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뷰(OhmyView)>는 소비자 입장에서, 소비자의 눈높이로 제품을 꼼꼼히 따져봅니다. 대상은 따로 없습니다. 자동차든, 휴대폰이든, 금융상품이든...가장 친소비자적인 시각을 전달하려고 합니다. 또 이 공간은 각 분야에 관심있는 전문블로거나 시민기자 등 누구에게도 열려있습니다. [편집자말]
KT는 올해 1월부터 모바일 멤버십 제도였던 올레 클럽을 개편해 유무선 요금 통합 등급 제도를 도입했다.
 KT는 올해 1월부터 모바일 멤버십 제도였던 올레 클럽을 개편해 유무선 요금 통합 등급 제도를 도입했다.
ⓒ KT

관련사진보기


[기사 수정 : 11일 오후 2시 50분]

"난 KT 고객이다. 휴대폰부터 집전화, 초고속인터넷, 인터넷전화까지 KT만 10년 넘게 고집한 골수 고객이다. 그동안 '일편단심'한 대가는 'VIP 고객'이란 혜택뿐이었지만 KT는 새해 이마저 앗아갔다. 난 KT의 '봉'이다."

KT 장기 이용 고객들이 '올레클럽' 개편에 뿔난 까닭

KT는 최근 자사 멤버십 서비스인 '올레클럽' 등급 기준을 개편했다. KT는 무선뿐 아니라 유선상품 요금도 등급 산정시 포함하고 VIP 등급(슈퍼스타) 혜택을 별 5만 개(별 1개는 1원에 해당)에서 10만 개로 두 배 늘렸다고 크게 홍보했다. 하지만 결국 10년 이상 장기 고객들은 대부분 'VIP 혜택'을 잃었고 연간 이용요금이 20만 원에 못 미치는 소액(?) 모바일 고객들은' 별 2만 개마저 빼앗겼다.

현재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 멤버십 이용 고객은 각각 950만 명, 310만 명, 300만 명으로 모두 1560만 명에 이른다. 특히 연간 모바일 이용요금이 90~100만 원이 넘거나 10년 이상 장기 이용자에겐 무료 영화, 무료 커피를 비롯한 다양한 VIP 혜택을 주고 있다.

하지만 이통사들은 '수익'을 앞세워 멤버십 혜택을 갈수록 줄이고 있다. 이번 KT 올레클럽 개편 역시 혜택 줄이기 '꼼수'인 이유와 현재 이통사 멤버십 제도의 문제점을 따져봤다.
   
[꼼수①] 10년 쓰면 VIP라더니... 3년 만에 '말바꾸기'

올레 클럽 VIP 화면 갈무리.
 올레 클럽 VIP 화면 갈무리.

"10년 이상 이용 고객은 모두 VIP입니다."

KTF(현 KT 합병)는 지난 2008년 12월 장기 이용 고객을 우대한다며 10년 이상 이용자에게 모두 VIP 멤버십 회원 자격을 부여했다. 당시 '쇼(SHOW) 멤버십'은 모바일 이용요금과 유무선 이용기간에 따라 레드-블루-옐로우-화이트 등 4개 등급으로 나눴는데 VIP인 레드 등급을 받으려면 연간 이용 요금이 최소 95만 원(95점)은 돼야 했다.

하지만 KT는 3년 만에 장기고객 VIP 우대 제도를 폐지했다. 지난 2010년 6월 기존 유무선 멤버십-마일리지 제도를 통합한 올레클럽 제도를 새로 도입하면서 장기 고객 우대 혜택을 '무조건 VIP'에서 '한 단계 등급 상향'으로 슬그머니 바꿨다. 이때만 해도 모바일 고객 등급이 '블랙슈트'와 '레드카펫' 두 단계여서 장기 이용자들의 VIP 혜택은 유지됐다.

하지만 올해 등급을 슈퍼스타-로열스타-매직스타-해피스타 4개로 세분하면서 10년 이상 장기 고객이라도 연간 이용 요금이 60만 원이 넘어야 VIP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관련기사: KT 올레클럽, 장기 가입자 VIP 혜택 축소 논란

'해피스타'가 결코 해피하지 않은 까닭

뿐만 아니라 지난해까지 연간 이용 요금이 20만 원을 넘지 않는 모바일 이용 고객(해피스타)은 매년 별 2만 개(멤버십 3만 점)를 받을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단 1개도 받을 수 없다.

