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화 혼혈 선수로 프로농구에 진출한 전주 KCC의 전태풍

귀화 혼혈 선수로 프로농구에 진출한 전주 KCC의 전태풍 ⓒ 전주 KCC


전태풍이 마침내 질문을 던졌다.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난처해하며 서로 미뤄오던 것이었다.

전주 KCC 전태풍은 지난 8일 경기가 끝난 뒤 공식 인터뷰에서 "귀화 혼혈 선수들은 3년마다 팀을 옮겨야 하는 규정이 차별(discrimination)이 아닌가?"라고 물었다. 그의 말대로 지난 2008~2009 시즌 KCC에 입단한 전태풍은 올 시즌이 끝나면 유니폼을 바꿔 입어야 한다.

프로농구는 각 구단의 전력 평균화를 위해 귀화 혼혈 선수들은 외국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한 팀에서 3년 이상 뛰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태풍은 물론 문태영(LG), 이승준(삼성)도 올 시즌이 끝나고 자유계약(FA) 선수가 되어 무조건 팀을 옮겨야 한다. 이들보다 1년 늦게 한국에 온 문태종(전자랜드)은 내년에 규정을 적용받는다.

평소 화려한 드리블과 과감한 슛처럼 전태풍의 질문은 거침 없었다. 그는 "한국에서는 외국인 취급을 받고, 미국 공항에 가면 외국인이라서 입국을 기다리는데 1시간 이상 걸린다"며 양쪽 모두에서 차별받는 것 같다는 지적을 했다.

프로농구는 지난 2009년부터 귀화 혼혈 선수 제도를 도입했다. 3년 안에 귀화를 하는 조건으로 한국 진출의 문을 열어준 것이다. 전태풍 역시 한국 국적을 취득한 '한국인'이다.

귀화 혼혈 선수들은 뛰어난 기량을 앞세워 각 팀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 잡았다. 문태영은 2009~2010 시즌 득점왕을 차지했으며 전태풍은 지난 시즌 KCC를 챔피언 결정전 우승으로 이끌었다.

문태영의 친형으로 먼저 유명해진 문태종 역시 '4쿼터의 사나이'로 불리며 전자랜드의 해결사로 활약하고 있고, 이승준 역시 외국인 선수 못지않은 신체 조건과 체력으로 삼성의 골밑을 지키고 있다.

혼혈 선수들... 이방인, 아니면 한국인?

하지만 이들이 국내 선수들과 다른 규정을 적용받는 것은 입단 과정부터가 다르기 때문이다. 귀화 혼혈 선수는 별도로 드래프트를 거쳐 한국에 온다. 외국인 선수들이나 국내 선수들과 경쟁을 치르지 않는다.

더구나 귀화 혼혈 선수들은 구단 선택의 자유도 없다. 3년 후 팀을 옮길 때 귀화 혼혈 선수를 영입하지 않았던 구단에게 우선권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반쪽짜리 자유계약이다.

물론 국내 선수들과 함께 신인 드래프트를 거친다면 똑같은 규정을 적용받지만 이마저도 쉽지가 않다. 가뜩이나 대학 신인들의 프로 진출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이유로 각 대학들이 신인 드래프트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까지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국내 선수들이 항의에도 일리는 있는다. 가뜩이나 외국인 선수들에 밀린 가운데 귀화 혼혈 선수들이 진출로 국내 선수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한국 농구의 근간이 될 중, 고등학교 농구의 성장은 더욱 느려질 것이다.

그러나 귀화 혼혈 선수들이 한국 국적을 취득한 이상 '혼혈'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온전한  국내 선수로 바라봐야 한다. 비록 피부색이 다르지만 이들도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 대회에 나설 자격이 있는 한국 선수들이다.

또한 일부 혼혈 선수들이 3년 안에 귀화해야 한다는 규정을 피해 1~2년 뛰고 귀화도 하지 않고 훌쩍 한국을 떠나는 폐해도 막아야 한다.

프로농구가 귀화 혼혈 선수들을 받아들이는 것 역시 성숙한 다문화 시대로 가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하는 과정이다. 이들이 한국에 온지도 어느덧 3년이 지났다. "차별이 아닌가?"라는 전태풍의 질문에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프로농구 귀화혼혈선수 전태풍 문태영 이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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