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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진 한나라당 의원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수희 의원에게 김종인 비대위원의 해임요구서 서명부에 서명을 받고 있다.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수희 의원에게 김종인 비대위원의 해임요구서 서명부에 서명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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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대선은 결과적으로 현 정권에 대한 심판론으로 나올 건데 (이명박 대통령과) 뭐가 다른 것인가를 분명하게 표시하지 않을 것 같으면 대략 어떠한 판단이 나올 것이란 건 예측이 가능하다." - 김종인 비상대책위원

"아버지가 잘못한다고 호적에서 빼겠다고 하면 패륜아가 할 짓이지 정상적인 가족관계가 아니다. 대통령을 탈당시켜야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 사람들이 나가라." -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

'대통령 탈당론'을 둘러싼 한나라당의 내부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대통령 탈당론'이 처음 제기된 지난 18일 "공식 입장이 아니다"며 급히 진화에 나섰지만 당내 쇄신파를 중심으로 "탈당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친이계는 비대위기 나가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특히 19일 의원총회에는 '대통령 탈당론'을 처음 언급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에 대한 해임서명용지까지 등장했다.

김문수계인 차명진 의원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김 비대위원의 해임을 요구하는 연서명에 돌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몇몇 의원들은 의총장에서 박수를 치며 차 의원의 주장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권 실세 용퇴론'이나 '보수 삭제 논쟁' 등으로 형성된 '반(反)김종인' 기류가 절정에 다다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차 의원은 ▲ 동화은행 뇌물수수·노태우 비자금 사건 연루 ▲ 보수 삭제 논쟁으로 비대위 활동 소진 ▲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탈당 요구 등을 해임 사유로 들며 이를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한 것은 '아버지에게 칼을 들이댄 것과 같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재오 "아버지 잘못한다고 호적에서 빼는 건 패륜아가 할 짓"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오 의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오 의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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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의원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날 본회의장 입장 전 기자들과 만나 "아버지가 잘못한다고 호적에서 빼겠다면 패륜아가 할 짓"이라고 비난했다.

또 "대통령을 탈당시켜야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 나가라"며 "비대위원들이 위원장을 모시고 나가 '우리는 이 대통령과 단절했으니 이제 정부의 실정에 책임이 없다'고 말하는 게 더 선명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 의원은 이어 "모든 대통령은 공·과가 다 있는데 임기 4년째가 될 때마다 나가라고 하면 정치와 당에 대한 국민의 불신만 늘어난다, 국민들은 이런 것을 용납 못한다"고 강조했다. 또 "내가 내 문제에 대해서는 논란의 중심에 서지 않으려 하는데 대통령을 갈등의 중심에 세우려는 건 용납 못한다"며 "10년 간 야당 하고 정권 잡은 사람들은 당을 지킬 책임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탈당 말하는 사람들은 한나라당을 위해 무슨 일을 한 거냐"고 쏘아 붙였다.

"비대위가 '대통령 탈당론'을 공식적 견해가 아니라고 했다"는 질문에 이 의원은 "그런데 이게 한두 번이 아니다"며 "비대위원들이 개인자격으로 말을 했다는데 말이 되나"라고 말했다. "비대위원장 등이 나가서 당을 만들라는 얘기인가"라는 질문엔 "여러분들이 알아서 해석하시라"고 답했다. 이 의원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서도 "탈당이라… 공식적으로 말할 것도 아니지만 짜고 치는 고스톱인 것 같기도 하고"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정몽준 의원도 '대통령 탈당론'이 성급하다고 봤다. 그는 이날 의총 중 기자들과 만나 "총선만 생각하면 (대통령의 탈당이 그럴지)몰라도 대선까지 생각하면 아닌 것 같다"고 평했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장제원 의원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MB 탈당으로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이익을 보겠다는 마음들이 있다면 꼼수"라며 "김종인 주연, 박근혜 연출? 직접 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영진 "한나라당, 새로 태어나는데 도움 된다면 비켜주셔야"

한나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대표실에서 열린 비대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공천기준에 관한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한나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대표실에서 열린 비대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공천기준에 관한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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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김종인 비대위원은 이날도 이 대통령의 자진탈당 필요성을 재차 언급했다.

