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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서풍이 부는 가을부터 겨울철엔 높은 파도를 피해 홍도 앞바다로 중국 불법조업 어선들이 떼로 대피해온다.
 북서풍이 부는 가을부터 겨울철엔 높은 파도를 피해 홍도 앞바다로 중국 불법조업 어선들이 떼로 대피해온다.
ⓒ 흑산도 이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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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서풍이 사납게 불기 시작하면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 앞바다는 바람을 피해 정박한 괴선박들로 가득 찹니다. 거센 바람이 일으키는 높은 파도를 피해 온 중국 어선들입니다. 문제는 중국 어선의 태반이 한국 영해를 침범해 불법 조업을 하는 배들이라는 것입니다.

어떻게 아느냐고요? 바다에 정박한 어선 중에 태극기가 걸려 있는 어선이 없을 것입니다. 한국과 중국 정부는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넘어와 한국 영해에서 조업하는 중국 어선엔 허가증과 그 표식으로 태극기를 달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태극기를 달지 않았다는 것은 허가받지 않은 배를 뜻하는 것입니다.

정부는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넘어와 한국 영해에서 조업하는 중국 어선이 연간 1만여 척에 이른다고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조업허가를 받은 어선은 약 1700척 가량으로 나머지 8000여 척은 불법 조업을 하는 어선들입니다.

10척 혹은 20척씩 서로 쇠줄로 배를 연결해 불법조업 단속에 저항하는 중국 어선들을 영상을 통해 많이 봤을 것입니다. 그들의 저항은 필사적입니다. 이 와중에 서해상에서 불법조업중인 중국어선을 단속하다 우리 해경이 사망한 불행한 사건도 발생했지요.

한국 정부는 이 사건 이후 단속에 저항하면 총기사용까지 불사한다는 강경입장을 정했습니다. 2015년까지 총 9300여억 원을 투입해 대형급 단속함정 증강을 포함해 인력, 장비 등을 확충할 계획도 발표했습니다. 또 불법어업의 벌금을 기존 1억 원에서 2억 원으로 2배 높였고, 재범이상의 불법조업에 대해선 담보금을 1.5배 가중한다는 방침입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강경책이 중국어선 불법조업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된다고 지적합니다. 중국 어민들이 강경한 단속을 감수하고서도 불법조업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이유가 있다는 것입니다.

김삼열 전 목포지방 해난심판원장은 "중국 연안 해역에 어종의 씨가 말랐기 때문에 중국 어민들이 원거리 조업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는 중국에 산업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구조적으로 해석합니다.

즉 중국 연안에서 '물고기 씨가 마르고 있는' 까닭은 "중국 어민들의 무차별적인 남획도 한 원인이지만 연안 해역 인근 지역에 산업화가 가속화되면서 부영양화된 오·폐수의 유입으로 연안 해양생태계가 무너졌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김 전 원장은 "한국에서 시화호 등 각종 방조제 사업이 시작되고 나면 인근 연안해역에 극심한 해양생태계 변화가 찾아온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합니다. 김 전 원장은 "중국 정부가 산업화의 속도에 비례하는 연안해양 환경 대책을 시급히 수립해야 한다"고 주문합니다.

두 번째로 중국 어선들이 불법조업을 하는 이유는 널리 알려진 것처럼 '돈이 되기 때문'입니다. 중국 어민들은 보통 보름 동안 조업을 하는데 주로 서해의 황금 어종인 조기와 멸치, 꽃게, 고등어 등을 포획합니다.

이들은 불법조업을 통해 한 척당 대략 2000만 원에서 3000만 원 가량 수익을 올립니다. 선원들에겐 개인당 한국 돈으로 약 40만 원에서 50만 원이 배당 수익으로 돌아갑니다. 중국의 물가를 감안했을 때 이 돈은 결코 작은 금액이 아닙니다.

해군 개입하게 되면 국제분쟁지역화 될 가능성 높아

 중국 불법조업 어선들은 사진에서처럼 10척 혹은 20척씩 서로 쇠줄로 묶는 이른바 '연환계'를 쓰며 단속을 하는 우리 해경에 거칠게 맞선다. 이 때문에 단속 중이던 우리 해경이 사망하는 불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 불법조업 어선들은 사진에서처럼 10척 혹은 20척씩 서로 쇠줄로 묶는 이른바 '연환계'를 쓰며 단속을 하는 우리 해경에 거칠게 맞선다. 이 때문에 단속 중이던 우리 해경이 사망하는 불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 흑산도 이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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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중국 어선들이 남북분단과 외교적 마찰 등 정치군사적 요소를 지능적으로 이용해 불법조업을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즉 중국 어선들은 남북분단으로 형성된 '북방한계선(NLL, Northern Limit Line)'의 취약점을 교묘히 이용해 서해를 오르내리며 불법조업을 하고 있습니다. 또 한국과 중국 영해를 넘나들며 '등거리 조업'을 하기도 하구요. 

단속을 하고 싶어도 쫓아가면 중국 내 영해로 도망가거나 어느 땐 북한 영토로 들어가버립니다. 중국 영해로 도망간 어선은 중국과의 외교 마찰을 우려해 쫓아갈 수 없고, 북한 영해로 도망간 어선은 남북의 군사충돌 가능성 때문에 쫓아가지 못하는 것이죠. 분단은 이렇게 바다에서도 우리에게 구체적인 피해를 줍니다. 평화와 통일이 돈이라는 말, 맞습니다.

중국 어선들이 한국 영해에서 불법조업을 하는 세 가지 구조적 이유를 알았으니 대책 또한 구조적인 대책이 먼저 나와야겠지요. 무엇보다 참여정부가 구상했던 것처럼 남과 북, 중국이 서해를 '평화의 바다'로 만들기 위한 긴장완화의 조치가 시급합니다. 남북관계가 대결이 아닌 화해와 협력으로 가야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다음으론 강경대비책을 높이는 방어적 대책보다 외교적 역량을 높이는 일이 중요합니다. 중국 어민들의 불법 조업의 구조적 이유 세 가지 중 두 가지가 모두 중국이 스스로 풀어야 하는 과제입니다. 이는 우리가 강경단속을 했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중국 정부가 실질적 조치를 취할 수 있게 외교적 압박의 힘을 높여가야 합니다.

마지막으론 해경이 단속 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늙은 경비정 대신 최신 고속단정 등의 도입을 기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죠. 새해 들어 해군 참모총장이 해경과 연대하여 불법조업을 막겠다는 식의 언론플레이를 했는데요, 이는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처사입니다. 해군이 개입하게 되면 국제분쟁지역화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서남해 끝자락인 이어도 일대는 특히 그렇습니다. 우리가 왜 일본의 끝없는 도발에도 독도에 해군이 아닌 해경을 주둔 시키고 있겠습니까. 일국의 해군 참모총장이 전략적 사고 없이 분노하고 있는 국민감성에 편승하면 안 됩니다.

홍도 앞바다를 비롯해 흑산바다, 서해 일대에는 살 오른 조기떼가 창창할 것입니다. 민간전설에 '황금투구를 쓴 장수'로 등장해 서해를 주름잡고 있는 조기떼. 다른 나라 어민들의 난폭한 불법조업으로 씨 마르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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