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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민족문제연구소와 <오마이뉴스>가 함께 진행한 '친일인명사전, 네티즌의 힘으로' 모금을 통해 지난 2009년 11월 9일 친일인명사전을 발간했습니다. 국민들의 참여와 지지 없이는 이룰 수 없었던 일입니다. 이에 민족문제연구소와 <오마이뉴스>는 2004년 모금 8주년을 맞아 당시 모금에 참여해주셨던 그날의 '당신'을 찾고자 합니다. 앞으로 4회에 걸쳐 이와 관련된 기사를 게재할 예정입니다. [편집자말]
 백범의 묘소에 헌정된 친일인명사전. 2009년 11월 8일 친일인명사전 발간 보고대회는 숙명아트센터의 일방적인 대관 취소로 인하여 백범의 묘소에서 진행되었다. 사전 발간의 염원을 세운 지 18년, 백범 암살사건 60년이 지난 때였다.
 백범의 묘소에 헌정된 친일인명사전. 2009년 11월 8일 친일인명사전 발간 보고대회는 숙명아트센터의 일방적인 대관 취소로 인하여 백범의 묘소에서 진행되었다. 사전 발간의 염원을 세운 지 18년, 백범 암살사건 60년이 지난 때였다.
ⓒ 민족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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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여러분들의 열화와 같은 지지와 성원으로 민족문제연구소가 친일인명사전을 펴낸 지 2년 여가 지났습니다. 친일인명사전 편찬 대장정 18년! 묘하게도 일본의 괴뢰국인 만주국 장교 출신의 독재자 박정희가 장기집권한 기간과 같습니다. 한 시대의 독소를 일부라도 제거하는 데 이렇게 오랜 세월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던 준엄한 현실이 우리를 숙연하게 만듭니다. 비록 우여곡절을 겪긴 하였으나 친일인명사전은 평범한 시민들의 양심과 정의가 만들어 낸 위대한 진실의 기록으로서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을 것입니다.

그러나 역사는 반복되는 걸까요. 사전이 발간된 지 불과 2년, 친일인명사전은 물론 우리 시민사회가 성취한 과거사청산의 성과를 송두리째 무산시키는 거대한 역사범죄가 정권 차원에서 다시 시도되고 있습니다. 2011년 한 해만 하더라도 실로 놀라운 역사조작이 우리 눈앞에서 버젓이 자행되었습니다.

KBS는 6·25특집이란 명목으로, 일제강점기 항일독립군을 토벌하고 무고한 민간인들을 잔혹하게 학살하여 살인귀(殺人鬼)부대로 악명을 떨친 간도특설대의 장교 출신 백선엽을 '6·25 전쟁영웅'으로 추앙하는 특집 다큐멘터리를 방영했습니다. 그 직후 서울현충원 관계자는 백선엽을 사후에 서울현충원에 안장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민족반역자가 대한민국의 수호천사로 바뀌어 특별대우를 받게 된 것입니다. 독립운동가와 '토벌대' 장교가 죽어서도 이웃하는, 웃지 못할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서글픈 자화상입니다.

간도특설대 창설요원으로 부대 해산 때까지 '맹활약'한 김백일 또한 6·25 때 10여 만 명의 피난민을 이송한 흥남철수작전의 주역으로 둔갑해 거제포로수용소 유적지에 동상이 세워졌습니다. 정작 선행의 주역인 현봉학 박사를 제치고 김백일이 인도주의 영웅으로 내세워진 것입니다.

어디 이뿐입니까. KBS는 독재자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로 미화하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했습니다. 4·19혁명 당시 시민과 학생들이 흘린 피의 대가로 끌어내려진 남산의 이승만 동상이 이명박 정권 아래 다시 우뚝 섰습니다. 이승만은 독재자에서 국부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습니다.

민족반역자와 독재자 미화한 KBS... 보수의 기막힌 '뿌리부정'

 건국절 논란으로 시작된 수구세력의 역사조작. 수구세력들은 언론과 방송을 통해 역사조작을 진행했다. 특히 KBS는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살아있는 친일파 백선엽과 독재자 이승만 미화 방송을 강행했다.
 건국절 논란으로 시작된 수구세력의 역사조작. 수구세력들은 언론과 방송을 통해 역사조작을 진행했다. 특히 KBS는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살아있는 친일파 백선엽과 독재자 이승만 미화 방송을 강행했다.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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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의 박정희 생가에는 지난해 11월 14일 이른바 '탄신일'을 맞아 동상이 세워졌습니다. 다음날 서울 상암동에는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박정희기념관도 준공되었습니다. 여기에 맞추어 <동아일보>가 대주주인 종편 채널A는 개국 특집으로 3·1절을 기해 박정희를 다룬 50부작 드라마를 방영할 계획입니다.

1년 내내 박정희를 찬양하는 헌정 드라마가 안방의 시청자들에게 전파되는 것입니다. 그것도 선거기간에! 더구나 드라마 형식을 빌려 박정희의 인간적 측면에 초점을 맞춘다고 합니다. 독재자의 모습보다 인간적 면모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드라마이기에 사실관계의 임의 조작도 가능하다는 것, 이건 '꼼수'가 아니라 '범죄의 재구성'입니다. 과연 누구를 위한 길닦이일까요.

