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경제 살리고 일자리 늘린다던 대통령의 임기가 끝을 향해 가는데도 경제도 고용도 되레 뒷걸음질이다. 일자리 창출을 호언하며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4대강 사업'도 끝났지만,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어 취업난 해소에 큰 도움 됐다는 얘기도 듣지 못했다.

 

토건업자들 배는 부르고, 삼성전자는 사상 최대 영업 실적을 올리고, 억대 연봉자 수는 늘어났다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느끼는 삶의 질은 날이 갈수록 곤두박질이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4대강 사업으로 엄청난 고용이 창출될 것처럼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그 여파로 예산이 축소된 곳도 많다. 문화, 예술 분야도 그 중 하나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방송 장악에 나섰고 공영방송에도 '경제성'이라는 잣대를 강하게 들이밀었다. 제작비 절감을 위해 스튜디오 촬영 비중을 높였고 기획 기간도 줄였다. 제작 여건은 악화되었고, 혁신성도 점차 낮아질 위험이 있다. (책 속에서)

 

제작비 절감으로 인한 제작 여건 악화의 불똥을 가장 먼저 받는 이들은 당연히 제작진과 출연진이다. 제작비 절감이란 명분으로 외주 제작이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제작진, 출연진의 축소와 비정규직화로 이어졌다. 제작비 절감의 명목으로 방송 대본을 작가가 아닌 PD에게 쓰도록 요구하는 일까지 벌어졌단다.

 

이런 현상은 방송 분야에 한정된 게 아니다. 국립오페라단을 비롯한 한국 문화계 전반에 비정규직화가 고착되었고, 영화계를 비롯한 각 부문 스태프들의 삶은 더욱 어려워졌다. 국민 소득이 높아지면 먹고 사는 여유가 생겨 문화비 지출이 늘어나는 게 정상인데, 되레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문화에 관심 많은 젊은 세대

 

요즘 청소년들은 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다. 컴퓨터, 스마트폰 등을 통해 각종 문화에 쉽게 접촉하며 자랐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로상담을 하다보면 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 공연·예술, 미디어콘텐츠, 실용음악 등 문화 분야 진로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현실을 돌아보자. 문화에 대한 청소년들의 욕구를 채워주고, 재능을 키워줄 만큼 우리 문화 분야가 성장했을까. 그렇지 못하다. 낮에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연극배우 만나기가 그렇지 않은 배우 만나는 것보다 쉽고, 연봉 100만 원 미만으로 노래하는 인디밴드도 넘쳐난다.

 

여의도 근처의 드라마 작가 지망생만 3000이 넘는다는데, 그들 사이엔 '승자독식'의 룰이 철저하게 적용된다. 10대 걸그룹이 인기를 끌지만, 그들이 20대 이후까지 지속적으로 활동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 

 

이명박 정권과 함께 예술계에는 찬바람이 불었다. 토건과 결합한 한국의 신자유주의 국면은 오페라하우스 건축과 더불어 국립오페라 단원을 해고하는 그로테스크한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정부 지원이 축소되고 해고와 비정규직화로 예술가들의 신분이 불안해지고 가계의 문화비 지출도 줄어드는 상황이라 문화경제의 전망은 암울하기만 하다.(책 속에서)

 

막대한 예산 쏟아부은 4대강 사업이 가져온 일자리 창출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문화 예술 분야에서는 그나마 있던 일자리조차 축소되고 불안전한 비정규직이 확대되고 있다. 문화에 대한 청소년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과는 정 반대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수송선, 군함이 아닌 유람선이 필요

 

<문화로 먹고살기>에서 우석훈은 "한국을 지배해왔던 토건 경제의 문제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고,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 해결의 실마리도 잡기 위해" 문화 분야에서 고용을 확대해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더 많은 젊은이들이, 더 많은 여성들이 문화 영역으로 들어오고, 그들이 좌절하지 않고 정상적인 생활인의 삶을 영위할 수 있으면 된다. 우리가 띄우려는 선단은 수송선이나 군함이 아니라 바로 유람선 아닌가?  …(중략)…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는 유람선을 수송선이나 군함처럼 쓰려고 했던 것이다. 그 속에서 문화 생산자들은 국민경제의 부속품으로 전락해 화부나 군인들처럼 움직여야 했던 것이다. (책 속에서)

덧붙이는 글 | 우석훈/문화로 먹고살기/반비/2011.8/15,000원


문화로 먹고살기 - 경제학자 우석훈의 한국 문화산업 대해부

우석훈 지음, 김태권 그림, 반비(2011)


태그:#청년실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역사의 현장이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