반면 SK텔레콤 T멤버십의 경우 VIP-골드-실버-일반 등 4등급으로 구분하고 있지만 일반 가입자에게도 할인 한도를 3만 점(1점은 1원에 해당)까지 제공한다. LG유플러스 모바일 멤버십은 연간 이용요금이 12만 원을 넘으면 3만 원까지 멤버십 이용 한도를 제공한다.

이통3사 멤버십 등급 비교. KT올레클럽은 SK텔레콤 T멤버십, LG유플러스 모바일 멤버십과 달리 연간 이용요금 20만원 미만 이용자나 신규 가입자에겐 포인트에 해당하는 별을 따로 지급하지 않는다.
 이통3사 멤버십 등급 비교. KT올레클럽은 SK텔레콤 T멤버십, LG유플러스 모바일 멤버십과 달리 연간 이용요금 20만원 미만 이용자나 신규 가입자에겐 포인트에 해당하는 별을 따로 지급하지 않는다.
ⓒ 김시연

관련사진보기


[꼼수②] 이용기간 가중치 없애... 유무선 많이 써야 VIP

KT는 '고객 충성도'보다 실리를 앞세웠다. 이용 등급 계산할 때 이용 기간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다. KT는 등급 산정 기준을 '관계지수'에서 '이용금액'으로 바꾸면서 이용 기간에 따른 가중치도 없앴다. 개편 이전엔 관계지수를 계산하면서 모바일 이용요금뿐 아니라 유무선 상품 이용기간에 따라 가중치를 줬다.

쇼 멤버십의 경우 모바일 이용기간에 따라 최소 5%(1년)에서 50%(10년) 가중치를 연 단위로 부여하는 한편 집전화, 초고속인터넷, 와이브로, TV 등 유선 상품 이용 기간도 모두 합해 최대 50%(25년)까지 가중치를 적용했다.

예를 들어 연간 모바일 이용요금이 50만 원(50점)이라도 모바일을 10년 이상(50%) 쓰고 집전화 10년, 인터넷 10년, TV 5년(25년 50%)을 쓴 '충성 고객'이라면 100% 가중치(100점)를 적용해 관계지수 95점 이상에 해당하는 VIP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현재 SK텔레콤 T멤버십도 과거 쇼 멤버십과 비슷한 방식이다. SK텔레콤은 모바일 이용요금과 가입기간에 비례하는 '마이 스코어'로 등급을 분류한다. 연간 이용요금에 모바일 가입 기간에 따라 5~50% 가중치를 준다. 연간 요금이 60만 원(마이스코어 60점)인 고객도 10년 이상 이용(50% 가중치)하면 마이스코어가 90점이 돼 VIP 등급(10만 점)을 받을 수 있다. 또한 5년 이상 가입자는 연간 이용 요금에 상관 없이 무조건 골드 등급(7만 점)을 받는다.

LG유플러스는 KT와 마찬가지로 이용기간 가중치는 없지만 골드 등급(연간 이용요금 60만 원 이상)을 3년 이상 유지하면 VIP 등급으로 자동 승급해준다.

[꼼수③] '아전인수' 요금 계산법... 월정액 9만4천 원도 'VIP 불가'?

KT 스마트폰 I-요금제 연간 납부 요금과 KT에서 등급 산정시 계산하는 실제 이용요금(부가세, 단말기 할부금 제외)
 KT 스마트폰 I-요금제 연간 납부 요금과 KT에서 등급 산정시 계산하는 실제 이용요금(부가세, 단말기 할부금 제외)
ⓒ 김시연

관련사진보기


스마트폰 가입자들에게 VIP 등급은 '그림에 떡'이다. 바로 이통사들의 '아전인수식' 이용요금 계산법 때문이다. KT는 고객 등급을 산정할 때 고객 납부요금에서 단말기 대금, 소액 결제, 정보이용료, 요금할인액, 부가세 등은 빼고 계산한다. 단말기 업체에 가는 돈과 세금을 빼고 순수하게 이통사에 들어오는 돈만 따지겠다는 것인데 문제는 2년 약정 스마트폰 정액요금제 가입자들이다.

이통사 대리점이나 양판점에선 월 5만5천 원 이상 요금제를 2년 약정하면 스마트폰이 '공짜'라는 식으로 홍보한다. 하지만 실제 단말기 대금은 약정 할인이나 요금 할인 형태로 매달 정액 요금에서 꼬박꼬박 빠져 나간다.

