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원장 정태인)은 새해를 맞아 2012년 한국사회를 전망하는 글을 기획했다. 앞으로 10회에 걸쳐 경제분야에서는 세계경제, 그리고 가계부채와 일자리 문제를 중심으로 한 한국경제를 전망하며, 사회 분야에서는 복지 확충을 중심으로 보건의료와 보육 문제를 살펴보고 증세 방안을 검토한다. - 기자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계부채는 매년 한국경제의 시한폭탄으로 꼽히고 있다. 수년째 같은 경고가 되풀이되고 있지만 아직 그 위험이 폭발하지는 않았다. 2011년 봄, 주택건설과 연동된 저축은행 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이 터지면서 국지적으로 충격이 가해진 것이 전부였다.

"설마 터지겠어..."라고 방심하다가

그러다 보니 가계부채 위험성 수치는 점점 더 높아짐에도 일종의 내성이 생기면서 "위험한 수준이 한 두 해 지속된 것도 아닌데, 당장 문제가 생기지는 않겠지"라는 안이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가계부채가 불안 요인을 품은 채 누적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없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과거의 문제점에 더해 새로운 위험요소들이 추가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 국가에서 가계부채의 축소가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가계와 은행의 부채축소가 수년째 계속되면서 정부 부문이 부채 확대를 감수하고 이를 흡수해주고 있다. 그러나 한국만은 예외다. 2008년 이후부터 2011년 말까지 가계부채 증가는 멈추지 않았을 뿐 아니라 부채가 증가하는 속도조차 거의 늦춰지지 않았다([그림1] 참조).

[그림1] 가계 부채의 증가 추이 자료 : 한국은행
▲ [그림1] 가계 부채의 증가 추이 자료 : 한국은행
ⓒ 새사연

관련사진보기


빚은 늘어나고, 저축은 줄어드는 불안한 미래

가계부채 증가속도는 2009년 잠깐 내려갔지만, 2010년 다시 빨라졌고, 평균 8% 이상 유지되고 있다. 이는 가계 소득증가를 뛰어넘는 것은 물론 경제 성장률마저도 웃도는 증가 속도다. 그 결과 2011년 3분기 가계부채는 1071조 원까지 올라갔는데, 최근 1년 동안에만 약 90조 원이 늘어난 것이다. 가처분 소득대비 부채 비율은 2010년 157.6%까지 올라갔고, GDP대비 비중은 86.4%까지 늘어났다. 회복되는 듯하던 경제가 올해부터 다시 침체에 빠질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당장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늦춰야 하는 것은 물론 절대 규모를 줄여야 하는 난제가 앞에 놓여 있는 것이다.

부채가 늘어나는 동시에 저축이 줄어드는 구조 역시 전혀 바뀌지 않았다. 우리 국민의 저축성향은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세계 최고 수준을 보였다. 그러나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자유낙하 수준으로 추락해 2007년 2.6%까지 내려갔다. 세계 최저 수준이다. 빚은 계속 늘어가고, 저축은 거의 할 수 없으며, 그래서 지속 가능하지도 않고 미래 위험에 전혀 대응할 수 없는 가정경제 패턴이 2000년대 이후 확대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금융은 부채를 제공하고, 부동산은 투기를 유도하고

삼성경제연구소에 의하면, 1990년대 말 이후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확대 등 우리나라도 유럽 선진국처럼 사회보험 부담금이 늘어나면서 가처분 소득은 줄고 저축 유인이 줄어든 것이 하나의 요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물론 일부 영향이 있을 수는 있겠으나 전혀 본질적인 측면은 아니다. 사회보장 시스템이 세계 최고 수준인 스웨덴, 노르웨이의 저축률이 모두 OECD평균 이상인 것이 이를 증명한다.

사실 소득을 묶어놓고 부채를 늘려서 민간소비를 증대시키는 경제성장 패턴은 신자유주의의 가장 중요한 성장 메커니즘이었다. 가계 부분은 부채로 소비해 구매력을 유지시키고, 금융 부분은 부채 공급을 위해 다양한 대출상품을 쏟아내면서 성장 동력을 확대하고, 부동산과 자산시장 부분은 투기를 유도함으로써 저축을 자산시장으로 유입시켜 성장세를 이뤘다. 이로써 지난 20여 년 동안 신자유주의 시대의 대 안정기(Great Moderation)를 누렸던 것이다. 그리고 그 시스템의 최종적인 붕괴가 바로 아직도 진행 중인 '글로벌 금융위기'다.

