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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농부가 있다고 하자.

한 명은 좀 더 많은 수확량을 거두기 위해 농약이나 제초제를 사용하고 쓰다 남은 화학비료를 불법 투기하며,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저임금의 이주노동자들을 착취한다. 그 결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농산물을 공급한다. 또 한 명은 일체의 농약을 거부하고 유기 농산물을 생산한다. 농약이나 제초제를 쓰지 않으므로 토질을 개선할 수 있고 지하수를 오염시키지 않지만, 더 많은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한 효율적인 방법 대신 친환경적인 농법을 고수하므로 농산물 가격은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일반적인 비즈니스 통념으로 보면, 전자의 '나쁜' 농부가 후자보다 시장에서 생존할 가능성이 높다. 상대적으로 싼 가격의 제품을 시장에 내놓음으로써 가격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후자의 '착한' 농부는 비즈니스 원리에 반하는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는 셈이다. 소비자들이 자신을 지지해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농부들이 외면하는 비용을 자발적으로 부담하면서 비싼 농산물을 시장에 내놓는 모험을 감행하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만일 '착한 소비'의 기댓값이 공급량을 밑돈다면 이 농부는 곧 어려운 위기상황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비즈니스(business)란 무엇인가? 어떤 일을 일정한 목적과 계획을 가지고 짜임새 있고 지속적으로 경영하는 것이다. 전 세계 모든 대학의 경영학 스쿨을 포함하여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쏟아지는 경영 관련 서적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중심 테마이며, 산업경제의 중심축이기도 한 비즈니스라는 운영원리. 인간에게 비즈니스는 왜 필요하며 무엇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것일까? 비즈니스의 궁극적인 목적은 곧 '돈 버는 것'이라는 등식은 합당한 것일까?

두물머리 강변의 한 안내판은 이곳이 유기농단지임을 명백히 알려준다.
▲ 두물머리 유기농단지의 푯말 두물머리 강변의 한 안내판은 이곳이 유기농단지임을 명백히 알려준다.
ⓒ 지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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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는 '돈 버는 일'이라는 등식

우리들 모두에게 의심할 바 없이 명증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기준(사업은 결국 돈 벌려고 하는 것이다)에 대해 이렇듯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자유 시장 자본주의가 세상의 지배질서가 된 이래 경제 시스템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비즈니스 원리'가 인류의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사회 그리고 그 물적 토대인 자연환경을 회복 불가능한 지경까지 훼손하고 있다는 인식이 사람들 사이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생태학자들은 비즈니스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계속 확장해나간다면 인류는 파멸에 이를 것이라고 말한다. 과장된 이야기가 아니다. 한 세기에 걸쳐 진행된 산업화의 물결은 지구의 자원을 남김없이 파헤치면서 땅과 바다, 공기 등 생명체의 존속에 필수 불가결한 기본 환경을 피폐화시키고 지구를 회복불능의 쓰레기하치장으로 바꾸어놓고 있다. 질 높은 서비스와 창조적 발명을 통해 인류 복지에 기여해야 할 비즈니스가 역으로 지구를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라. 지금 이 순간에도 비즈니스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환경오염과 파괴 그리고 생태계 착취가 자행되고 있는가를. 지구의 산소를 공급하는 열대 우림에서는 시간당 50만 그루의 나무가 잘려나가고 있고, 호모 사피언스라는 단일 종의 생존을 위해 연간 2만 종이 넘는 생물들이 이 행성에서 사라지고 있다.

남반구에서는 해마다 20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살충제 때문에 죽어가고 있고, 화학비료의 사용 증가는 수확량을 늘리기는커녕 도리어 심각한 환경오염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10% 이상 수확량이 감소하고 있으며 이 수치는 계속 상승하고 있다.

환경운동가 폴 호켄(Paul Hawken)은 비즈니스는 단순히 물건을 만들고 파는 제도가 아니라 윤리적인 행위규범이며, 환경을 거스르고 자원을 약탈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의 호흡과 박동에 비즈니스 자신의 박동과 호흡을 맞추어가는' 창조적인 과정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모든 경제적 단계가 자연의 시스템과 유사하게 구조화되어 기업과 고객 그리고 생태계 간 공생관계를 이루며 번창하는 새로운 경제 시스템을 재구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그는 이것을 '회복의 경제'라고 부르고 있다).

