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국민드라마' 될 기셉니다."

한 방송관계자의 전언이다. 2011년 하반기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던 MBC 수목극이 오랜만에 활짝 웃고 있다. 그 주인공은 <해를 품은 달>(극본 진수완 연출 김도훈)이다.

<해를 품은 달>은 방송 3회만에 시청률 20%대를 돌파하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오랫동안 일일극과 주말극에서만 나타났던 30%대의 시청률이 실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것도, <해를 품은 달>의 돌풍이 심상치 않음을 방증한다.

명품 아역들, 마음껏 좋아하셔도 쇠고랑 안 찹니다잉~

 MBC 새 수목드라마 <해를 품은 달> 아역 4인방인 훤(여진구 분), 양명(이민호 분), 염(시완 분), 운(이원근 분)의 촬영 현장 사진이 공개됐다.

MBC 수목드라마 <해를 품은 달> 아역 4인방인 훤(여진구 분), 양명(이민호 분), 염(시완 분), 운(이원근 분)의 촬영 현장 사진. ⓒ 팬엔터테인먼트


무엇보다 초반 화제몰이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명품 아역'이라 불리는 아역 연기자들이었다. 훤 역의 여진구, 양명군 역의 이민호, 연우 역의 김유정, 민화공주 역의 진지희 모두 여느 기성 연기자 못지 않은 필모그라피와 연기력을 자랑하는 이들이다. 여기에 '제국의 아이들' 멤버인 임시완과 신예 이원근 역시 첫 연기 도전임에도 각각 염과 운 역을 잘 소화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다수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해를 품은 달> 아역 분량을 늘렸으면 좋겠다'는 시청자들의 의견을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이들 모두 자연스러운 감정 연기를 선보이며 초반 인기몰이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지난 2일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연우 역을 맡은 한가인이 "편집실에서 1·2부를 살짝 봤는데 어린 훤이 연기하는 모습 보고 가슴이 떨리더라"며 "'어머 이를 어쩌나, 어린 친구에게 가슴이 떨리네' 할 정도였다"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 남성 아역 연기자들의 경우 '~앓이'(어떤 대상을 무척 좋아하고 소중히 여긴다는 의미의 인터넷 신조어)라는 말을 만들어내며 '폐인'을 양상해 냈다. 여진구가 자신의 트위터에 "여러분 저 좋아하셔도 쇠고랑 안 찹니다잉, 경찰 출동 안해요잉"이라고 재치 있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해 놓았을 정도다.

<해를 품은 달>, 알고보니 꼬박 4년을 기획과 각색에 쏟았다?

 지난 3일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는 한동안 인터넷에서 유행했던 '뇌구조'가 등장했다.

지난 3일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는 한동안 인터넷에서 유행했던 '뇌구조'가 등장했다. ⓒ MBC


원작을 바탕으로 한 탄탄한 기획력과 극본의 힘도 <해를 품은 달>의 매력을 더해주는 요소다. <해를 품은 달>은 정은궐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드라마화한 작품이다. 정은궐 작가는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을 쓴 이로,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은 지난 2010년 방송된 KBS 2TV <성균관 스캔들>로 탈바꿈해 큰 인기를 얻은 바 있다. 

<해를 품은 달> 제작사인 팬 엔터테인먼트는 일찌감치 원작 소설의 가능성을 높게 사고 있었다. 팬 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해를 품은 달>은 2008년부터 기획해왔던 작품"이라며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출판사와 드라마 판권을 위한 협의를 진행했고, 2011년에는 진수완 작가가 각색 작업에 온 힘을 쏟았다"고 전했다.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공을 들였기에 수목극에는 사극을 편성하지 않았던 MBC도 구원투수로 <해를 품은 달>을 선택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원작이 부정적으로만 보일 수 있는 '무녀'라는 소재를 로맨스를 접목시켜 색다른 관점으로 풀어냈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며 "각색 작업을 통해서는 원작이 로맨스를 주로 다루는 것에서 벗어나 정치적 소재나 운명이라는 주제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며 진수완 작가의 강점인 캐릭터와 서사 구조를 살려냈다"고 설명했다.

사극 속에 형광등 천 개는 켜 놓은 듯한 '후광'이?

 지난 6일 방송된 MBC <해를 품은 달>의 한 장면. 염 역을 맡은 임시완의 뒤에는 CG로 된 후광이 등장했다.

지난 6일 방송된 MBC <해를 품은 달>의 한 장면. 염 역을 맡은 임시완의 뒤에는 CG로 된 후광이 등장했다. ⓒ MBC


여기에 자칫 무거울 수만 있는 사극임에도 <해를 품은 달>은 곳곳에 웃음을 주는 요소를 배치해 발랄함을 잃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11일 방송된 '연우낭자의 뇌구조'다. 연우의 마음을 몰라 답답해하는 훤 앞에 내시 형선(정은표 분)은 "연우 아가씨의 머릿속 생각을 그림으로 그려본 것"이라며 준비해 온 그림을 펼쳐 놓는다. 한동안 누리꾼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뇌구조'를 사극에서 재현한 것이다.

이에 더해 운에게 붙은 수식어인 '차궐남'은 인터넷 신조어 '차도남'을 변용한 '차가운 궁궐의 남자'를 이르는 말이며, 최고의 재사로 일컬어지는 염에게는 과장 조금 보태 형광등 천 개쯤은 켜 놓은 듯한 '후광'이 번득인다. 사극 속에서도 현대적 상상력을 끌어온 제작진의 센스가 빛을 발하는 지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상상력은 제작진에게는 어려운 부분이다. 제작사 관계자는 "기획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일은 상상을 하는 것이었다"고 털어놨다. "조선시대 가상의 왕을 다루다 보니 참고할 수 있는 기록이 없어 매 에피소드에 상상력을 가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3회에서의 상추 에피소드도 원작과는 다르게 재미있게 표현해내려 애를 썼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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