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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선 후 첫 보육시설 방문에 나선 박원순 서울시장이 15일 오후 마포구 상암2지구 10단지내 어린이집들을 방문한 뒤 부모들을 만나 심각한 수준의 보육시설 미비 실태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
 당선 후 첫 보육시설 방문에 나선 박원순 서울시장이 15일 오후 마포구 상암2지구 10단지내 어린이집들을 방문한 뒤 부모들을 만나 심각한 수준의 보육시설 미비 실태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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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을 들으면서, 아니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아이들을 낳으라고 정부가, 국가가 말할 수 있는지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아이 데리고 저 멀리 경기도까지 어린이집을 알아보시고…. 정말 가슴이 아프고요. 보육문제는 제 공약 중 중요한 것입니다. 어머님들 보육과 육아에서 해방시켜드리고, 또 동시에 일자리를 늘리는 중요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5일 오후 서울시내 보육시설 현황을 살펴보기 위해 첫 번째 현장방문에 나섰습니다. 선거기간 그가 줄곧 해오던 경청투어의 일환인데요. 선거 중에는 듣고 쓰기만 했다면, 이제 그는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힘도 갖게 됐습니다. 듣고 말하고 토론하며 정책을 만드는 일종의 '박원순표 현장정책 3종 세트'가 되는 신호탄이 오른 것일까요?

박 시장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노트와 볼펜을 딱 꺼내 메모할 태세를 갖추었습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오진아 마포구의원이 인사말씀을 하시라고 했더니, 손사래를 치며 어머님들 말씀을 다 듣고 마지막에 한말씀 드리겠다고 하더군요.

그는 이날 서울 마포구 상암2지구 주민들과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눴습니다. 주제는 공공보육시설 확대입니다. 오진아 마포구의원에 따르면, 이 지역 1350명의 영유아 어린이 가운데 52%는 강서구와 은평구, 심지어 경기도 고양시까지 어린이집을 찾아 떠나는 현실입니다. 그러니까 이 동네 아이들의 어린이집 수용비율은 48%밖에 안 되는 것입니다. 이 현실을 <오마이뉴스>가 지난 1일 단독 보도했고, 이 보도를 접한 서울시가 문제의 심각성을 느껴 박원순 시장의 현장프로그램을 조직한 것입니다.

"서울에 살면서 경기도까지 아이를 보내야 하나"

 당선 후 첫 보육시설 방문에 나선 박원순 서울시장이 15일 오후 마포구 상암2지구 10단지내 어린이집들을 방문한 뒤 부모들을 만나 심각한 수준의 보육시설 미비 실태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
 당선 후 첫 보육시설 방문에 나선 박원순 서울시장이 15일 오후 마포구 상암2지구 10단지내 어린이집들을 방문한 뒤 부모들을 만나 심각한 수준의 보육시설 미비 실태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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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간담회에는 50여명의 주민들이 참석했습니다. 두 아이를 키우며 회사에 다니는 아빠가 월차를 내고 이 간담회에 참석해 많은 공감을 이뤘습니다. 그 아버님의 이름은 서동원씨입니다. 잠깐 들어보시겠습니다.

"<불만제로>라는 프로그램에서 '유치원 입학 전쟁'을 다루는 것을 봤습니다. 서울시 국공립유치원 비율이 16%예요. 50만 명 중 6만~7만 명밖에 수용을 못합니다. 사설 어린이집 등 10곳에 원서를 넣었다는데, 전형료 6만 원씩 내기도 하고 교육비, 셔틀버스비 따로 받고 월 100만 원이 훌쩍 넘어갑니다. 영어유치원은 만 3세부터 5년간 대개 월 100만 원입니다.

국공립유치원은 월 13만5천 원입니다. 보내고 싶어도 20시간씩 줄서도 당첨이 어렵습니다. 국공립 어린이집이나 병설유치원이 확충돼야 합니다. 기존 시설을 국공립으로 전환해서 아이들이 안전한 보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지켜주셔야 합니다. 휴가 내고 이 자리에 왔습니다."

여섯 살, 네 살 두 아이를 기르는 엄마 박주연씨도 비슷한 얘기를 했습니다. 본인의 사례를 얘기하면서 살짝 울컥하기도 하시더군요.

"밤을 새워 줄을 서서 둘째 아이 유치원에 입학을 시켰습니다. 제가 전날 저녁 7시에 유치원에 앞에 갔는데 저보다 먼저 오신 어머니들이 무려 12명이나 계셨어요. 제가 13번이었습니다. 이 동네는 병설유치원 딱 하나, 1지구에 사설유치원이 딱 하나, 이렇게 하나씩 밖에 없어서 전쟁입니다. 여기 떨어진 분들은 가양동, 연남동, 수색, 은평구, 경기도 고양시까지 알아보느라 정신이 없을 것입니다. 이 동네 살면서 경기도까지 아이들을 보내야 할까요?"

주부 이유라씨의 얘기를 들어볼까요?

"제 경험담입니다. 이 동네 엄마들은 어린이집과 관련해서 똑같은 일을 겪고 있습니다. 이 동네 2800세대 넘게 살고 있고 애들이 1300명이 넘는데, 보육시설이라고는 각 단지에 하나씩밖에 없습니다. 그것도 1층에 40, 50명 수용하는 것이 다예요. 유치원은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하나뿐입니다. SH공사가 많은 세대를 지어놓고 정작 아이들을 맡길 보육시설은 태부족으로 해놓은 것입니다."

