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기사 보강: 15일 오후 3시 25분]
 

"1000만 원만 대가성인 듯"

하루만에 말 뒤집은 경찰

선관위를 사이버테러한 피의자 공아무개씨의 선배인 박희태 국회의장실 전 수행비서 김아무개씨가 강아무개씨 등 디도스 공격 범인에게 전달한 1억 원의 자금 중 일부가 대가성일 수도 있다고 15일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지난 14일 이 자금이 범죄와는 상관없는 금전거래라고 일축했는데, 이같은 입장을 하루만에 뒤집은 것이다.

 

경찰은 14일 김씨를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거짓말 탐지기로 조사한 결과 이상 반응이 나온 점을 '대가성'의 판단 근거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김씨가 11월에 강씨에게 보낸 9000만 원은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1억 원 중에서 9000만 원을 뺀 1000만 원이 대가성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9일 경찰 수사결과 발표 당시 금전 거래 사실을 알고도 은폐했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으며, '9000만 원'을 대가성이 아니라고 판단한 근거 역시 미약해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10·26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당일 중앙선관위 홈페이지를 디도스(DDos, 분산서비스거부) 공격에 대해 '술김에 저지른 우발적 단독범행'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범인들 사이에 1억 원의 금전거래 사실이 추가로 밝혀지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또 지난 9일 수사결과 발표 이전에 이같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찰의 은폐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조현오 경찰청장이 경찰의 수사 발표문을 막판에 수정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우선 경찰은 지난달 30일 선관위 홈페이지를 직접 해킹한 강아무개씨와 일당을 체포했고 지난 1일 범행을 지시한 혐의로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의 비서 공아무개씨를 체포하면서 수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공씨를 비롯한 피의자들과 참고인들의 진술에만 의존한 경찰의 '축소-부실 수사' 의혹은 계속 제기됐다.

 

이런 상황에서 범인들 사이에 '1억 원의 금전거래'가 있었다는 사실이 추가로 확인된 것이다. 이 자금은 박희태 국회의장의 비서 김아무개씨가 범행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최구식 의원의 비서 공아무개씨와 디도스 공격을 직접 담당한 업체대표 강아무개씨에게 '빌려줬다'는 돈이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가 공씨에게 디도스 공격 전 1000만 원을 전달했고 이 돈은 선거가 끝난 후 5일이 지난 10월 31일 강씨에게 전달돼 업체 직원들에게 급여로 지급됐다. 그리고 지난달 11일 이번에는 직접 김씨가 강씨에게 9000만 원을 입금했고 강씨는 이 가운데 8000만 원을 범행에 연루된 또 다른 피의자 차아무개씨에게 전했다.

 

차씨는 공씨의 고향친구로 강씨 업체의 임원으로 있는데, 그는 이 돈을 대부분 인터넷 도박으로 썼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강씨는 이후 지난달 17일과 26일 5000만 원씩 김씨의 돈을 갚았다. 차씨가 도박으로 날린 돈까지 강씨가 대신 갚았다는 것이다.

 

[의혹 ①] 2백만원 월급받는 비서관, 1억원의 출처는?

 

하지만 황운하 경찰청 수사기획관은 지난 9일 브리핑에서 "공씨와 디도스 공격자들에 대한 계좌, 신용카드, 이메일 및 압수물 분석 결과, 현재까지는 본건과 관련하여 준비자금 또는 대가제공을 확인할 만한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는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도 디도스 공격에 필요한 준비자금을 포착했는지 묻는 질문에 "준비 자금은 필요하지 않은 거 아니냐"며 "평소 준비된 좀비PC로 공격을 했기 때문에 준비자금이 따로 있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때 경찰은 이미 박희태 국회의장의 비서 김씨와 최구식 의원의 비서 공씨, 공격업체 대표 강씨 사이의 자금 흐름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그것이 평소에도 있던 일이 아니라 모두 디도스 공격이 있기 전후에 발생한 거래다.

 

경찰은 금전거래 사실이 언론에 공개된 이후 지난 14일 기자 브리핑에서 뒤늦은 해명을 하면서도 이 돈의 출처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김씨가 모든 거래를 "월급통장으로만 했다, 계좌는 확보했다"며 "개인개좌를 통한 거래여서 대가성 있는 거래로 의심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이자를 받기 위한 투자금 명목이어서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을 것으로 봤다"고 추정했다.

 

그런데 김씨는 국회 8급 비서관으로 200만 원가량의 월급을 받는다. 김씨는 30세로 사회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됐고 박 의장의 비서 이전에는 최구식 의원의 비서를 했다. 그가 1억 원을 어떻게 조성했을까? 경찰은 이 대목에서도 국기를 흔든 사이버테러 피의자와 참고인들의 진술을 신뢰했다. 게다가 수사결과 발표 때에는 이같은 사실조차 언론에 알리지 않았다.

 

[의혹 ②] 8000만원을 도박으로 날렸다고 믿는 경찰, 왜?

 

여기서 김씨의 1억 원 조성 과정뿐 아니라 몇 가지 의혹이 더 제기된다. 먼저 강씨가 돈을 갚은 부분. 1000만 원을 빌려 직원들의 월급을 줘야 하는 상황에 있던 강씨가 돈을 빌린 지 며칠이 지나지도 않아 도박으로 돈을 날린 차씨 몫까지 대신해 1억 원은 갚은 점이다.

