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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경북 달성군 달성보에서 바닥보호공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공사는 상류에 고령강정보와 구미보 등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경북 달성군 달성보에서 바닥보호공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공사는 상류에 고령강정보와 구미보 등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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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 구간에 세워진 16개 대형보에 안전성 문제가 제기됐다. 강물이 월류하는 지점에서 물의 낙차로 보를 지탱하는 지반이 침식돼 보 본체가 주저앉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8개 보가 집중된 낙동강 구간에서는 보 하류부의 침식을 대비한 공사들이 진행되고 있어 이 같은 주장에 힘이 실린다.

16일 오전 '생명의 강 연구단'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4대강 현장조사 보고대회'를 열고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하며 "낙동강에 설치된 보는 국제기준으로 대형댐에 해당하지만 정부가 댐 기준이 아니라 보 기준으로 설계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구단은 "보 본체의 안전성은 보 직하류부에 설치된 물받이공이 기능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물받이공이 유실되고 보 하류부에서 침식이 가속되면 보 본체가 주저앉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물받이공'은 물의 낙차로 인해 바닥이 파이는 걸 막기 위해 강바닥에 블록을 쌓거나 콘크리트를 치는 방식으로 설치된다.

실제로 <오마이뉴스>가 동행한 지난해 12월 낙동강 현장조사에서는 구미보와 낙단보의 물받이공 유실이 확인됐다(관련기사 : 에폭시 주사로 '땜질'... 흉터 흉칙한 '누더기 보'). 또 고령강정보와 달성보의 경우 물받이공이 위치한 지점에서 차수벽을 설치하고 보강공사를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관련기사 : 녹색성장? 강물이 온통 '녹색'...기막히다).

연구단장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댐을 보로 설계했으니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심각한 후유증이 발생할 것"이라며 "시설안전공단이 안전성을 검토했다고 하는데 댐 설계를 얼마나 알고 했는지 의문스럽다, 민간 합동조사단을 꾸려 정밀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시민환경연구소 등이 참여한 '생명의 강 연구단'은 지난해 12월 낙동강 지역 현장조사에 이어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남한강과 금강, 영산강 현장을 조사했다. 이들은 이날 보고대회에서 보 안전성 문제와 함께 보 구조물 누수, 재퇴적 현상, 농경지 침수 피해와 수질 오염 문제 등을 제기했다.

2개 보에서 누수현상 추가 발견... 완공 없는 4대강 사업

지난 3일 생명의 강 연구단 조사 과정에서 경기도 여주군 여주보 콘크리트 구조물에 생긴 균열 사이로 물이 새어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생명의 강 연구단 조사 과정에서 경기도 여주군 여주보 콘크리트 구조물에 생긴 균열 사이로 물이 새어 나오고 있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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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단은 이날 국토해양부가 누수 사실을 인정한 9개 보(낙동강 8개, 금강 1개) 외에도 2개 보에서 추가적으로 누수 현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금강의 백제보와 영산강의 승촌보에서 보의 고정보 부근의 누수와 이를 보강한 공사 흔적이 확인됐다"며 "누수가 발생한 보가 모두 9개라고 한 정부의 발표는 허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남한강의 3개 보는 고정보 위로 월류가 되고 있어 누수 여부를 확인하는 게 불가능했으나, 여주보와 강천보의 날개벽에서 누수가 발생했다, 향후 보에 물을 빼고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규모 준설을 한 지점에 모래가 다시 쌓이는 재퇴적 현상도 도마에 올랐다. 연구단은 낙동강의 재퇴적 비율(준설계획 양 대비 재퇴적 양)이 25%~30%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며 "이를 다시 준설하려면 약 8천억 원에서 1조 원의 예산이 추가로 투입돼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4대강 사업은 강바닥을 평평하게 하고 모래가 물의 흐름을 방해하는 걸 막기 위해 약 5조원의 예산으로 5.7억㎥의 모래를 준설할 계획(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을 세웠다. 그러나 준설 후 사라졌던 모래톱이 다시 생기고 백사장이 복원 되는 등 재퇴적이 진행돼 불필요한 예산을 낭비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와 관련해 박창근 교수는 "정부가 재퇴적 된 모래를 재준설하고 본래 설계상 준설단면 대로 4대강 사업을 준공 할 것이라고 했지만 그러려면 1조 원 가량의 예산이 더 투입돼야 한다"며 "준설을 다시 한다 해도 모래는 또 쌓일 것이다, 4대강 사업은 애초부터 결코 완공할 수 없는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보에 균열이 가고 누수가 발생한 것 관련 "당장 붕괴될 우려는 없지만 부실공사로 인해 보의 수명은 줄어들 것"이라며 "4대강 사업을 속도전으로 진행하면서 겨울철에도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등 그 품질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날 풀리면 '조류대발생' 일어난다"

