이 전씨를 다독이며 위로했다. 추모객들은 숙연해졌고 더러 눈물을 훔치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빗속에서 진행된 3추기 추모행사... "구속자 석방돼야"

용산참사 3주기를 맞은 20일 낮 12시 하늘에서는 가느다란 빗방울이 떨어졌다. 용산참사 3주기 추모위원회는 용산참사 3주기 추모기간의 마지막 행사로 마석모란공원 용산참사 열사묘역에서 '3주기 추모제'를 열었다.

용산참사 3주기 추모제에서 유가족이 묘역을 정돈하고 있다.
▲ 용산참사 3주기 용산참사 3주기 추모제에서 유가족이 묘역을 정돈하고 있다.
ⓒ 이동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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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군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 집행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용산참사 유가족을 비롯하여 민주화 운동 유가족협의회, 추모단체 연대회의, 전국철거민연합과 민주노총 등 사회단체와 진보통합당과 진보신당, 정동영 민주통합당 의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용산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묵념으로 시작된 행사에서 정혜경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용산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은 요원하고 열사들과 유족들의  피눈물이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멈추지 않고 있다"며 "삶의 현장 곳곳에서 벌어지는 피눈물의 고리를 끊어내는 2012년을 맞이하자"고 말했다.

이어진 추모사에서 권오헌 민주화운동가족협의회 의장은 올해 "총선과 대선에서 정치세력의 교체를 통해 반드시 용산참사 진상규명을 이뤄내자"고 주장했다.

"용산 열사들이 가신 지 3년, 최소한의 생활과 주거권을 요구했던 철거민들을 무참하게 살인 진압한 이 정권은 여전히 진상규명을 나몰라라 하고 있습니다. 죽은 자들은 말이 없습니다. 함께했던 분들은 오히려 살인자가 되어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정의가 없고 도덕은 땅에 떨어졌습니다. 이러한 반민생 반민주 살인 정권하에서는 진상규명이 이루어 질 수 없습니다. 올해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여 반민주 반민생 반북대결 정권을 엄중하게 심판합시다. 그리하여 먼저 가신 영령들을 위로합시다."

민주화운동과 노동열사들의 추모계승사업을 진행하는 사회단체인 추모연대의 김명운 대표는 "용산참사로 5명의 열사들이 돌아가신 후에도 계속해서 이곳 모란공원에 열사들의 묘가 하나 둘 늘어가고 있다"며 "돈만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가 사람을 제1의 가치로 생각하는 곳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의 '희망텐트' 활동을 예로 들며 "오늘 추모제를 인간다운 세상을 위한 우리의 노력을 엄숙히 결의하는 자리로 만들자"고 말했다. 

추도사가 끝난 후 참가자들은 사회자의 선창에 따라 용산참사 추도기간의 핵심구호였던 "용산참사 진상 규명하라!" "구속 철거민을 석방하라!" "강제퇴거금지법 제정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하루가 1년 같았는데, 벌써 3년이..."

3주기를 맞이하는 용산참사 유가족들의 심경발언으로 추모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었다.
많은 추모객들의 격려와 박수속에 마이크 앞에 선 4명의 유가족들은 울먹이면서 추모객들에게 "추운 날씨에도 이렇게 용산을 잊지 않고 기억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유가족 중 권명숙씨가 흐느끼며 말했다.

"하루가 일년 같고 3일이 3년 같았던 세월입니다. 벌써 3년입니다. 사고 당시 군대 갔던 아들이 제대해서 돌아오고, 고등학생이었던 아들이 지금은 상병으로 내일모레 제대를 앞두고 있습니다. 뭐가 그리 살기가 힘에 겨워 먼저 갔는지. 씩씩하게 살아가는 저희를 보면 샘이 날만도 할 텐데... 뭐가 그리 급해 먼저 갔는지..."

유영숙씨는 진상규명 문제를 꼭 해결할 것이라 다짐했다.

"3년이라는 세월은 저희 유가족들에게는 정지되어 있는 세월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밖에서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밝혀진 게 아무 것도 없습니다. 진실 그 하나를 밝히기 위해서 유가족 어머니들과 많은 싸움의 현장을 다녔습니다. 저는 저희 남편 앞에서 제가 한 약속을 꼭 지킬 겁니다. 너무 억울하게 돌아가셨기 때문에 반드시 진상규명을 해서 한을 풀 것입니다. 저희들을 사랑과 연대로 꼭 안아주십시오."

추모객들은 따뜻한 박수와 함성으로 유가족들을 격려했다. 행사가 마무리 되고 100여 명이 넘는 추모객들은 질서정연하게 묘역에 헌화하고 분향했다. 듬성듬성 때가 벗겨진 용산참사 희생자들의 묘역이 금세 흰 국화로 뒤덮였다.

용산참사 3주기 추모제에서 추모객들이 분향하고 있다.
▲ 분향하는 추모객들 용산참사 3주기 추모제에서 추모객들이 분향하고 있다.
ⓒ 이동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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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제에는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 외에도 '투쟁 조끼'를 입은 노동자들이 눈에 띄었다. 용산참사 당시 남일당에서 함께 연대했다는 쌍용자동차 노동조합 문기주씨는 "참사가 끝난 후 5월부터는 쌍용차 노조의 총파업 때문에 (유가족들의 투쟁에) 많이 찾아가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문씨는 "올해 초에도 이곳 마석모란공원에 왔었지만, 마음이 아파서 인사를 못드렸다"고 씁쓸하게 웃었다.

강제퇴거금지법 발의...진상규명은 요원

용산참사 3주기 추모위원회는 1월 15일 용산참사 3주기 추모 주간 선포를 시작으로 용산참사의 재발 방지를 위한 '강제퇴거금지법 발의' '용산참사 3주기 토론회' 등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작년 12월부터 약 1개월 동안 이어진 광화문광장 1인 시위와 1000여 명이 참가한 '용산참사 3주기 추모대회' '남일당 방문 및 개발지역 순회' '3주기 추모 상영회', '북콘서트 및 출판기념회 <떠날 수 없는 사람들>' 등의 행사를 열었다.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 조희주 대표는 "2주기에 비해 관심이 떨어질 줄 알았는데 사람들이 아직도 용산을 잊지 않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유가족들 사이에서는 진상규명에 대한 요구가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용산참사 구속자들의 변호를 맡은 권영국 변호사는 "진상규명 과제가 남아있다"며 "민간단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한정되어 있는 만큼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통해 용산참사 진상규명 문제를 공식화 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용산참사 추모제를 끝으로 용산참사 3주기 추모기간은 막을 내렸다.

덧붙이는 글 | 이동철 기자는 오마이뉴스 15기인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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