가계부채 문제는 신자유주의식 성장을 폐기할 때 해결

외환위기 이후 한국사회가 신자유주의로 전환됐다는 것은 단순히 규제완화와 감세, 금융화, 민영화 논리가 정책으로 채택됐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한국 자본주의의 성장양식도 부채를 늘려 내수를 촉진하고 가계경제를 성장시키는 경제시스템, 이른바 '적자호황 시스템'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유형의 시스템이 이미 붕괴된 미국은 2009년부터 부채축소, 저축확대의 단계에 들어갔지만, 아직 직접적 충격이 없는 한국과 상당수 아시아 국가들은 여전히 '적자 호황' 국면의 끝 언저리를 맴돌면서 부채 위험요인을 털어버리지 못하고 있다.

'낮은 소득-높은 부채-낮은 저축'은 이제까지 가계의 희생을 담보로 해 신자유주의적 내수 성장 동력이 돼 왔지만, 앞으로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우리나라 국민의 가계부채를 줄이는 문제는 신자유주의 방식의 내수 성장 동력을 폐기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인 것이다. 또한 1998년 이후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누적된 가계 부채를 줄여 가면서 새로운 내수 성장 동력과 가정 경제 살림 패턴을 전환시키는 문제이기도 하다.

부채의 양적 증가와 함께 대출 구조의 취약성이 문제

우리 가계의 두 번째 위험성은 부채구조가 다른 나라와 달리 대단히 취약하다는 점에 있다. 이 역시 익히 알고 있는 문제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그 취약성이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구조적 취약성 세 가지를 짚어보자.

1) 대출기간이 짧고 원리금 일시상환이 많다

만기가 10년 미만인 주택담보 대출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 통상적으로 모기지 대출은 20~30년 장기 대출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대출 기간이 지나치게 짧다. 길지 않은 대출기간에 더해 원금상환 방식도 만기 일시 상환 비중이 37.3%로서 매우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 가계 대출이 급격히 높아지기 시작한 것이 1990년대 말부터고, 특히 2005년 이후 더욱 팽창했던 점을 고려한다면 대출 만료 기간이 집중되는 시점이 오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그나마 3~5년 동안의 거치기간을 정해서, 은행이 거치기간을 연장해주거나 새로운 대출로 갈아타는 방식을 통해 거치 기간을 갱신함으로써 원리금 상환을 회피하는 경우가 3분의 1 정도 됐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규제와 은행의 대출 태도 변화로 거치기간 연장이나 갱신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2012년에는 이런 부분이 구조적 취약점이 돼 터질 수 있다.

2) 이자만 갚아 왔는데... 이제는 원금상환 시작

지금까지는 이자만 갚으면 됐기 때문에 현실적 연체나 부실위험이 적었다. 그러나 본격적인 원리금 상환이 개시되면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은행들은 2005년부터 거치기간을 설정한 원리금 분할상환 대출을 본격적으로 취급하기 시작했는데, 한국은행에 의하면 최근 들어 이런 대출의 거치기간이 종료되고 있다. 실제 자료를 봐도 2010년 말까지 이자만 갚는 주택담보 대출 규모가 17.7%에 불과했는데 6개월 뒤에는 22.0%까지 늘어났다. 이런 추세는 올해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가계의 상환부담은 이전보다 훨씬 커질 것은 물론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부채 상환능력이 낮으면서 이자만 납부하는 부채상환 능력 취약 대출'이 전체 주택담보 대출 잔액의 26.6%를 차지하고 있고, 그 가운데 연 소득 수준이 2천만 원 미만인 비중도 39%에 달한다는 점이다. 특히 부채상환능력 취약 대출의 만기도래가 2012년 21.2% 몰려 있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진단이다. 구조적 취약성이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올해 상당히 커졌다는 얘기다.

3) 금융시장 변동성에 약한 변동금리 대출이 90%

가계 부채 가운데에서 시장 금리에 영향을 받지 않는 고정 금리보다는 변동 금리형태가 91%로 압도적으로 많아 금리인상 충격에 매우 취약하다. 특히 주택관련 대출에서 변동금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9년 기준 미국 10%, 프랑스 13%, 영국 62% 등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변동 금리형 대출은 금리 변동시 그 위험을 은행이 아닌 가계가 부담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가계에 불리한 구조다. 결국 금리변동이라는 미래의 위험을 은행이 아니라 가계가 부담하도록 설계돼 있는 금리 조건이다. 물론 올해 상당 기간은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에서 묶어둘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금리변동으로 인한 가계 충격이 단기간에 올 가능성은 적다. 그러나 높은 경기변동성은 경제변동 여건에 따라 언제든지 금리 변동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고, 이러할 때에 가계가 받는 충격도 매우 커질 것이다. 또한 금융당국도 가계 부채라는 족쇄에 갇혀 경기변동에 대응하면서 금리정책을 유연하게 사용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다.