마포구청의 공문 묵살한 SH공사와 서울시

 당선 후 첫 보육시설 방문에 나선 박원순 서울시장이 15일 오후 마포구 상암2지구 10단지내 어린이집들을 방문한 뒤 부모들을 만나 심각한 수준의 보육시설 미비 실태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간담회 도중 오진아 마포구의원이 어린이집 수요 부족에 관한 우려를 담은 2006년 마포구청이 SH공사에 보낸 공문 내용을 공개하며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간담회 도중 오진아 마포구의원이 어린이집 수요 부족에 관한 우려를 담은 2006년 마포구청이 SH공사에 보낸 공문 내용을 공개하며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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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이르니 상암동을 지역기반으로 하는 오진아 마포구의원이 폭로에 나섭니다. 2006년 마포구청이 SH공사에 보낸 공문입니다. 이 공문에 따르면, 상암 2지구 택지 개발 당시 임대가구가 70%를 차지하는 동네이기 때문에 당연히 아이들 수가 많을 것이고 기존의 법령 숫자대비로만 어린이집을 지을 경우 분명 수요가 부족하다는 우려가 지적됐음에도 불구하고, 법에 지정된 바대로만 어린이집을 지었다는 것이지요.

마포구청은 당시 이 지역 아파트 가운데 9단지와 10단지에 적어도 70~80명 규모로 큰 보육시설을 지어야 한다고 했고, SH공사가 이런 정도로 보육시설을 지으면 국공립 시설로 전환하겠다고 했는데 결국 이 공문을 서울시와 SH공사가 묵살했다는 것입니다.

보육시설 문제가 심각한 현실로 드러날 것이라는 게 예견되는 상황에서도 SH공사는 묵살하고 법령이 정한 바대로 소규모 필수요건에서만 보육시설을 짓고 '퉁' 쳤다는 것입니다. 탁상행정의 전형인 것인가요?

2006년 공문은 필경 박원순 시장 시절에 작성된 것은 아닙니다. 전임 시장의 몫이지요. 그러나 박 시장은 매우 곤란해 하면서 이런 저런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자고 합니다.

박 시장은 "복지나 보육에 투자하는 게 마치 낭비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며 "그동안의 사업이나 계획을 줄이고 힘이 닿는 한 이런 쪽으로 정책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는 "다만 서울 전역에 걸쳐 모두 다 할 수는 없고, 시간을 두고 하는 수밖에 없다"며 "도시계획위원회 등에서 주로 건축 담당하시는 분들이 건축 타당성만 심의하는데, 이러한 주민들의 삶의 여러 수요와 욕구들이 반영됐는가 따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내년 보육예산, 국비 포함 8000억 원"

 당선후 첫 보육시설 방문에 나선 박원순 서울시장이 15일 오후 마포구 상암2지구 10단지내 한 어린이집을 방문해서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당선후 첫 보육시설 방문에 나선 박원순 서울시장이 15일 오후 마포구 상암2지구 10단지내 한 어린이집을 방문해서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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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시장은 "SH공사와 다음에 업무 점검하면서 지금 이미 공사를 하고 완공한 것은 어떤지 몰라도 새로 시작하거나 앞으로 할 것은 충분히 생각할 것"이라며 "보육시설은 물론 도서관 등도 지금은 사치가 아니기 때문에 아이들이나 주민들에게 평생학습의 단계로 전반적으로 검토해보고, 서울시 전역에 수요조사가 필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예산은 제한돼 있으니까 평생학습에 대한 욕구를 정확히 해서 가장 절박한 곳을 총정리해서 어디부터 할지 결정하겠다"며 "<오마이뉴스>에 이 동네 얘기가 나온 것도 여러분이 말씀을 하셔서 그런 거니까 미처 행정에서 충분히 파악 못한 경우 여러분들이 먼저 요구해 주셔야 확인하고 챙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뉴욕타임스>가 정한 올해의 인물이 '시위자'라는 것까지 언급하면서 문제점을 발견하면 자꾸 얘기해서 바로 고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시민의식까지도 그는 동네 주민들에게 당부했습니다.

끝으로 박 시장은 "내년 보육예산은 지난번보다 훨씬 더 많이 반영돼 있고 국비 포함 8000억 원"이라며 "그것이 어디에 언제 어떻게 쓰일지는 저희들이 자세히 계획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그 욕구와 절박함이 많이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명박정부는 최근 5세 무상보육에서 그칠 게 아니라 0세부터 무상보육을 시행할 것을 검토 중입니다. 무상보육이 현실화 되는 첫걸음은 보통의 시민들이 매일 아침 출근길 맘편히 아이들을 맡길 곳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어느 동네 어느 곳에 살아도 아이들이 걱정없이 따뜻하고 편안한 시설에서 가장 최고의 대우를 받으며 지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복지국가의 출발입니다.

날마다 출근길 발을 동동 구르며 이 어린이집보다 나은 시설은 없을까, 혹시 엄마가 보지 않는 시간에 아이를 벌세우고 구타하지는 않을까, 먹을거리로 장난치지는 않을까, 이런 걱정들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수준의 어린이집들이 도처에 널렸다면 그리고 제대로 된 국공립보육시설을 확대하라고 요구하는 것을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힐난한다면, 그건 국가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가만있자, 그러니 우리는 지금 국가 안에 살고 있는 게 아니라, 난잡한 시장 한복판에 살고 있는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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