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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찬바람에도 운주사 석불들은 눈을 감고 지그시 서 있다.
 겨울 찬바람에도 운주사 석불들은 눈을 감고 지그시 서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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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게 있다. 깊은 산 속, 스님, 웅장한 대웅전, 근엄한 불상, 그리고 정교한 탑 등이 바로 그것. 그래서일까. 절에 가면 왠지 엄숙해야 할 것만 같다. 발걸음도 사뿐사뿐 내딛어야 할 것 같다.

물론 산사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좋아서 절을 자주 찾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절에 가기 꺼려하는 사람도 분명 있다. 마음이 조금 불편하다는 것이다. 여기, 아무라도 부담없이 가볼만한 절이 있다. 상대적으로 소박한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절이다.

일정한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분방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그래서 마음 편하게 다녀올 수 있는 절이다. 전라남도 화순군 도암면에 있는 운주사가 바로 그곳이다. '천불천탑'으로 널리 알려진 절. 이곳에는 와불(누워있는 불상)도 있다. 사게절 아무 때라도 부담 없이 갈 수 있는 괜찮은 곳이다. 겨울에도 색다른 운치가 있는 곳이다.

못 생긴 불상도 있는 운주사

운주사 석불들. 생김새도 자세도 각양각색이다.
 운주사 석불들. 생김새도 자세도 각양각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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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주사 와불. 하늘을 향해 누워 있는 부처다.
 운주사 와불. 하늘을 향해 누워 있는 부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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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찬바람에 석불들이 눈을 감고 그대로 있다. 어떤 석불은 머리에 눈을 이고 있다. 마치 하얀 모자를 쓰고 있는 듯하다. 눈은 와불 근처에도 남아 있다. 운주사는 여느 절집과 다르다. 석불과 석탑이 들판에 서 있다.

그래서 부담이 없다. 더 정겹다. 군데군데 둥지를 틀고 있는 불상의 표정도 우리가 봤던 불상과 사뭇 다르다. 크기도 전부 다르게 생겼다. 얼굴도 제각각이다. 홀쭉한 것도 있고 동그란 얼굴도 있다.

눈과 코, 입이 단순하게 선만으로 처리된 불상도 있다. 어떻게 보면 못생겼고 어찌 보면 우습게 생겼다. 오랜 세월 탓일까. 이목구비를 제대로 갖춘 불상을 찾아보기 드물다. 그래서 더 소박하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이 절의 석불들은 보는 사람에게 전혀 부담을 주지 않는다. 정호승 시인은 이런 운주사 석불을 보고 "오랫동안 집 떠난 나를 기다리고 있는 다정한 식구들 같다"고 평했다. 시인은 또 "부처님을 뵙는다기보다 골목에서 마주친 이웃을 만난다는 생각이 든다"며 석불이 더욱 정감 간다고도 했다.

이거 애들이 만들다 만 공작물 아냐?

운주사 전경. 석탑의 모양도 가지가지다.
 운주사 전경. 석탑의 모양도 가지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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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주사 석탑. 여느 절집에서 볼 수 없는 생김새를 하고 있다.
 운주사 석탑. 여느 절집에서 볼 수 없는 생김새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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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상뿐 아니라 석탑도 마찬가지다. 석탑들은 절 언저리 산골짜기에 서 있고, 모양도 각양각색이다. 모양새도 자유분방하다. 일정한 틀이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았다. 한마디로 제멋대로다. 대부분 자연암반을 기단으로 삼아 세워져 있다.

탑의 층수도 3, 5, 7, 9 등으로 꽤 다양하다. 새겨진 문양도 독특하다. 그래서 불상과 석탑 모두 아이들이 미술 시간에 만들다 만 공작물 같다. 산비탈과 논두렁, 밭이랑, 바위틈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것도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운주사의 탑과 석불이 전형적인 남도지방 하층계급의 문화유산으로 꼽히고 있다. 정교한 맛은 없다. 석불과 석탑에 대한 일반적인 규범도 무시한 채 아주 파격적인 생김새를 하고 있다. 단순하고 투박해서 부처의 위엄이나 자비로움도 찾아볼 수 없다. 경건해질 필요가 없다.

걱정마세요... 운주사만 있는 게 아닙니다

운주사 석탑. 생김새는 물론 세워진 자리까지도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운주사 석탑. 생김새는 물론 세워진 자리까지도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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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주사 대웅전. 여느 절집에서 볼 수 없는 소박함이 묻어난다.
 운주사 대웅전. 여느 절집에서 볼 수 없는 소박함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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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주사는 정말 신비한 절이다. 이 절은 전라남도 화순군 도암면에 있다. 운주사에서 가까운 곳에는 다른 가볼만한 곳도 많다. 화순군 이양면에 있는 쌍봉사도 좋다. 3층 목조탑 양식의 대웅전과 극락전, 요사채, 해탈문 등 달랑 4채로 이뤄진 작은 절인데 매우 아름답다. 묵직하고 위엄도 있다.

또한, 운주사는 나주하고도 가깝다. 나주 쪽으로 가면 불회사와 운흥마을에 가보는 것도 좋다. 불회사와 운흥마을 입구에 선 석장승을 만나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이곳 석장승은 언뜻 봤을 때 엄한 시골 할아버지와 할머니 같지만 가까이 눈을 대고 보면 다정다감한 모습이다. 민속자료로 지정돼 있다.

전남농업기술원 옆 전남산림자원연구소에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도 멋있다. 그 옆으로 전통가옥이 많이 남아있는 도래마을도 멋스럽다.

불회사 석장승. 운주사 석불만큼이나 다정다감한 모습을 하고 있다.
 불회사 석장승. 운주사 석불만큼이나 다정다감한 모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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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 아담해서 더 정겨운 길이다.
 나주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 아담해서 더 정겨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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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것 못지않게 먹을거리도 탐스럽다. 화순은 두부로 널리 알려져 있는 고장. 흑두부, 색동두부 등 별난 두붓집이 있다. 색동두부는 색동옷처럼 여러 색깔을 지닌 이른바 '컬러 두부'를 일컫는다. 얇게 포를 뜬 두부로 싸먹는 포두부 보쌈도 맛있다. 다슬기를 이용한 회와 비빔밥도 별미다.

포두부 보쌈. 삶은 돼지고기와 김치를 얇게 뜬 컬러두부로 싸서 먹는다.
 포두부 보쌈. 삶은 돼지고기와 김치를 얇게 뜬 컬러두부로 싸서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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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찾아가는 길 : 호남고속국도 동광주 나들목(광주 제2순환도로) - 광주대학교 - 전남학숙 - 도곡면 소재지 - (818번 지방도) 운주사



태그:#운주사, #와불, #천불천탑, #색동두부, #화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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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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