새로운 위험, 서민 부채의 급증

이상 살펴본 가계부채의 양적 증가와 구조적 취약성에 더해 지난해 이후 가계부채에 대한 새로운 이슈가 발생하고 있다.

1) 이자가 높은 제2금융권 대출이 크게 늘고 있다

첫 번째는 이자가 높은 제2금융권의 대출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10년에서 2011년 상반기까지 은행 대출은 8.5% 증가한데 비해, 제2금융권은 두 배가 넘는 17.9%나 늘어났다. 지방 주택경기 상승에 따른 상호금융의 주택담보 대출이 늘어나고, 서민들이 생계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제2금융권 이용을 늘렸던 점이 수요 측면의 이유일 것이다. 동시에 2010년 이후 신용카드사들이 경쟁적으로 다시 영업을 재개하고 은행에서 분리되면서 대출경쟁에 나섰던 공급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제2금융권 대출의 확연한 증가를 이끌었던 것은 카드사였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전체 가계 대출에서 차지하는 은행의 비중은 줄어들고 이자가 높은 제2금융권 대출 비중은 높아졌다. 똑같은 가계 부채규모라고 해도 가계가 짊어질 부담이 커진 것이다. 제2금융권의 평균 대출 금리는 24.4%로 은행 대출금리 9.8%의 평균 2.5배에 이른다. 제2금융권에서는 초저금리 시대라는 말이 무색해진다.

2) 비싼 이자로 돈 빌리는 계층은 저소득층

평균 20%가 넘는 고율의 이자를 물고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는 계층은 주로 저소득층이다. 저소득 계층의 경우 대출 잔액은 전체 가계 대출의 12%에 불과하지만 2010~2011년 상반기 중 총 대출 증가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7%에 달해 여타 소득 계층에 비해 증가폭이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그림2] 참조).

[그림2] 저소득 계층의 가계부채 증가와 부채 비율 자료 : 한국은행
▲ [그림2] 저소득 계층의 가계부채 증가와 부채 비율 자료 : 한국은행
ⓒ 새사연

관련사진보기


최근 1~2년 동안 하위 20%(소득 1분위) 저소득층의 대출이 급격히 팽창하다보니 이들의 가처분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지난해에 무려 201.7%까지 올라갔으며 그 위의 20%(소득 2분위)도 123.8%까지 올라갔다. 평균 2년 정도의 소득을 모두 쏟아 부어야 빚을 갚을 수 있는 정도이다.

3) 고이자로 저소득층이 빌린 돈은 생활자금

한국은행은 지난해 가을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서 "최근 가계 대출은 주택 구입목적 보다 생활형 자금 성격이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택 담보대출 중 주택 구입 이외 목적 대출 비중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상승하면서 2011년 상반기 중 48.4%를 기록했다"고 보고했다.

또한 "생활형 자금 성격의 대출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가계의 소득 여건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세가격 상승에 따른 주거비 부담, 높은 물가 오름세 등으로 생계비 지출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부동산 자산을 담보로 잡아서 일회적인 소모성 생활비로 사용한다는 얘기가 되는데, 이제 소득도 모자라 사실상 자산을 잠식시키면서 생활을 해야 하는 형편이 됐다는 것이다.

결국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들과 달리 ▲ 가계부채의 절대 규모가 계속 증가했고 ▲ 우리나라 고유의 가계부채 구조 취약성이 온존되고 있으며 ▲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새로운 현상으로, 저소득층의 고이자 생활비 대출이 폭증하여 위험도를 높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그림3] 참조).

[그림3] 2012년 가계부채의 위험 구조도 .
▲ [그림3] 2012년 가계부채의 위험 구조도 .
ⓒ 새사연

관련사진보기


거대한 폭발... 아니면 연착륙?

이제 미국이나 스페인 등의 경우처럼 거대한 거품 폭발 후에 고통스런 자동 조정과정을 겪을지 아니면 예방적으로 국가가 정책적으로 개입 해 폭발과정 없이 가계부채와 부동산을 연착륙시킬 것인지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2010년까지 우리 정부는 모니터링을 하는 수준 외에 특별한 예방책을 사용한 적이 없다. 가계 부채가 아직은 끌고 갈만한 수준이라고 판단했거나, 경기가 조만간 호전되고 소득여건이 개선되면 부채를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2011년 들어와서는 이전과 다르게 상당히 적극적으로 가계 대출에 개입했다. 정부 스스로는 아직 '잠재적 위험요소'라고 폄하하면서도 점점 더 현재화될 수 있는 위험요소라는 인식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2011년 이후 저신용층, 저소득층, 다중 채무자들의 가계부채 상환 부담 가중이 누적되면 연체위기에 몰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또한 주택담보 대출의 원리금 상환이 몰리면서 가계 대출의 구조적 취약성이 현재화되면 저소득층뿐 아니라 중산층 일부도 연체와 파산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채권자인 금융회사 입장에서 볼 때에도 아직 시중은행의 위험 흡수 능력은 문제가 없지만, 저축은행과 신용카드사, 할부금융사 등 제2금융권은 다중채무자의 연체나 파산 충격에 노출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2012년 가계부채 위험관리 정책 방향은?