 

또 경찰은 강씨에게 들어 간 1억 원 가운데 8000만 원이 과연 차씨에게 넘어가 도박에 쓰였다는 증거를 확보하고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강씨가 직원 급여로 썼다는 1000만 원은 계좌를 통해 쉽게 확인 할 수 있지만 차씨가 썼다는 돈은 인터넷 도박의 폐쇄성으로 자금 추적이 쉽지 않다. 김씨 역시 어떻게 쓰일지 모르는 돈을, 그것도 1억 원에 달하는 거액을 투자 명목으로 빌려줬다는 점에서도 신빙성이 떨어진다.

 

[의혹 ③] 윗선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믿는 경찰, 조사도 필요없다?

 

경찰이 객관적 증거 확보 노력 없이 피의자 진술에만 의존해 수사를 진행한 부분은 또 있다. 지난 9일 황 수사기획관은 범행에 윗선이 개입했거나 공씨가 실행 후 보고를 한 사실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아무에게도 이야기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며 "김씨와는 자주 디도스 공격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이 역시 공씨과 김씨의 진술로만 확인된 사안이다. 그것을 믿고 두 비서관이 보좌하는 박희태 의장이나 최구식 의원, 또는 이들보다 높은 직급의 보좌관들을 조사하지 않았다. 기자들이 납득하기 어려워 재차 질문하자 황 수사기획관은 이렇게 답했다.

 

"만약에 보고를 했다면 공씨에게 그 사실이 전달되지 않겠나? 최구식 의원이나 그 의원실에 공씨 상사에 해당하는 보좌관들이나 어느 누구든 그 같은 사실이 있었느냐 등을 공씨에게 물었을 것이다. 그랬으면 자신의 상사들이 알고 있다는 것을 공씨가 알았어야 하는데, 공씨는 이 같은 사실을 아무에게도 보고하지도 않았고 자신에게 그 같은 사실을 확인하는 사람도 없었다고 진술했다."

 

이에 기자들은 "그것은 공씨의 진술이고 그의 진술을 100%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최구식 의원 등에게 그런 보고를 받았는지를 확인하는 수사를 해야 하지 않았나"라고 재차 질문했다. 그러자 황 수사기획관은 "관련자들이 그 같은 사실을 말한 적이 없다고 하고, 달리 최구식 의원에게 보고됐다는 정황이 없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의원을 조사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이 윗선 개입여부를 조사할 의지가 있었는지 의심되는 지점이다.

 

[의혹 ④] 정두언 비서, 경찰은 왜 그의 신분을 숨겼나

 

경찰 스스로 이번 사건에 대한 의혹을 키운 것은 이뿐이 아니다. 경찰은 사건 전날 박희태 의장의 비서 김씨와 저녁식사를 함께 한 것으로 확인된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의 비서 김아무개씨의 신원을 밝히지 않았다.

 

이날 식사 자리는 박 의장 비서 김씨와 정 의원 비서 김씨, 그리고 공성진 전 한나라당 의원의 비서와 청와대 행정관 박아무개씨가 참석했다. 경찰은 청와대 행정관 박씨가 참석했는데도 다른 참석자들의 신분을 밝히면서 이를 언론보도 뒤에야 공개해 빈축을 산 바 있다.

 

이에 관한 기자들의 추궁에 황 수사기획관은 "박 의장 비서 김씨의 진술을 받는 과정에서 그날 저녁 식사자리에 누가 있었나라고 할 때 정두언 의원의 비서라고 하지 않고 이름만 이야기 했다"며 "김씨가 다음날 데리고 나오겠다고 해서 그가 정 의원의 비서인 줄 몰랐고, 언론에 보도된 이후 확인해 보니 정 의원 비서가 맞았다"라고 설명했다.

 

사건의 배후를 조사하는 경찰이 의심스러운 모임의 참석자를 조사하는데 그 신원조차 확인 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또 청와대 행정관 박씨를 이번 사건 수사 담당인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가 아닌 청와대 인근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조사한 것으로 드러나 제대로 된 조사를 했는지 조차 불분명하다.

 

[의혹 ⑤] 조현오 경찰청장은 '1억 금전거래' 보고 받았나?

 

경찰이 발표한 선관위 디도스 공격 수사결과가 조현오 경찰청장실에서 마지막에 수정됐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15일 "경찰이 마지막 수사 발표를 하면서 조현오 청장실에서 당초에 준비됐던 발표문이 수정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며 "어떤 부분이 어떻게 수정됐는지 밝혀야 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렇듯 석연치 않은 구석이 너무나 많은 경찰의 디도스 수사 결과. 의도했든 아니듯 이번에 확인된 '1억 금전거래'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게다가 국가기관을 집권여당이 공격했고, 이를 수사하는 국가기관이 또 부실수사와 축소 은폐의혹에 휩싸였다.

 

경찰이 수사권 조정을 요구할 만한 자질이 있느냐는 회의적인 여론도 확산되고 있다. 그 정점에 있는 경찰 수뇌부 조현오 경찰청장의 축소발표 개입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태그:#디도스, #한나라당, #청와대, #최구식, #정두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