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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12일 오전 11시 50분]
 

대법원 2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12일 오전 국세청을 상대로 한 소송을 중단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된 정연주 전 KBS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앞서 1심, 2심 재판부는 "회사 이익에 반하는 불합리한 내용의 조정을 했다는 공소사실이 증명되지 않았다"라며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정 전 사장은 지난 2008년 KBS가 국세청을 상대로 한 수년간의 '법인세 부과 취소 소송'에서 법원의 조정 권고를 받아들여 556억 원을 환급받고 소송을 취하했다. 검찰은 이러한 정 전 사장의 행위가 더 많은 환급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소송을 취하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보고 그를 배임죄(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불구속 기소했다.
 
그는 당시 검찰의 기소와 함께 부실 경영과 인사 전횡 등을 이유로 한 감사원의 해임 요구에 따라 사장에서 해임됐다. 정 전 사장은 이에 불복해 '해임무효 행정소송'을 제기해 역시 1심과 2심에서 모두 해임 무효 판결을 받았다. 현재는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정 전 사장의 무죄가 확정됨에 따라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 시도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또 그의 해임에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거취에 상당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시중 위원장 책임지고 사퇴하라"
 
정 전 사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법원 선고와 관련해 "정치검찰의 행태에 법원이 엄중한 심판을 내렸다"며 "3년 전 검찰이 씌운 배임죄로 제 인격은 무참히 짓밟혔고 해임되는 핵심 요인이 됐다. 그 혐의가 무죄로 판명된 이상 해임 핵심사유가 사라졌고 해임은 무효로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의 해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이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며 "최 위원장은 두 번이나 국회에서 저의 무죄가 확정되면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이제 책임을 지십시오"라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2009년 11월 문방위 예산심의 과정에서 정 전 사장이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을 받으면 "제가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을 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고, 지난해 3월 연임을 위한 인사청문회에서 또한 "적절한 책임을 질 것이다, 그때 상황을 봐서"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 최시중 "정연주 해임무효 책임진다, 상황 봐서")
 
정 전 사장은 또 "최시중 위원장뿐 아니라 저의 해임에 동원 된 모든 권력기관, 청와대와 국세청, 감사원, 검찰, KBS 이사회 모두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국민과 저에게 사과하고 응분의 대가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죄 확정에 따른 이후 대응과 관련해 "저의 강제 해임에 가장 중요한 요인인 형사사건에 무죄가 확정됐고, 앞으로 어떻게 어떤 책임을 물어 나갈 것인지는 변호인단과 상의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무죄 확정 관련 정연주 전 KBS 사장의 발언 전문
오늘 대법원은 나의 KBS 사장 강제해임의 핵심 요인이었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배임)' 혐의(2008.8.19 기소)에 대해 1심(2009.8.18 선고)과 2심(2010.10.28 선고)의 무죄판결을 확정지었습니다. 이로써 한 인간을 파렴치한 중죄인으로 몰아세우면서 인격을 살해하고, 또한 '강제 해임'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함부로 남용되었던 정치 검찰의 무모한 권력 행사에 대해 법원은 진실을 밝히는 판결을 통해 엄중한 심판을 했습니다.
 
정치 검찰의 올가미는 너무나 혹독하여, 당해보지 않으면 그 실체를 알 수가 없습니다. 지난 3년 반 동안 나는 온 몸으로 경험했습니다. 그렇게 터무니없이 권력을 남용한 검사들, 수사담당 이기옥 검사, 당시 서울중앙지검 조사부장 박은석 현 대구지검 2차장, 당시 서울중앙지검 1차장 최교일 현 서울중앙지검장은 이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아울러 당시 검찰 수뇌부인 명동성 당시 서울중앙지검장, 임채진 당시 검찰총장도 국민 앞에 사과하고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합니다.
 
'배임' 혐의는 2008년 8월 11일, 이명박 대통령이 나를 KBS 사장 자리에서 강제해임할 때 핵심 요인이 되었습니다. 이제 그 범죄 혐의가 대법원에서 무죄로 확정되었으니, 나의 '강제해임'은 무효화되어야 하며, 아울러 나의 강제해임 과정에 책임이 있는 권력기관과 관련된 인사들은 마땅히 사과하고,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특히 나의 강제해임과 관련하여 KBS 이사 교체 등 핵심적 역할을 해 온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그가 과거 국회에서 공언했듯이 이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할 것입니다. 최시중 위원장은 그동안 국회에서 두 번이나 나의 무죄가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습니다. 가깝게는 지난해 3월 17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 청문회 때 한 야당의원이 "최 후보자가 과거 국회에서 정 전 사장이 대법원으로부터 무죄를 확정 받으면 책임을 지겠다고 발언한 일이 있는데, 지금도 같은 생각이냐"고 묻자 "책임질 것"이라고 답변한 바 있습니다.
 
이밖에 나의 강제해임에 동원된 청와대, 감사원, 국세청, 검찰, 교육부, 방송통신위원회, KBS 이사회는 모두 자신들이 저지른 가해행위와 잘못에 대해 국민과 역사 앞에 통절하게 반성하고, 사과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엄중한 심판이 있을 것입니다.

태그:#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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