그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대통령 탈당은) 특별한 뜻은 없고 상식적으로 판단해서 얘기한 것"이라며 "총·대선은 결과적으로 현 정권에 대한 심판론으로 나올 건데 (한나라당이 현 정부와) 뭐가 다른 것인가를 분명하게 표시하지 않을 것 같으면 대략 어떠한 판단이 나올 것이란 건 예측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탈당 시점으로) 어느 시점이 적절한가는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것은 한나라당이 당연히 알아서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이 총·대선 승리를 위해 이명박 대통령의 탈당을 촉구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였다.

김 비대위원 뿐만이 아니다. 쇄신파인 권영진 의원도 이날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과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이 새롭게 태어나는데 도움이 된다면 대통령이 자리를 비켜주시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대통령 탈당론'에 동참했다. 권 의원은 현재 비대위 산하 정책쇄신분과의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권 의원은 "대통령 스스로 (탈당 판단을) 하면 좋을 것 같다"며 "올해 총·대선이 있어 국정운영이 정치에 휘둘릴 것인데 국정운영 차원에서도 대통령이 중립지대에 있는 것이 국민을 위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친이계의 강한 반발을 샀던 '정권 실세 용퇴론'에도 힘을 실었다. 권 의원은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며 "이명박 정권에서 2인자, 3인자하며 실세로 있던 사람들은 스스로 결단을 내려주면 '땡큐'인데 결단을 못 내리면 공천과정에서 국민이 잘 판단할 걸로 본다"고 말했다. 

박근혜 "차별 위한 차별화 하지 않겠다"... 총선 D-82, '유혹' 이겨낼까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대표실에서 열린 비대위 전체회의에서 공천기준에 대해 "좋은 기준과 룰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고 발언하고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대표실에서 열린 비대위 전체회의에서 공천기준에 대해 "좋은 기준과 룰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고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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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통령 탈당론'으로 불거진 당내 갈등을 적극 진화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의 경우에서 확인되듯, 대통령 탈당을 통한 '차별화 효과'가 낮을 뿐더러 당내 분란만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는 이날 일부 출입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의 탈당 요구와 관련해 비대위 차원에서 논의된 적 없다"며 "차별을 위한 차별화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박 비대위원장은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다"며 "현실적으로 국민들의 요구에 의해 차별화되는 게 옳다"고 덧붙였다. 비대위 차원에서 이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진 않되, '내용'에 있어서의 차별화는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청와대도 "공식 대응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임기 말까지 자진탈당은 없다"고 확실히 못 박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대통령과 관련된 대형 권력형 비리가 나온 것도 아니고, 현 정부의 주요 정책들이 실패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며 "임기말에 대통령이 탈당하는 배신과 분열의 정치를 이번에는 끝내자는 것이 청와대의 정리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비대위의 좌장인 김 비대위원에 대한 해임서명안까지 제출되는 등 '대통령 탈당론'을 둘러싼 당내 갈등은 확산일로 상황이다. 특히, '현역 의원 25% 공천 배제'를 골자로 한 비대위의 공천기준에 대한 반발이 이후 공천 심사 과정에서 대통령 탈당을 둘러싼 당내 갈등 구조와 결합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임기말 고정 레퍼토리'나 다름없는 현직 대통령 탈당 문제가 본격 점화됐다는 점도 주목된다. 1987년 이후 선출된 대통령들은 모두 임기 말 측근 및 친·인척 비리와 레임덕 현상에 따라 떠밀리듯 당을 떠나야 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대선 3개월 전, 김영삼 전 대통령은 대선 1개월 전,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선 7개월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선 10개월 전에 탈당했다.

이 대통령 역시 친·인척 및 측근 인사들의 비리 의혹이 집중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총선을 불과 82일 앞둔 한나라당이 '대통령 자진탈당'이란 '차별화 카드'에 대한 유혹을 이겨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태그:#이명박 탈당, #김종인, #박근혜, #이재오,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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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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