지난해 12월 녹조가 의심되는 강정고령보에서 '생명의 강 연구단'이 수질 검사를 위해 채수를 하는 장면. 강물이 짙은 녹색을 띠고 있다.
 지난해 12월 녹조가 의심되는 강정고령보에서 '생명의 강 연구단'이 수질 검사를 위해 채수를 하는 장면. 강물이 짙은 녹색을 띠고 있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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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에서 보가 건설되며 강이 호소화 됨에 따라 우려됐던 수질오염의 징조도 제기 됐다. 조사 당시 낙동강의 경우 고정보 부근의 누수 보강공사 등으로 물을 다 채우지 않은 채 수문을 열어놓고 있어 보가 완전히 제 기능을 하지는 못했지만, 고령강정보 이후 수질오염이 예상되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연구단에 따르면 조류물질의 측정 지표인 클로로필a(Chl-a) 농도가 낙동강 8개 보 가운데 가장 하류에 있는 합천보에 이르러 99mg/㎥에 달했다. 이는 100mg/㎥에 달하면 발표되는 '조류대발생' 수준에 근접한 수치다. 조류경보 단계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인 '조류대발생'은 2회 채취시 Chl-a 100mg/㎥이상에 남조류 세포 수가 10⁶cells/㎖ 이상일 때 발효된다.

연구단의 조사 결과는 이 조건을 충족시키지는 못하지만 상당한 양의 조류가 번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날이 풀려 수온이 올라가 조류가 번식할 수 있는 조건이 조성되면 녹조현상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이날 보고대회 발표에서 "고령강정보에서는 육안으로 녹조류와 규조류의 조류가 혼재돼 있는 상태가 확인됐다"며 "물이 처음 저수되면서 부영양화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보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하면 호소화가 진행되면서 낙동가 하류부의 녹조가 현저해 질 것으로 보인다"라며 "낙동강 전 구간이 보로 인해 호소적 수질을 가짐으로 악화된 수질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국토부 "수질 오염 없다...누수는 흔한 현상"

지난해 12월 가동보 하나를 열고 물을 방류 중인 낙단보. 물이 쏟아져 나오는 입구에 쌓아 놓은 바위(바닥보호공)들이 유속에 의해 쓸려나갔다.
 지난해 12월 가동보 하나를 열고 물을 방류 중인 낙단보. 물이 쏟아져 나오는 입구에 쌓아 놓은 바위(바닥보호공)들이 유속에 의해 쓸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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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연구단의 발표에 국토해양부는 "보 구역의 물 색깔 변화가 조류 때문이라고 단정 할 수 없다"며 "수심 증가 및 저수량 증가로 인해 시각적으로 옅은 녹색이 보일 수 있다"고 반박했다.

또 클로로필a 수치와 관련해 "최근 3년간 조류 농도와 유사"하다며 "4대강 사업 이후 증가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국토해양부가 밝힌 수치는 생명의 강 연구단 일정에 환경부가 동행하며 같은 지점에서 같은 시각 채취한 수치에서 최대 3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특히 국토부는 함안보 부근의 클로로필a 수치가 최근 3년 평균 83.7mg/㎥이고 이번 조사 결과 71.4mg/㎥라고 밝혀 연구단이 측정한 99mg/㎥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또 누수현상과 관련해 "콘크리트 시공 이음부의 물비침(누수)은 흔히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라며 "한국시설안전관리공단에서 제시한 보수방안에 따라 완벽히 보수했으며 모든 보가 안전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해명했다.

국토부는 바닥보호공(물받이공) 유실에 따른 보의 안전성과 관련한 문제제기에 특별한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낙단보는 강 바닥이 암반으로 돼 있어 바닥보호공 자체가 없으며 달성보와 강정고령보는 현재 바닥보호공 공사를 하고 있으며 1월 말 완료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생명의 강 연구단은 오는 2월 24일 '4대강 콘서트'을 개최해 현장조사와 분석을 위한 기금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또 2월 말 5차 4대강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홍수기가 시작되는 6월 6차 현장 조사를 실시한다.


태그:#4대강, #4대강 사업, #생명의 강 연구단, #박창근, #강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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