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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세차게 불자 구름바다가 나타난다.
 바람이 세차게 불자 구름바다가 나타난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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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찬 바람이 분다. 눈보라가 사정없이 얼굴을 때린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가 없다. 기상예보로는 날씨가 좋다고 했다. 사진을 찍는 지인은 사진도 잘 찍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상청장님이라 부를 만큼 날씨도 잘 파악하여 사진가들이 헛걸음하지 않게 자세한 정보를 알려주는데 덕유산의 설경과 상고대를 담을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라고 했다. 해서 40여 명이 넘는 회원들이 덕유산 설경을 찍기 위해 5일 새벽 5시 무주리조트 곤돌라를 타는 곳에 집결했다. 이동수단으로는 스노모빌을 이용하기로 했다.

예전 같으면 이른 새벽 출발해 3시간 이상 산행을 하거나 산행이 어려운 사람은 향적봉 대피소에 사전 예약하여 대피소에서 1박을 하고 사진을 찍거나 일출을 봤다. 하지만 이제 힘들게 산행을 하거나 비좁은 대피소에서 쪽잠을 자지 않아도 편하게 사진 찍을 수 있는 조건이 됐다.

무주리조트에 있는 관광곤돌라는 오전 9시부터 운행을 하기에 일출과 함께 운해, 상고대를 찍어야 하는 사진가들에게는 의미가 없어 늘 고심하던 차다. 사진을 찍는 인구가 많이 늘면서 사진가들의 부탁으로 스노모빌 운행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덕유산 설경을 담고 싶은 사진가들에게는 희소식이라 할 수 있다.

함께 향적봉 올라 하늘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지인의 얼굴에 상고대가 폈다.
 함께 향적봉 올라 하늘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지인의 얼굴에 상고대가 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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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부딪치는 눈보라를 맞으며 2인 1조가 되어 스노모빌을 타고 설천봉대피소로 이동한다. 처음 타보는 스노모빌은 가파른 슬로프를 지그재그로 올라가는데 자칫 잘못하면 뒤집어 질것 같은 예감에 간담이 서늘할 정도로 아찔하다.

설천봉대피소에는 먼저 도착한 일행들이 옹기종기 모여 언 몸을 녹이고 있었다. 전국에서 모인 회원들이기에 새해인사를 나눈 뒤 기상상황에 대해 얘기들을 주고받는다.

"하늘이 열리기는 글렀어... 이렇게 눈보라가 치는데 일출은커녕 향적봉까지 올라가는 것도 무리라니깐."

일출을 찍기 위해서는 설천봉에서 향적봉까지 30여분을 올라가야 한다.

"기상청은 구라청이야, 매번 틀린다니까~ 해 뜨면 상제루나 찍고 하산하자고... 일출의 찰나의 순간을 담기 위해 태백산에 올랐던 1박2일 팀도 날씨 탓에 담지 못했자너~"

마치 일행 중 1박2일 팀에 합류하여 이수근과 태백산 산행을 함께했던 사진작가도 함께 있었다.

하산하려는 순간 향적봉 정상을 바라보자 하늘이 열린다.
 하산하려는 순간 향적봉 정상을 바라보자 하늘이 열린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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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적봉에서 바라본 구름바다
 향적봉에서 바라본 구름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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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적봉에서 바라본 구름바다.
 향적봉에서 바라본 구름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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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적봉에서 바라본 운해, 중봉은 구름에 가리어져 보이지 않는다.
 향적봉에서 바라본 운해, 중봉은 구름에 가리어져 보이지 않는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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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사진을 오래 찍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불길한 예감까지 들었다. "하늘이 열리는 것은 순간이야"라며 올라가자고 하는 일부는 향적봉으로 출발했다. 일부는 조금 시간이 지난 뒤 출발하자며 이야기를 나눈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듣다보면 마치 전장에 나가는 전사들의 무용담 같은 이야기들이다. 악조건인 상황에서도 작품을 담겠다는 일념으로 달려가는 사람들이기에 이해는 간다.

