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프로농구는 '신인 천하'라고 손색이 없을 만큼 유난히 슈퍼루키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인삼공사 오세근, 오리온스 최진수, SK 김선형 등은 모두 신인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만큼 엄청난 활약을 펼치며 소속팀의 주전을 넘어 리그를 대표하는 차세대 스타로 거듭나고 있다.

 

 31일 진행된 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지명된 오세근

31일 진행된 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지명된 오세근 ⓒ 안양 인삼공사

그중에서도 '대물' 오세근의 활약은 단연 독보적이다. 인삼공사 리빌딩의 화룡점정으로 꼽히는 오세근은 올시즌 개막 이후 34게임 전경기에 출전하면서 16.1점. 8.3리바운드, 야투율 55.6%, 1.2개의 블록슛을 기록하며 신인 중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 프로농구에 갓 데뷔한 신인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수치다.

 

경쟁자인 최진수(오리온스), 김선형(SK) 등도 개인성적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팀성적이다. 이들의 소속팀이 하위권에 그치고 있는 반면, 지난 몇 년간 하위권에 그쳤던 소속팀 인삼공사는 오세근의 활약에 힘입어 올시즌 25승 9패라는 빼어난 성적을 기록하며 2위에 올라 선두 동부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이런 활약을 인정받아 오세근은 신인으로는 프로농구 출범 이후 최초로 두 달 연속 '이달의 선수'로 선정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오세근의 성적이 이제 신인왕 정도를 넘어 MVP 후보에 올려도 손색이 없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인삼공사가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는 데는, 무엇보다 다른 포지션과 달리, 빅맨으로서 골밑에서 궂은 일을 수행해야 하며 때로는 외국인 선수들과 매치업을 이루면서도 항상 제 기량을 발휘하는 오세근의 존재 때문이다.

 

인삼공사는 오세근 외에는 토종 선수 중에 이렇다 할 장신선수가 없으며, 외국인 선수인 로드니 화이트 역시 빅맨이라기보다는 슈팅 포워드에 가까운 타입의 선수다. 심지어 화이트가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2주간에도 인삼공사가 큰 흔들림 없이 2위권을 꾸준히 유지할수 있었던 것도, 오세근이 골밑에서 분발해준 덕분이었다.

 

오세근의 활약, 역대 스타들의 데뷔 시즌과 비교해 봤더니...

 

오세근의 활약은 프로농구를 풍미한 역대 스타들의 데뷔 시즌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일까. 현재 슈퍼스타급 중에서 데뷔 시즌부터 강렬한 임팩트를 남기며 프로농구에 돌풍을 몰고온 신인왕으로는 김주성, 김승현, 하승진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모두 데뷔 시즌에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김승현은 신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신인왕과 MVP를 동시석권한 독보적인 케이스이기도 하다. 개인성적만 이나리 팀성적이 받쳐주지 않았더라면 불가능한 기록이다.

 

2001~2002시즌 신인드래프트 3순위로 오리온스에 입단한 김승현은 데뷔 첫해 12.2점 .8.0도움. 3.2 가로채기를 기록하며 도움왕과 가로채기왕을 수상했으며, 전 시즌 꼴찌에 그쳤던 약체 오리온스를 그해 정규시즌과 챔피언전 통합우승으로 이끄는 기염을 토했다. 김승현은 지금도 역대 프로농구 사상 가장 충격적인 신인으로 꼽힌다.

 

김주성과 하승진의 존재감도 엄청났다. 나란히 해당 년도 드래프트 1순위로 지명되어 이미 데뷔 전부터 프로농구 판도를 뒤흔들 슈퍼신인으로 주목받았던 두 사람은, 그해 각각 소속팀을 정규시즌 3위로 이끌었고 플레이오프에서 상위팀들을 연파하며 깜짝 우승을 선사했다. 역대 프로농구에서 정규시즌 3위팀이 정상에 오른 것은 동부(당시 TG)와 KCC, 단 두 팀뿐이다. 단기전에서 골밑을 장악한 김주성과 하승진, 두 루키의 존재감이 절대적이었던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정규시즌 공헌도는 차이가 있다. 김주성은 데뷔 첫해인 2002~2003시즌부터 54게임 전경기에 주전으로 출장하여 평균 36분을 소화하며 팀사정상 수비부담이 많은 파워포워드였음에도 17.0점. 8.7리바운드. 2.2도움. 2.1블록을 기록하며 역대 신인 중 가장 다재다능한 면모를 과시했다. 지금처럼 수비농구가 득세하던 시절이 아니었다는 것도 김주성의 올어라운드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었던 기록에 영향을 미쳤다.

 

반면, 하승진은 2008~2009시즌 초반 서장훈과의 공존실패로 인한 출전시간 제한과 부상 등으로 45경기에 나와 평균 22분 정도를 소화하며 10.4점. 8.2리바운드에 그치며 정규시즌에는 기대에 다소 못미쳤다. 그러나 시즌 후반부터 주전으로 올라서며 플레이오프에서 진가를 발휘하며 결국 팀을 우승까지 이끌었다.

 

이들처럼 두 마리 토끼를 다잡지는 못했지만 역시 적지 않은 존재감을 남긴 신인으로는 서장훈도 빼놓을수 없다. 서장훈은 데뷔 첫해인 1998~1999시즌 25.0점. 14.0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역대 신인 중 최고의 개인성적을 기록했다. 신인을 떠나 토종선수가 20-10 이상을 기록한 것은 서장훈이 유일하며 이후로도 통산 4차례나 20-10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또한 서장훈이 데뷔시즌 기록한 14.0리바운드는 역대 토종선수 최다리바운드라는 기록도 세웠는데 토종선수가 외국인 선수를 제치고 전체 리바운드왕을 차지한 것도 이 해의 서장훈이 유일하다. KBL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1만 득점-5천 리바운드의 대기록은 이때부터 될성부른 떡잎을 예고한 셈이다.

 

그러나 서장훈은 정작 MVP급 성적을 올리고도 신인왕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당시 SK는 8위라는 저조한 성적에 그쳤고 팀내에 또다른 강력한 신인왕 후보인 현주엽의 존재로 인하여 경쟁이 분산되며 두 선수 모두 기록에 비하여 그 영양가 면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을수밖에 없었다. 신인왕은 그해 팀을 플레이오프로 이끈 나래(현 동부) 신기성(12.9점. 4.1도움)에게 내주며 아쉬움을 곱씹어야 했다. 개인성젂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팀성적보다 우위에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2012.01.06 08:20 ⓒ 2012 OhmyNews
농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