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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유산인 화성에는 모두 4곳의 각루가 있다. 동문인 창룡문에서 남문인 팔달문 쪽으로 가다 보면 성벽이 갑자기 아래로 굴곡져 내려가는 곳이 있다. 이곳 등성이에 '동남각루'가 자리한다. 팔달문을 지나 팔달산 정상을 향해서 오르면 좌측으로 난 등성이를 따라가는 용도가 나타나고, 그 끝에 화양루라고 부르는 '서남각루'가 자리한다.

 

그리고 다시 성벽을 따라 걷다가 서장대를 지나 서문인 화서문을 향해 가다가 보면 '서북각루'가 자리를 하고 있으며, 북문인 장안문을 지나 동쪽으로 가다가 보면, 북수문인 화홍문을 지나 만나게 되는 '동북각루'인 방화수류정이 있다. 이렇게 4곳에 축조돼 있는 각루는 각기 형태가 다른 것이 특징이다.

 

휴식과 감시를 하는 기능인 각루

 

이 4곳의 각루는 모두 지형적으로 시야가 트인 곳에 자리하고 있다. 각루에선 병사들이 쉴 수도 있고, 주변을 감시한 수도 있다. 비상시에는 각루가 각 방면의 지휘소 역할을 하기도 한다.

 

4곳에 서 있는 각루 중 서남각루와 동북각루는 각각 '화양루'와 '방화수류정'이라 이름을 붙일 정도로, 정자나 누각과 같이 꾸며져 있다. 이렇게 아름답게 쉼터를 꾸며 놓았다는 것도 화성의 자랑이기도 하다. 세계문화유산인 화성은 모든 축조물 하나 하나가 나름대로의 아름다움과 지형과 함께 어우러진다.

 

이 4곳의 각루는 어떤 모습으로 축조가 되어있을까? 지형과 용도에 따라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는 각루에 쉴 수 있는, 옛 장용영의 군사들은 행복했을 것이란 생각이다.

 

 

남수문을 지키는 동남각루

 

2011년 12월 24일 눈이 쌓인 화성을 걸었다. 눈길에서 만난 동남각루는 작은 정자처럼 꾸며져 있다. 돌계단을 올라 누각으로 오를 수 있는 동남각루는 계단 위 입구를 제외한 3면이 판벽으로 막혀있고, 전안이 뚫려있다. 동남각루는 성 안팎으로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곳에 자리한다. 성벽이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위에 자리한 동남각루는 그 밑을 흐르는 수원천의 남수문을 방어하기 위한 곳이다.

 

화성의 사라진 시설물 중 하나인 남수문은 현재 복원 공사 중이다. 그리고 동남각루의 건너편에는 남공심돈이 있었다고 하나, 현재는 남공심돈도 사라졌다. 동남각루의 누각 아래에는 온돌방이 있다. 수직하는 병사들이 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한편으로는 아궁이가 있고, 반대편에는 굴뚝이 서 있다.

 

 

남쪽 능선 끝에 마련한 서남각루

 

2011년 8월 28일 팔달산 위로 올랐다. 그 능선 위에 마련한 서남암문 앞으로 능선을  따라 용도가 마련되어 있다. 팔달산 전체에 걸쳐 성을 쌓지 않고 그 반을 갈라 축성한 화성은 이 용도를 두고 그 끝에 서남각루를 마련하였다. 능선으로 적이 오르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서남암문에서 170m 거리인 용도 끝에 마련한 서남각루에는 화양루라는 편액이 걸려있다. '화'는 화성을 뜻하고 '양'은 남쪽을 뜻하는 이름이다. 서남각루는 정조 20년인 1796년 4월 16일에 공사를 시작하여, 7월 20일에 완공을 하였다. 3개월 정도의 공사기간을 가졌다. 화양루의 규모는 6간인데 남북으로 21척에 동서의 길이는 14척이다. 남쪽으로 2간은 누마루를 깔고 난간을 둘러쳤으며 삼면에는 판문을 내었다.

 

현재 판문의 흔적이 있으나, 문은 달려있지 않다. 북쪽에는 분합을 내고, 분합의 밖으로 4간에는 네모난 벽돌을 깔았다. 서남각루는 화양루라는 이름을 붙일 정도의 아름다운 누각이다.

 

 

누마루 밑에 온돌방을 마련한 서북각루

 

서북각루는 서장대에서 화서문으로 내려가다가 만날 수가 있다. 2004년 8월 24일 화성답사 중 만난 서북각루. 한 여름 더위를 피해 사람들이 누각 위에서 쉬고 있다. 지난해 여름 답사 때는 보수 공사 중이던 서북각루는, 위층은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마련하고 아래층에는 온돌방을 놓았다.

 

동남쪽으로 1간은 청판 아래를 벽돌로 담을 둘러치고, 온돌방을 들였다. 이는 수직하는 군사가 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서북각루도 판문을 설치하였다고 기록에 나타나 있으나, 현재 판문은 보이지 않는다. 문에는 짐승의 얼굴을 그리고 전안을 뚫어 놓았었다고 한다.

 

 

보물 제1909호로 지정된 동북각루

 

동북각루의 별칭은 '방화수류정'이다. 이 말은 '꽃을 찾고 버들을 따라 노닌다'라는 말이다. 그럴 정도로 동북각루는 아름다운 정자다. 독특한 건축미가 돋보이는 방화수류정은 2011년 3월 3일에 보물 제1909호로 지정이 되었다.

 

1794년 10월 19일 완공을 한 방화수류정은 그 아래 용연과 더불어 화성의 건축물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화성의 백미'라고 칭찬을 하는 방화수류정. 2011년 12월 24일, 한 겨울에 만나는 방화수류정은 여름과 달리 또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었다.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그 모습이 달라 보이는 방화수류정은, 주변감시를 하고 군사들이 쉬기도 하는 기능을 함께 갖고 있다.

 

 

화성을 돌아보면서 만나게 되는 4곳의 각루. 저마다 각기 다른 모습으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는 이러한 각루로 인해, 화성은 그 어느 성도 견줄 수가 없는 아름다움을 보이고 있다. 몇 번을 돌아보아도 볼 때마다 달라져 보이는 화성. 그래서 2004년 여름 서북각루에서 만난 어르신은 "화성은 100번을 돌아보아야 그 진정한 가치를 알 수 있지"라고 하셨나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수원인터넷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화성, #세계문화유산, #각루, #수원, #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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