예를 들어 아이폰4S 16GB 모델을 5만4천 원 I-밸류 요금제로 가입할 경우 단말기 할부금 외에 연간 납부요금만 64만8천 원에 달해 당연히 '로열스타'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30만 원이 '요금할인'으로 잡히기 때문에 KT가 계산하는 실제 '연간 이용요금'은 34만 원에 불과하다. 

요금이 가장 비싼 월 9만4천 원짜리 I-프리미엄 요금제 고객조차 VIP는 어림없다. 연간 납부 금액은 100만 원이 넘지만 실제 이용요금은 62만7천 원으로 계산돼 로열 등급에 간신히 턱걸이하는 수준이다. 결국 음성 통화를 월 2만3천 원 정도 초과하지 않는 한 스마트폰 요금제만 써서는 VIP 등급(슈퍼스타)은 '넘사벽'이다. 다만 KT는 i-프리미엄 요금제, LTE1000, 스타일950 등 월 납부요금이 10만 원 남짓인 '우량 요금제' 가입자는 '슈퍼스타' 혜택을 주고 있다.

KT는 유무선 상품 요금 합산으로 과거 레드카펫에서 로열스타 등급이나 슈퍼스타 등급으로 상향된 이용자가 더 많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체 스마트폰 가입자 가운데 50%를 차지하는 I-라이트 요금제 이하 가입자가 슈퍼 스타 등급을 받으려면 집전화, 초고속인터넷 등 KT 유선 요금만 매달 6만 원 넘게 써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나마 가족 다수가 KT 휴대폰을 쓰더라도 유선 상품 명의자 1명만 유무선 통합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런 아전인수식 요금 계산 방식은 SK텔레콤도 마찬가지다. SKT 홍보팀 관계자는 "요금 할인된 금액은 단말기 대금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통신사에 들어오는 순수 통신 요금만 계산한 것"이라면서 "이미 고객이 요금 할인 혜택을 받은 건데 (멤버십에도 포함하면) 이중 혜택을 주게 된다"고 밝혔다.

반면 LG유플러스의 경우 '기본료+국내음성+데이터통화료+부가서비스'를 포함한 연간 고객 납부요금 기준으로 계산해 단말기 할인이나 요금 할인 금액도 기본료에 포함시킨다. 따라서 월 7만8천 원 요금제만 가입해도 'VIP 등급(연 90만 원 이상)'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LG유플러스 멤버십 회원 300만 명 가운데 VIP 등급은 70만 명에 이른다.

장기고객 혜택 강화한다더니... KT 합병 후 180도 달라져

이석채 KT 회장이 지난해 5월 26일 오전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열린 KT-KTF 합병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석채 KT 회장이 지난해 5월 26일 오전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열린 KT-KTF 합병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KT

관련사진보기


장기 가입자 혜택 축소에 대해 KT 홍보팀 관계자는 "10년 이상 장기 가입자는 전체 가입자에서 소수에 불과하다"면서 "유무선 요금 통합으로 전체적인 혜택이 늘어났고 (줄어든 VIP 숫자보다) 과거 레드카펫에서 로열스타로 등급 상향된 고객 숫자가 더 많다"고 주장했다. 이에 올레클럽 등급 산정 기준 변경 전후 VIP 등급 숫자 변화와 10년 이상 장기 이용자 숫자 등을 공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KT는 '영업 비밀'이라며 거부했다.

"기존 이동통신사 VIP 멤버십은 이용금액 위주로 구성되어 멤버십과 보조금 경쟁 등의 혜택이 이통사를 옮기는 고객들에게만 집중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앞으로 장기이용고객들에 대한 혜택을 보다 확대 강화하여 오랫동안 KTF와 함께한 고객들께 최상의 서비스와 혜택을 제공하겠다."

앞서 KTF가 3년 전 장기 이용 고객 우대 프로그램을 선보이면서 밝힌 내용이다. 하지만 2009년 1월 이석채 KT 회장이 취임하고 KTF와 합병한 뒤 KT 태도는 이처럼 180도 달라졌다. 최근 2G 서비스 종료 과정에서 LTE 서비스 지연을 빌미로 충성도 높은 장기 가입자가 태반인 01X 가입자들을 '1%'에 불과하다고 몰아세운 것도 마찬가지다. 당장 눈앞의 이익을 좇아 오랜 고객을 외면하는 기업에게 미래를 맡길 고객은 없다. 더구나 10년 이상 고객이 '소수'일 뿐이라고 3년 전 약속도 뒤집는 기업이라면 말해 무엇하랴.


태그:#올레클럽, #KT, #이통사 멤버십, #이석채, #스마트폰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4,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