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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들은 우울증을 앓은 적도 없고 성적비관도 아닌데 왜 언론에서 우울증 보도가 나왔는지 납득할 수 없습니다. 혼자서 그 고통을 감수해온 아들을 지켜주지 못한 것도 가슴 찢어지는데 서둘러 단순자살로 마무리하려 하고 있어 너무나 억울합니다."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전주 A고등학교 우모군(17) 부모는 우군이 장기간에 걸친 언어폭력과 집단 괴롭힘을 당해왔다며 일부 언론의 우울증 보도에 분개했다. 우군의 부모는 학교폭력에 의한 자살이라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우군이 평소 같은 반 친구들에게 언어폭력과 집단 괴롭힘을 당해왔다는 우군의 한 친구 증언 사실도 뒤늦게 밝혀져 학교폭력 가능성을 한층 높여주고 있다. 우군의 부모들은 경찰과 교육당국이 사건을 축소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우리 아들, 우울증 앓은 적 없어'

지난 4일 오전 7시 40분께 우군은 집 근처의 한 상가건물 5층에서 뛰어내렸다. 소리를 듣고 나온 마트 주인이 119에 신고했고 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틀 뒤인 6일 새벽 끝내 숨졌다.

우군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언론에서 내 아이가 우울증이라고 보도했는데 단 한 번도 우울증 진단을 받아 본 적도 없고 병원조차 가본 적도 없다"며 일부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에 아들의 죽음이 억울하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유족들은 우군의 자살 원인이 장기간에 걸친 학교폭력이라고 확신하는 듯했다. 우군의 아버지는 "학교 성적이 워낙 좋지 않아서 평소 학업에 대한 부담을 주지 않았다"며 학업성적 부진에 따른 자살 가능성을 부인했다.

우군은 자살한 당일 오전 집을 나서면서 평소와 다름없었다는 게 부모들의 말이다. 우군의 어머니 김모씨는 "그날 문제집을 사야한다며 용돈까지 타가지고 평소와 다름없이 등굣길에 나섰다"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친구들, 언어폭력과 괴롭힘 당해'

우군의 부모들은 장례를 치르기 전까지는 자살의 원인이 학교폭력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지만 지난 6일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에 같은 반의 친구 B모군이 홀로 장례식장을 찾아와 우군의 학교생활을 털어 놓으면서 학교폭력을 확신했다.

우군의 아버지는 "그날(장례) 자정을 넘긴 시간 때 아들의 한 친구가 불쑥 찾아와 아들이 1년 이상 반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사실을 말했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며 아들을 지켜주지도 못한 사실에 안타까워했다.

이날 우군의 친구 B모군은 유족들에게 "저라도 그렇게 당했다면 견뎌내지 못했을 것이다. 심한 언어폭력과 함께 괴롭혀온 아이가 2학년 때도 같은 반이 됐으니 무척 괴로웠을 것이다"고 전했다는 것.

친구의 말을 듣고 우군의 어머니는 다른 학생들에게 확인해 본 결과, 일부 학생들이 심각한 언어폭력 있었다는 사실을 추가로 증언해줬다고 말했다. 우 군의 교재에서도 평소 괴롭힘을 당해온 흔적들이 발견됐다.

우군이 학교에서 사용해온 교재에 심한 욕설이 담긴 글귀들이 페이지 곳곳에서 적혀있었다. 우군의 부모들은 우군의 글씨체가 아니라며 평소 아들을 괴롭힌 반 친구들이라고 주장했다.
▲ 우군의 교재에 적힌 '욕설과 협작 글귀들' 우군이 학교에서 사용해온 교재에 심한 욕설이 담긴 글귀들이 페이지 곳곳에서 적혀있었다. 우군의 부모들은 우군의 글씨체가 아니라며 평소 아들을 괴롭힌 반 친구들이라고 주장했다.
ⓒ 윤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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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재에는 평소 우군을 괴롭혔을 가능성이 있는 학생들이 적어놓은 듯한 '우xx는 멍충이, 병x, 쓰레기다', '바보 말종 인생 살 가치가 없는 놈이다',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질 준비해라'라는 글귀가 적혀있었다.

우군의 아버지는 "낙서를 보면서 아이가 학교폭력으로 인해 자살한 것이 맞다는 확신을 했고 경찰에도 제보했다"며 "경찰도 이 증거를 토대로 학교폭력에 대한 진실규명을 해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교육당국, 경찰수사 지켜봐야"

우군의 어머니는 "처음 사건발생시 아들의 죽음이 우울증으로 알려져 다른 학부모들을 이해시키는 것도 힘들었다"며 "현재 같은 반 친구들 이외의 다른 학년 학생들은 아들의 죽음 자체를 모르고 있다"고 소중한 아들의 죽음이 빠르게 잊혀지는 것에 서운해 했다.

이어 "경찰조사가 시작되자 어느 순간부터 아이의 폭력에 대해 아무도 말을 해주지 않았다"며 "장례식장에 찾아온 그 친구의 말이라도 녹취했다면 좋았을 텐데 그땐 그럴 경황이 아니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우군의 아버지는 "학교나 관련된 모든 기관에서 이 사건을 감추려 하지 말고 정확한 진상조사를 했으면 한다"며 "우리 아이는 떠났지만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우군의 자살과 학교폭력의 연관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교사와 학생 등을 상대로 면밀히 조사해 자살 동기를 규명 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정황만으로는 학교폭력을 입증할 수 없어 단서를 찾기전에 단순 자살로 마무리될 개연성이 높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경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결과를 봐야할 것 같다"며 "학교폭력 연관성에 대해 조사하고 있지만 뚜렷한 정황이 나온 것은 아직 없다"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덧붙이는 글 | <전민일보>



태그:#학교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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