비즈니스가 야기하는 자연 약탈적 행위가 인류에게 용인되는 이유는 인간이 먹고사는 문제의 대부분을 기업 비즈니스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비즈니스의 추악한 얼굴을 목도하고 분노하면서도 동시에 자신들의 직업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미래에 곧 닥칠 위험을 애써 외면한다. 폴 호켄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거대 경제 시스템의 허위는 그 시스템이 자연과 사회, 그리고 우리 자신을 계속해서 훼손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부정한다는 사실이다.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만들 수 있을까

비즈니스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필요한 시기
▲ 사회적경제 비즈니스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필요한 시기
ⓒ 사회적경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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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들은 신자유주의라는 날개를 달고 전 세계를 넘나들며 오직 수익만을 좇아 대다수 인류의 삶을 멸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는데, 잘못된 경제 시스템과 운영원리로 인해 많은 이들이 고통을 받으면서도 이를 수수방관할 수밖에 없는 '불편한' 진실. 우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인류가 창안해낸 작품 가운데 가장 효율적인 운영체계라 평가받는 비즈니스가 '악의 축'이 아니라 공동선(善)으로 기능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지속가능한 비즈니스'의 표준을 만들어내고 그 방법과 원리들이 기존의 방식과 어떻게 다른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자연과 비즈니스를 조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생산성이 낮아지면 오히려 수익이 늘어나고, 비즈니스의 규모가 작아지더라도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할 수 있으며, 상품과 서비스의 절약을 팔아서 돈을 버는 '이상한' 사업구조를 말한다. 생산성이 낮은데 수익이 더 늘어나다니? 과연 이것이 가능한 일인가?

앞서 언급한 두 명의 농부를 다시 등장시켜 보자.

지구나 환경 문제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저비용 고효율의 비즈니스 방식을 선택한 '나쁜' 농부에게는 높은 환경 파괴 비용을 가격에 반영시키게 함으로써, 농약이나 제초제를 사용하는 것이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하면 된다. 한편, 일체의 농약을 거부하고 유기 농산물을 생산하는 '착한' 농부에게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해줌으로써 현재의 비용구조 및 가격대로도 충분히 지속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주면 된다.

친환경적인 농법을 고수해가는 '윤리적인' 기업이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경제 운영체계를 바꾸는 것. 환경 파괴를 줄일수록, 생태계를 회복할수록, 자연의 순리에 따라갈수록 더 높은 수익과 성장을 누릴 수 있는 경제. 인간의 윤리적 각성에 기대어 경제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착한 일을 할수록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와 시스템을 변경하는 것. 그렇다. 핵심은 바로 시스템(system)과 그 시스템의 운영원리다.      

이 '크고, 담대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우리들 의식 속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비즈니스에 대한 환상과 미신을 벗겨내야 한다. 경쟁에서 싸워 이기려면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비용을 낮추고 품질을 높여야 한다'는 경제학의 낡은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는 매 단계마다 새로운 비용함수를 적용함으로써 가격구조를 새롭게 바꾸는 것. 기업들이 친환경적인 기업이 되려고 경쟁하려는 이유가 기업 스스로 윤리적인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생태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 곧 수익률을 높이는 일이 될 수 있도록 구조를 재설계하는 것이다.

"창조적 발명 통해 복지를 증진하겠다는 약속"

마하트마 간디
 마하트마 간디
ⓒ 플리커(@Dan Stov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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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마하트마 간디(Mohandas Gandhi)는 서구적 근대문명, 산업주의, 기계문명을 철저히 배격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하며 근대 산업주의 문명이 가져다주는 물질적 풍요를 기반으로 한 인류의 행복이란 결국 허망한 약속에 지나지 않는다고 갈파한 바 있다.

그의 예언은 옳았다. 지금 인류는 현 세대의 풍요와 안락을 위해 미래 세대에게 남겨 줄 소중한 지구 자원을 남김없이 희생시킴으로써, 언제 대재앙의 후폭풍을 맞을지 모를 생태계 파괴라는 심각한 과오를 저지르고 있지 않는가? 그리고 비즈니스가 파괴의 현장 맨 앞에 서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경영학의 구루라 일컬어지는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 박사는 생전의 수많은 강연을 통해 비즈니스의 목표는 '돈을 버는 것이 아니며 또 그래서도 안 된다'고 말해 왔다.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면, 비즈니스가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자본이 주인행세를 하는 경제 시스템 하에서 지구적, 환경적,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 혹은 비즈니스가 생존할 수 있겠는가?

혁신기업가들(entrepreneurs)은 말한다.

비즈니스란 창조적 발명을 통해 인류의 복지를 증진하겠다는 약속이라고, 피폐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커뮤니티 비즈니스(community business), 사회적 가치를 증대시키기 위한 사회 비즈니스(social business)가 더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이제까지의 비즈니스가 세상을 파괴해왔다면 지금부터는 망가진 지구를 되살리고 회복시키는 글로벌 비즈니스(global business)에 지혜와 힘을 집중해야 한다고, 기술혁신과 번영, 의미 있는 노동과 안정을 추구하면서도 생태계를 회복시키고 환경보호까지 가능한 경제를 창조할 힘은 이미 '비즈니스' 안에 내포되어 있다고 말이다.

당신은 지금 어떤 비즈니스를 꿈꾸고 있는가?

덧붙이는 글 | * 글쓴이는 희망제작소 사회적경제센터 센터장입니다.
* 이 글은 희망제작소 사회적경제센터 누리집(http://blog.makehope.org/smallbiz/)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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