이 모든 범죄의 재구성은 현 집권세력과 그와 결착한 수구세력들에 의해 치밀한 계획 아래 총체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건국절 제정 기도로 시작된 반민족적이고 반민주적인 역사파괴는 역사교과서 개악, 그리고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건립으로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수구세력들은 이른바 건국60년을 준비하면서 이렇게 단언했습니다.

"임시정부는 독립국가를 대표한 게 아니고, 실제로 국가를 운영한 적도 없다. 그러니 우리 민주주의의 실제 출발은 1948년 8월 대한민국 건국이라고 봐야 한다. 그리고 건국의 공로는 정부수립에 참여했던 인물들의 몫으로 돌리는 게 마땅하다."

대한민국의 뿌리는 독립운동 세력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민족반역죄로 다스려졌을 친일파들, 그리고 권력에 눈이 멀어서 친일파와 손잡았던 이승만과 그 추종세력들을 건국의 주역이라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건국절' 여기에는 대한민국을 항일운동으로부터 끊어냄으로써 친일의 역사를 대한민국의 정통으로 자리잡게 하겠다는 거대한 음모가 마치 독사처럼 똬리를 틀고 있습니다. 어처구니없는 뿌리 부정을 역사용어로는 환부역조(換父易祖, 조상바꿔치기)라고 일컫습니다.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은 지난 2008년 이 대통령이 제63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고난과 역경 속에서 발전한 자랑스러운 기적의 역사를 기록하고 후세에 전승하자"며 제안한 사업으로, 500여 억원의 예산이 투입되었으며 2013년 2월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은 지난 2008년 이 대통령이 제63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고난과 역경 속에서 발전한 자랑스러운 기적의 역사를 기록하고 후세에 전승하자"며 제안한 사업으로, 500여 억원의 예산이 투입되었으며 2013년 2월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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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이들은 역사교과서마저 뜯어고치고 있습니다. 이권단체인 전경련은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된 박흥식, 김연수 등을 존경해야 할 기업인으로 교과서에 기술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역사교과서를 친일파 홍보지로 만들겠다는 망발입니다. 국방부는 5·16쿠데타와 10·26사태, 그리고 5·18광주민주화항쟁의 역사에서 군에 대한 부정적 서술을 빼달라고 강박했습니다. 군부독재의 역사를 깡그리 지우겠다는 심산입니다.

뉴라이트 계열은 한국현대사를 전공한 역사학자는 거의 전무한 '한국현대사학회'라는 단체를 급조하여 지난 2011년 7월에 교과서 개편을 위한 건의안을 교과부에 제출했습니다. 비전문가와 이익단체, 보수종교단체에다 교과서와 무관한 정부부처까지 나서 서로 뒤질세라 교과서 집필에 간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과부가 이 장단에 맞춰 함께 춤을 췄습니다.

교과부 장관은 직권을 남용해 8·15 이후 친일파 청산에 대한 모든 노력도, 이승만과 박정희 독재정권에 대한 비판도, 5·18광주민주화항쟁에 대한 기술도 교과서에서 지워버리려고 했습니다. 역사 기술에 있어 가장 죄질이 나쁜 범죄가 바로 역사에서 진실을 지우는 것입니다. 이들 수구세력은 교과부라는 공공의 권력마저 동원해 역사범죄를 자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21세기 대한민국에 등장한 '역사 바꾸기'

 현 정권의 심각한 역사왜곡에 대항하기 위해 2011년 11월 14일, 민족문제연구소를 포함한 436개의 시민단체들은 친일독재미화와 교과서 개악을 저지하는 '역사정의실천연대'를 발족시켰다.
 현 정권의 심각한 역사왜곡에 대항하기 위해 2011년 11월 14일, 민족문제연구소를 포함한 436개의 시민단체들은 친일독재미화와 교과서 개악을 저지하는 '역사정의실천연대'를 발족시켰다.
ⓒ 민족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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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는 민주주의 대신 자유민주주의를 기본 가치로 역사교과서에 적용할 것을 명시했습니다. 이들은 "민주주의로만 얘기하면 북한체제도 인민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사용하면 곤란하다"고 억지를 부립니다. 반드시 자유민주주의란 용어를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왜일까요? 누군가가 자유민주주의 대신 민주주의를 주장하면, 북한의 인민민주주의도 민주주의로 인정하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것, 즉 '종북좌파'로 몰아가겠다는 의도입니다. 이는 21세기 한국에서만 등장한 극우의 새로운 '빨갱이 식별법'이며, 역사교과서에 적용된 국가보안법입니다.

또 이들은 자유민주주의란 말을 앞세워 자신들에게 숙명처럼 붙어다니는 '수구꼴통'이라는 인식표를 '자유민주주의자'로 바꿔보겠다는 얄팍한 속셈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행태를 국어사전에서는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고 일러 놓았습니다. 자유민주주의의 파괴범들이 오히려 자유민주주의의 수호자로 자처하는 망발! 이것이 21세기 한국 '꼴통수구'들의 진면목입니다.

