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요즈음 사람들은 즐겨 길을 걷는다. 건강을 위해서 걷기도 하지만, 길이란 참 사람들의 사이를 가깝게도 만들어 준다. 누구는 그런 길에서 평생 반려자를 만났다고도 하고, 누구는 그 길에서 오래 전 잊고 지났던 지인을 만나기도 했다고도 한다. 길은 늘 그곳에 그렇게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제주도 '올레길'을 비롯하여, 지리산 '둘레길'. 그리고 각 지자체마다 조성을 해 놓은 많은 길들은 그 이름들이 하나같이 정겹다. 수원시 광교산에서 흐르는 물을 담아두는 곳 광교저수지. 그 저수지를 끼고 자연스런 길이 하나 있다. 길이 약 2km의 '수변산책로'. 그저 뒷짐 지고 걷기에 딱 알맞은 길이다.

 

 

광교쉼터부터 저수지 둑까지

 

수원천의 발원지를 찾아 광교산에 올랐다가 내려오는 길. 저수지를 끼고 조성한 2km 정도의 수변산책로로 접어들었다. 한편은 2012년 1월 1일에 산행을 마친 사람들이 돌아가기 위해 수많은 차들이 빠져나가느라 분주하다. 그런 소음이 싫어 일부러 찾아든 길이다. 쉼터에서 다리를 건너 천천히 수변산책로를 걷기 시작한다.

 

발밑에서 바스락거리며 소리를 내는 겨울 낙엽들이 기분 좋게 만든다. 아직 채 얼지 않은 물에는 오리 떼들이 유영을 하고 있다. 며칠 전 내린 눈이 채 녹지 않았는데, 자연적인 흙을 밟고 걷는다는 것이 즐겁지 아니한가? 요즈음 도심에 사는 사람들은 이런 자연적인 길 하나가 정말로 고맙기까지 하다. 시멘트와 보도블록, 그리고 아스팔트에 절어 사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정말 필요한 길이다.

 

 

바람에 낙엽들이 산 비랑을 굴러 내려온다. 그 소리도 정겹다. 귓불이 얼얼하기는 해도, 일부러 천천히 걸음을 옮겨본다. 이 길에서 더 많은 자연을 호흡하고 싶기 때문이다. 적당히 오르고 내려가면서 걸을 수 있는 수변산책로는,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저수지 쪽으로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있는가 하면, 좁은 산길을 오르는 기분도 느낄 수가 있다.

 

조망과 휴식이 어우러진 길

 

걷다가 보면 중간 중간에 쉴 수 있는 편의시설도 마련되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쳐간다. 이 좋은 길을 걸어가면서 무엇이 그리 바쁜 것일까? 그저 세월을 낚듯 여유를 부릴 수 있음이 행복하다. 가다가보니 앞으로 어디까지 얼마간의 거리가 남아있다는 표지판이 보인다. 그 친절한 마음이 고맙다.

 

 

바람이 다시 불어온다. 지나치는 사람들이 잔뜩 웅크리고 걷는다. 자연이 사람에게 다가오는데, 그것을 마다할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한껏 가슴을 펴본다. 옷깃 사이로 파고드는 임진년 첫날의 겨울바람이 느껴진다. 저수지 건너편 차도를 오고가는 차량들의 경적소리가 조금은 시끄럽다. 하지만 이런 길을 걸어가면서 세상일에 참견을 하고 싶지가 않다.

 

그렇게 천천히 걸으며 이것저것을 카메라에 담다가 보니 어느새 광교저수지의 둑이 보인다. 광교산을 발원지를 찾겠다고 족히 서너 시간을 헤매고 내려왔지만, 그 피로까지 가시게 만든다. 그래서 길을 걷는 것일까? 답사 때와는 또 다른 여유로움이 있어 좋은 길. 광교저수지 수변산책로를 걸으며 자연을 몸으로 느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수원인터넷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수변산책로, #광교저수지, #수원, #광교산, #자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