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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트비아 예금 인출 사태를 보도한 BBC.
 라트비아 예금 인출 사태를 보도한 BBC.
ⓒ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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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트비아는 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와 함께 발트 3국으로 불린다. 세 나라 모두 1991년 옛 소련으로부터 독립했다. 라트비아는 2004년 유럽연합(EU)에 가입했으며, 인구는 220만 명이 조금 넘는다.

최근 라트비아에 금융 패닉 현상이 발생했다. 은행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우려한 사람들이 돈을 찾기 위해 현금 인출기로 몰려든 것이다. 이처럼 사람들을 몰려들게 만든 것은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진 소문이었다.

<인디펜던트>와 BBC를 종합하면,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는 지난 일요일(11일, 이하 현지 시각)에 시작됐다. 계기는 스웨드뱅크에 관한 소문이 SNS를 타고 퍼진 것이었다. 트위터 등에서는 '스웨드뱅크가 유동성 위기로 파산 직전이다', '스웨덴에서는 스웨드뱅크 현금 지급기가 작동하지 않는다', '에스토니아에서 스웨드뱅크 자금이 고갈됐다'는 등의 소문이 확산됐다. 스웨덴 자본이 소유한 스웨드뱅크는 라트비아 최대 은행이다.

스웨드뱅크와 거래해온 라트비아인들은 불안감에 예금을 찾고자 현금 인출기로 몰렸다. 리가(라트비아 수도)의 스웨드뱅크 현금 인출기 앞에는 긴 줄이 만들어졌다. 월요일(12일)까지 이렇게 몰려든 사람이 1만 명이 넘고, 이들이 인출한 돈은 1000만 라트(1200만 유로, 약 180억 원)에 달한다. 13일, 라트비아에 있는 스웨드뱅크 현금 인출기 298개 중 126개 이상에서 지폐가 고갈될 정도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공포가 급격히 확산된 이유 중 하나는 지난달에 발생한 '라트비아 크라즈방카' 스캔들이다. 라트비아 크라즈방카는 라트비아에서 10번째로 큰 은행이다. 규제 기관은 이 은행이 사기를 쳤다는 증거를 찾아냈다. 이 은행이 청산 절차에 들어가면서, 고객들은 여러 날 동안 돈을 찾을 수 없었다. 이처럼 은행에 문제가 생겨 고객 돈이 묶이는 사건을 얼마 전에 봤기 때문에 라트비아인들이 스웨드뱅크 관련 소문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스웨드뱅크의 라트비아 내 최고 책임자는 SNS를 통해 퍼진 내용이 "터무니없는" 소문이며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한마디로 뜬소문이라는 말이다. 스웨드뱅크 측은 대량 인출 사태로 텅 빈 현금 인출기를 다시 채우고 있다고 밝혔다.

라트비아 경찰은 스웨드뱅크에 관한 뜬소문의 진원지를 추적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라트비아에서 은행 체계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헛소문을 퍼뜨리는 행위는 2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범죄로 간주된다.

지속되는 경기 침체, 떠나는 사람들

이번 일이 벌어진 근원에는 경제 위기로 인한 라트비아인들의 불안감이 놓여 있다. 라트비아 경제는 EU에 가입한 후 몇 년 동안은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2007년에 세계 금융 위기가 터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경제가 위축되면서(라트비아 경제 규모는 2009년에 전년 대비 18% 줄어들었다) 라트비아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과 EU로부터 100억 달러를 빌리는 대가로 공무원 대량 감축 등 강도 높은 긴축 정책을 실행해야 했다.

좋지 않은 경제 상황이 이어지면서 라트비아를 떠나는 사람도 늘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괜찮은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지면서 라트비아를 떠나 다른 나라로 이민 가는 사람이 지난 10년 사이에 크게 늘어났다. 2000년대 초에는 1년에 1만6000명 정도였으나, 최근 3년 동안에는 매년 4만 명 정도가 라트비아를 떠났다는 것.

세계 금융 위기가 발생한 것에 이어 유로존(유럽연합 국가들 중 유로를 사용하는 17개 국가)이 경제 위기를 맞은 것도 라트비아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 라트비아가 유로존 국가는 아니지만 유로존과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신용 평가사인 피치가 13일 라트비아의 신용등급 전망을 낮춘 것도 이러한 점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라트비아에서 금융 패닉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8년에도 라트비아 화폐인 라트를 곧 평가 절하할 것이라는 뜬소문이 돌면서 공포가 빠르게 확산된 적이 있다.


태그:#라트비아, #SNS, #트위터, #경제 위기, #스웨드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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