그런데 이 모든 역사범죄의 최종적 귀결은 바로 한나라당과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입니다. 수구세력은 경복궁-세종대왕상-이순신장군상으로 이어지는 세종로의 국가상징에 슬그머니 이승만과 박정희동상을 끼워 넣고, 이를 합리화하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자리잡게 함으로써 과거-현재-미래의 영원성을 담보하려는 완전범죄를 꿈꾸고 있습니다.

치적 홍보에 열 올리는 일상적인 행태와 달리 현 정권이 너무도 조용히 추진하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사실상 기득권의 영속성을 보장받기 위한 수구세력의 판테온(신전)이라 규정받아 마땅합니다. 각개전투로 자행되는 역사왜곡을 집대성하여 친일·독재·재벌독점을 미화하는 선전과 세뇌교육의 총본산으로 만들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반민특위를 무력으로 와해시켰지만, 이제는 공권력에 의지해 적극적인 기념사업과 교과서를 통한 이데올로기 전파로 친일과 독재의 역사를 은폐 미화하려 합니다. 그대로 두고 본다면 방방곡곡에 세워진 친일파와 독재자의 기념관과 동상에 대한 '성지순례'도 활성화 될 것입니다. 이쯤 되면 2011년 8월경 이명박 대통령이 역사교과서 개악과 관련해 '재미있게 그리고 현장견학 위주'로 학생들을 교육시키라고 한 말이 무슨 의미인지 명확히 깨닫게 될 것입니다.

현 집권층과 이를 지탱하는 수구세력들은 향후 야당 쪽으로 권력이 넘어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 역사조작의 속도를 드높이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올해 총선과 대선에서 특정 정당 또는 특정 정치인의 입지를 공고히 하여 보수정권을 재창출하고, 장기적으로는 수구세력의 역사적 정통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저의가 깔려 있음이 명백합니다. 이를 위해 자신들을 대한민국의 은인이자 주역으로 내세워 권력을 독점하고 이어가려는 사상 최악의 역사범죄를 자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특정 세력이 자신의 이익을 유지 확대하기 위해 역사마저도 입맛대로 고치는 거대한 사기극이 국민의 세금으로 연출되고 있는 위급한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민족문제연구소 내 임시 역사자료관. 민족문제연구소는 친일인명사전 발간의 기적에 이어 두 번째 과제로 '역사정의실천 시민역사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역사관을 중심으로 친일·독재를 찬양하는 온갖 역사왜곡에 분연히 맞서겠습니다.
 민족문제연구소 내 임시 역사자료관. 민족문제연구소는 친일인명사전 발간의 기적에 이어 두 번째 과제로 '역사정의실천 시민역사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역사관을 중심으로 친일·독재를 찬양하는 온갖 역사왜곡에 분연히 맞서겠습니다.
ⓒ 민족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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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국 사회가 어렵사리 성취한 역사정의와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깨어있는 시민들과 학계가 다시 한 번 나서지 않을 수 없는 국면이 이 정치의 계절에 전개되고 있습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친일인명사전의 기적을 이어, 역사전쟁의 보루가 될 시민역사관을 세우기 위해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 역사정의실천 시민역사관 홍보영상 바로가기
 역사정의실천 시민역사관 후원하기

과거 반민특위가 만들어졌음에도 끝내 친일독재세력의 반격에 의해 역사정의의 실현이 좌절된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또 미래세대에 상식과 정의에 기초한 떳떳한 역사를 물려줄 수 있게, 진실한 역사를 보존 전승할 역사관 건립에 동참해 주시기를 간곡히 호소합니다. 역사는 두 번 반복된다고 합니다. 한 번은 비극으로 또 한 번은 희극으로. 이제 그들의 역사쿠데타를 한갓 해프닝으로 끝장내기 위해, 역사전쟁의 한판 승부에 다시 한 번 힘을 모아 주십시오. 당신이 참여하면 역사가 반드시 응답할 것입니다.

그날의 당신을 찾습니다. 민족문제연구소와 <오마이뉴스>의 공동캠페인 '그날의 당신을 찾습니다'. 2004년 1월, 민족문제연구소와 <오마이뉴스>가 함께 진행한 '친일인명사전 편찬, 네티즌의 힘으로'에 참여해주신 시민여러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한 사전편찬다큐(DVD) 증정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그날의 당신을 찾습니다. 민족문제연구소와 <오마이뉴스>의 공동캠페인 '그날의 당신을 찾습니다'. 2004년 1월, 민족문제연구소와 <오마이뉴스>가 함께 진행한 '친일인명사전 편찬, 네티즌의 힘으로'에 참여해주신 시민여러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한 사전편찬다큐(DVD) 증정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민족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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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박한용은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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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 친일파에 의해 와해된 반민특위의 정신과 친일문제 연구에 평생을 바친 故 임종국 선생의 유지를 이어 1991년에 설립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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