금융권의 중심이 붕괴하는 정도는 아니더라도 외곽에서의 국지적 충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부실 위험은 금융위기 초기인 2008년부터 꾸준히 제기됐고 인지된 위험이었지만, 결국 2011년 폭발했으며 저축은행, 건설사, 예금자, 지역경제는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이런 정도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림4] 가계대출 위험관리 정책 방향 .
▲ [그림4] 가계대출 위험관리 정책 방향 .
ⓒ 새사연

관련사진보기


우선 정부의 정책 방향이 전환돼야 한다. '낮은 소득 - 높은 부채 - 낮은 저축'에 의한 적자호황 방식은 가계의 희생을 담보로 한 신자유주의적 내수 성장 전략이며 이제 절대 지속 불가능한 방식이라는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불행하게도 이미 가계부채는 내수회복의 동력이 아니라 민간소비를 제약해 성장을 저해하는 가장 중요한 성장의 장애물이 됐다. 또한 부동산 정책, 금리정책, 경기부양 정책 등 대단히 중요한 정부 정책의 유연성을 떨어뜨리는 정책 제약 요인이 됐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 상승의 악순환 단절

특히 정책측면에서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의 악순환적 상승관계를 기본적으로 단절시켜야 한다. 부동산 가격유지와 가계대출증가의 악순환을 끊지 않으면 가계부채 증가와 부실을 막을 방법이 없다. 부동산 정책 고려에서 금융대출 완화를 선택 대상에서 제외해야 하며, 가계부채 증가가 더 이상 부동산 시장에 의해 움직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오히려 지금은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가계부채 상환부담 충격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초점이 돼야 할 것이다.

또한 대출 공급자인 금융회사의 대출 관리와 여수신 정책을 올바른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예대율 강화, 자기자본 비율 규정 강화, 대손 충당금 적립규모 상향, 레버리지 비율 규제 등을 강화하는 조치들을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모두 필요한 조치들이다. 그러나 자칫 이런 조치들이 급격한 자금위축으로 인한 가계부실 촉진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오히려 경기여건 악화 국면에는 건전 규정을 완화하고 과열 국면에 강화하는 경기 역행적 정책 취지에 맞도록 정책을 운용해야 한다.

대출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 필요

아울러 은행, 신용카드사, 저축은행, 보험사 등 금융회사들이 경제 여건이 어려운 환경을 틈타 위험을 쉽게 대출자들에게 전가하고, 오직 수익추구에 매달려 이자와 수수료율을 과도하게 책정하며, 위험한 금융상품을 파는 등의 행위를 더욱 철저하게 규제해야 한다. 신용카드의 무분별한 영업 경쟁과 과도한 수수료 체계는 이미 금융 당국이 관리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크게 개선되지는 않고 있다. 최근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관심과 압력이 높아지면서 금융 당국도 부쩍 이에 대한 언급을 늘리고 있지만 아직은 '금융소비자 보호청' 같은 강력한 제도적 대책도 나오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금융회사는 수익성이 문제가 될 것 같으면 배당부터 자제해야 한다.

또한 금융 당국과 금융회사는 현재의 변동금리 - 거치식 일시상환 대출구조를 전환하기 위한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 정부도 2016년까지 고정금리, 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비중을 30%까지 확대하겠다고 공언했으나, 구체적인 수단도 애매하고 실제로 금융회사들이 따라올 것인지 불확실하다. 예방적 차원에서 대출구조 개혁을 서둘러야 원리금 상환에 따른 충격을 흡수할 수 있으며, 은행도 대출구조 전환비용을 대출자에게 넘기려 하지 말고 손실 가능성을 미리 흡수한다는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대출 수요자인 가계의 신중한 부채관리도 중요하지만, 대출 공급자에 대한 적절한 규제와 정부의 태도가 더욱 중요하다.

덧붙이는 글 | 기사를 작성한 김병권 기자는 새사연 부원장입니다. 이 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새사연은 현장 중심의 연구를 추구합니다. http://saesayon.org과 페이스북(www.facebook.com/saesayon.org)에서 더 많은 대안을 만나보세요.

이 기자의 최신기사 드론을 띄웠다, 생명을 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