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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표지 그림 '지역신문'이라는 말이 제목에 붙어있지만, 실은 이 책은 언론의 본디를 겨냥하고 잇다.
▲ 책 속표지 그림 '지역신문'이라는 말이 제목에 붙어있지만, 실은 이 책은 언론의 본디를 겨냥하고 잇다.
ⓒ 차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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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세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감시하는 사람'이다. 이는 꽤 오래 기자로 일해 온 필자의 생각이다. 숱한 다른 뜻풀이가 있지만, 도착지점은 결국 한 가지일 듯하다. 언론이나 신문도 이 정의(定義)의 '사람'을 '조직' 또는 '기구'로 바꾸면 그 뜻이 절로 새겨진다.

한 때 정부가 지방의 신문과 기자 대부분을 없애고 정부 발행 증명서를 가진 극소수의 언론과 기자들만 일할 수 있도록 강제한 적이 있다. 기자는 정부의 홍보요원이었다.

당시 지역행정의 난맥과 비능률, 협잡(挾雜)과 횡령은 상식이었다. 온갖 '사바사바'가 세상의 규칙이었다. '상식인'이기 위해서는 칼자루 쥔 '그들'과 함께 사바사바에 나서야 했다. 감시자가 없는 세상은 전두환씨 등이 생각한 '정의사회'와는 거리가 멀었다. 서울과 멀수록 이런 풍경은 더 또렷했다.

세상 바뀌어 이젠 '하고자 하는 뜻'과 몇몇 조건만 갖추면 누구라도 신문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신문도, 기자도 많아졌다. 시 군 단위 각 지역에도 '동네신문' 개념의 신문들이 많다.

그 사바사바의 상식은 이제 황당한 옛 추억(?)이다. 대체로 어디에나 기자가 일하고 있는 지금의 사정도 이런 변화에 힘을 보탰을 터다. 상대적으로 언론의 힘이 미약한 지역에서는 아직 세금이 허투루 쓰이고 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얘기도 된다.

이런 뜬금없는 얘기는 최근 출판된 동료 차성진 기자의 책 <지역신문 편집을 위한 멘토링>(커뮤니케이션북스)을 읽으면서 줄곧 생각한 것이다. <한겨레> 등에서 편집기자로 오래 일한 그는 취재기자로 일한 필자와 언론 경력이 비슷하다. 그 생각 말고도 이런 저런 이유로 그 책의 느낌이 매우 특별했다.
 
물론 이 책에는 신문의 편집(編輯)이라는 다소 기술적인 내용과 고참 편집기자의 풍부한 체험으로 우려낸 전문분야의 지식도 담겨있다. 또 '제목은 얼마나 크게 어떤 활자로, 사진은 어디에 넣는다'는 식의 친절한 지침도 있다. 또 서울의 '잘 나가는' 신문들과는 달리 지역의 여러 신문들이 처한 어려운 상황도 가감(加減) 없이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그 책은 내내 '세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감시하는 조직'으로서의 지역신문의 뜻과 현실을 들려준다. 다 읽고나면 '왜 서울의 아무 아무 신문이 아닌 우리 동네 신문이 필요한지'를 느낄 수 있도록 안내해 주는 것이다. 이 부분은 실은 민주주의의 바탕이다.

세금이 무엇인가? 당신이 뽑은 당신의 대변자에게 당신을 대신해 나라(지방정부) 살림을 잘 하라고 당신의 주머니를 털어 내는 돈이다. 고래심줄보다 더 질기고, 벤츠차 샤넬백보다 더 값진 당신의 돈인 것이다. 기자는 당신 대신 눈을 부라리며, 또는 당신 대신 욕을 먹어가며 이 세금의 가치를 지킨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이해관계가 얽히다보면 이런 단순한 관계의 인식에 혼돈이 오기도 한다. 기관장 입장에서는 까칠한 기자가 밉다. 관청과 사업을 모색하는 이에겐 언론이 걸림돌일 수 있다. 각자가 선 자리에 따라 이해(利害)와 호오(好惡)가 갈리는 것이다.

뉴미디어가 요란하게 일어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그의 책이 걱정하는 지역 언론의 사정이 그만큼 더 어려워지는 것을 의미한다. 큰 자본의 중앙(서울) 언론이 지역 언론의 광고와 구독료(신문값) 까지를 실질적으로 앗아가는 것이다. 더 예쁘고 세련된 신문이나 방송에 시민들이 고개를 돌릴 개연성을 말하는 것이다.

지역 언론에는 눈 위에 서리가 내리는 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지역에도 신문은 있어야 한다. 희망을 가지고 당당하게 신문을 만들어 나갈 방법, 또 그나마 고마운 지역의 독자들을 위한 '좋은 신문 만들기'는 어떤 것이어야 할까. 그 변화의 시도가 쉽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전국 12개 지역신문에서 최근 몇 해 멘토로 경험한 일을 이렇게 꼼꼼하게 기록하고 스스로 평가한 것은 변화를 이끌어 지역신문의 역경(逆境)을 되돌려보고자 하는 의지로 읽힌다. 국내외 어떤 학자나 기자도 접근하지 못한 상황의 경험과 해석, 여기에 우리 시대를 읽어내는 수많은 키워드가 있다. 해결책도 거기서 출발해야 한다.

저자의 뜻처럼, 필자도 고군분투하는 수많은 지역신문과 동료 언론인들을 힘껏 응원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평택시민신문>과 <머니토크쇼>에도 실렸습니다. 필자는 시민사회신문 논설주간이며 경제 관련 새 웹미디어 <머니토크쇼>의 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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