눈은 그치지 않고, 더욱더 기세를 부린다. 향적봉까지 오르지 않고 기다렸다가 덕유산 설경이나 찍고 내려가겠다고 마음을 먹던 참, 일행들이 자꾸 올라가자고 재촉한다. 완전무장하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향적봉을 향해 이동한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수북이 쌓인 눈길을 걸어 향적봉에 도착한다.

주목에 상고대가 피어 있고 순간 뒤로 운해가 보인다.
 주목에 상고대가 피어 있고 순간 뒤로 운해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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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는 길에 두껍게 매달린 상고대가 아름답다.
 내려오는 길에 두껍게 매달린 상고대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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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꼭대기 바람은 사람을 날려 보낼 기세로 세차게 분다. 서로 발을 동동 구르며 해가 뜨기를 기다리지만 좀처럼 산 위로 해 뜰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잠시 시간이 흘렀을 뿐인데 일행들 얼굴은 벌겋게 달아오르며 지나가던 구름이 모자에 붙어 상고대가 피기 시작한다.

일출시간이 30분 정도 지났는데 마치 30시간은 흐른 듯 하다. 도저히 견딜 수 없어 하산하자고 일생을 조른다. 찬바람은 내 인내심을 바닥으로 내동댕이쳐 버린다. 정신이 혼미해진다. 입술이 얼어 말을 할 수가 없다.

누구나 작품을 얻을 수 있다고요?

"내려가자고요. 사진이 밥 먹여주나요? 다들 미쳤어, 제 정신이 아니야. 누군가가 시키면 절대로 안 할걸, 난 내려갈래! 많이들 찍고 오슈"

버럭버럭 화내는 나를 달래던 일행도 포기하고 하산하자며 내려가기 시작한다. 열 계단쯤 내려가는 순간 강렬한 빛이 향적봉꼭대기에서 보이기 시작한다. 내려가던 길을 멈추고 신들린 사람들처럼 다시 향적봉으로 뛰기 시작한다.

순간 열린 구름바다와 상고대가 환상적이다.
 순간 열린 구름바다와 상고대가 환상적이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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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천봉 상제루에도 상고대가 피었다.
 설천봉 상제루에도 상고대가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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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감격의 순간! 휘돌아 치는 세찬 바람이 구름을 벗기고 하늘을 열며 운해바다를 보이게 했다가 사라지게 한다. 와! 모두들 탄성을 지른다.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셔터를 누른다.

한곳이 열려 찍고 나면 순간 다른 곳이 열려 구름바다를 이룬다. 향적봉 꼭대기에는 이리 저리 뛰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모두 다른 풍경들이 우리 앞에 나타나기에 미끄러운 눈 위라는 것도 잊고 뛰며 작품을 담고 있는 것이다.

온몸이 얼어 말조차 할 수 없었던 조금 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탄성소리마저 바람에 날려 들리지 않는다. 해가 떠오른 순간을 담지는 못했지만 그동안 덕유산을 찾았던 날 중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이었다. 살이 떨어져 나가는 듯한 극한 상황에서 맛본 짜릿한 전율은 평생을 두고 잊지 않을 것 같다. 임진년 새해에는 대박날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든다.

덧붙이는 글 | 팁: 일출사진을 찍기 위해서 스노모빌을 이용하고 싶은 사람은 덕유산리조트 대표전화로 전화를 하면 스노모빌 운행 사항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꼭 덕유산 리조트 스노모빌 팀으로 연락을 해야 한다.

스노모빌 전화번호 : 063-320-7379 운행 요금은 편도 30,000원 왕복 50,000원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편도로 끊고 내려올 때는 곤돌라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곤돌라 비용은 성인 8000원 이다.



태그:#향적봉, #설천봉, #상제루, #덕유산, #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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