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련미, 경험, 베테랑. 이런 단어들을 스포츠에서 왕왕 들을 수 있다. KBL도 마찬가지다. 특히 요즘 안양 KGC 경기를 보면 그렇다. 젊은 선수들 속에 베테랑 김성철은 플레이로 베테랑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다.  

 

KBL 전체 시즌을 치르다보면 각 팀은 고비가 오기 마련이다. 6라운드 총 54경기가 매번 감독 마음대로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예상치 못한 변수도 많다. 특히 경기 중 부상은 감독이 대처할 수 없는 가장 큰 악재다.   

 

KGC도 이런 고비가 찾아왔다. 지난달 30일 KT와 경기에서 로드니 화이트가 허리 통증을 호소했다. 2주 진단을 받았다. 부상 전까지 화이트는 평균 20.4득점, 8.1리바운드, 1.2블록슛의 준수한 성적을 보여주고 있었다. 결국 KGC는 알렌 위긴스를 대체 외국인 선수로 영입했다. 지난 18일 모비스전까지 6경기를 약속했다. 위긴스는 지난 7일 전주 KCC전에서 첫 출전했다. 

    

 KGC 알렌 위긴스

KGC 알렌 위긴스 ⓒ KBL

하지만 위긴스는 2011시즌 중국 여름 리그 평균 득점 1위(평균 28득점), 리바운드 2위(평균 14.5)에 맞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18일까지 6경기 동안 15.2득점 6.5리바운드에 그쳤다. 나쁘지는 않지만, 화이트가 해준 몫을 생각하면 부족한 성적이다.   

 

KGC는 로드니 화이트가 빠진 공백을 김성철의 활약으로 메우고 있다. 김성철은 '고비 때 한방'으로 KGC의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경기가 막힐 때, 분위기 반전이 필요할 때 베테랑 김성철은 자신의 존재감을 입증하고 있다. 특히 최근 3경기에서 보여준 활약은 우승을 향한 열망을 그대로 보여주는 플레이다.    

 

김성철은 14일 동부전에서 단 2득점에 그쳤다. 하지만 승부를 결정짓는 짜릿한 2득점이었다. 우승을 위해 KGC가 반드시 넘어야 하는 '대어' 동부를 침몰시켰다. 이 상승세를 이어 16일 오리온스전, 18일 모비스전에서는 각각 17득점(3점슛 5개), 23득점(3점슛 6개)을 올렸다. 2경기에서 11개의 3점슛을 성공시키며 평균 성공률 83%는 놀라운 수치다.



 김성철

김성철 ⓒ KBL

올 시즌을 앞두고 KGC와 김성철은 연봉(2억7천), 인센티브(3천)를 포함해 총액 3억 원에 3년 다년 계약을 맺었다. 김성철은 자신을 프랜차이즈 스타로 대접해주는 구단에 보답하고 있다. 이상범 감독이 시즌 전 언론에 말했던 "베테랑들이 해줘야 하는 부분"을 보여주고 있다.  

 

1999년 KGC의 전신인 SBS에 입단한 김성철은 KBL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스타다. 2006~2007시즌부터 2009~2010 시즌까지 4시즌을 인천 전자랜드에서 뛰었지만, 다시 돌아왔다. 1999년 삼성 입단 이후 지난 시즌까지 삼성에서 뛰었던 강혁이 전자랜드로 팀을 옮긴 상황에서, 이 정도면 제일 잘나가는 프랜차이즈 스타다. 

 

선수들 인터뷰에서 가장 듣기 쉬운 말은 "팀을 위한다. 승리가 목표다. 우승 하고 싶다"는 뉘앙스의 말이다. 당연한 말을 자꾸 한다고 할 수 있겠으나, 정말 솔직한 얘기다. 단체 경기 농구에서 팀 승리와 우승이 갖는 시원함과 짜릿함은 가장 우선이다. 함께 동고동락하는 동료와 가장 기쁘게 웃을 수 있는 순간이다. 한 선수를 평가하는데 있어서도 우승 경험은 중요하다. 개인기록으로 뛰어난 선수가 될 수는 있지만, 최고의 선수가 되려면 우승 경험은 필수다.   

 

NBA에서 개인 기록이라면 다 이뤘다고 할 수 있는 르브론 제임스도 우승 경험이 없다. 제임스를 깎아내리려는 타 선수 팬들이 하는 대표적인 소리는 "그래서 제임스가 우승 반지가 있냐?"는 말이다. 개인 기록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NBA스타 존 스탁턴, 칼 말론 등도 결국 우승을 못 해봤다. 말론은 우승을 위해 프랜차이즈 스타 타이틀에 어긋나지만, 선수생활 막바지에 LA 레이커스로 팀을 옮기기도 했다. 하지만 끝내 우승의 짜릿함을 맛보지 못했다. 이런 모습만 보더라도 농구에서 우승이 가지는 프리미엄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있다.

 

 KGC (왼쪽부터) 박찬희, 김태술, 김성철

KGC (왼쪽부터) 박찬희, 김태술, 김성철 ⓒ KBL

올 시즌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KT 전창진 감독은 "KGC가 우승을 해야 프로농구도 발전하고 팬들도 경기장을 많이 찾을 것"이라 말했다. 우승을 경험하지 못한 팀이 리빌딩으로 탄탄한 멤버를 갖췄기에 가능한 립서비스였다. 또한 전창진 감독이 끊임없이 찰스 로드 교체를 주장하는 것도 결국은 플레이오프에서 우승하고 싶다는 게 주된 이유다.   

 

KBL 역사상 우승을 한 번도 하지 못한 팀은 KT, KGC, 전자랜드, LG다. 동부를 1게임 반차이로 바짝 뒤쫓고 있는 KGC가 가장 가능성 있어 보인다. 김성철의 올 해 나이는 36세다. 얼마 남지 않은 선수생활에서 온 첫 우승의 기회를 김성철은 알고 있다. 그리고 플레이로 드러나고 있다. 노련함과 경험을 갖춘 베테랑이 스스로 우승 '희망'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덧붙이는 글 | http://blog.naver.com/komsy

2011.12.19 08:49 ⓒ 2011 OhmyNews
덧붙이는 글 http://blog.naver.com/kom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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