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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재창당을 요구하고 있는 권영진 의원 등 쇄신파 의원들과 회동하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재창당을 요구하고 있는 권영진 의원 등 쇄신파 의원들과 회동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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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의원의 탈당이 오늘 만남의 씨앗이 됐다고 생각한다."

14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 쇄신파 간 '만족스런 만남'의 내용을 브리핑한 쇄신파 황영철 의원은 하루 전 김성식·정태근 의원의 탈당에 '만남의 씨앗'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박 전 대표는 두 의원의 탈당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했다지만, 이미 늦었다. 탈당계는 제출됐고 두 의원은 자신들의 결정을 돌이킬 의사가 전혀 없었다. 결국 쇄신파와 박 전 대표가 당 쇄신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를 만드는 데에 의원 2명의 탈당이라는 대가를 치른 것이다.

이날 모임의 결과를 접한 한 친박계 의원의 보좌관은 "두 분 의원님들이 평소와 달리 왜 그렇게 성급한 결정을 하셨는지…"라며 아쉬워했다. 김성식·정태근 의원이 행동을 미루고 박 전 대표의 쇄신방안을 이해했더라면 탈당까지는 가지 않았을 거라는 아쉬움의 표현이다.

그러나 이날 나온 '재창당을 뛰어넘는 수준의 개혁'이라는 추상적 문장에 박 전 대표의 쇄신 의지는 나타나 있지만, 그동안 친박계 의원들이 전한 '박심'과도 큰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 '당헌 개정 때 비상대책위원회의 임무와 목적에 재창당을 명시하라'고 요구했던 쇄신파들의 요구사항이 관철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쇄신파 의원들이 회동 결과에 만족감을 표시하는 이유는 뭘까. 가능한 상황은 두 가지다. 먼저, 이날 브리핑대로 쇄신파가 박 전 대표의 쇄신의지를 오해하고 있다가 박 전 대표의 설명을 듣고 오해가 풀린 상황이 하나고, 다른 하나는 쇄신파가 그 뜻을 접고 박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준 경우다. 

만나면 해결될 일인데 공방전에 탈당까지?

이날 만남으로 쌓인 오해가 풀린 경우라면, '박근혜 비대위 체제' 논의과정에서 2명 의원이 탈당한 결과는 한마디로 불통이 낳은 대참사다. 만나서 얘기만 하면 서로 만족스럽게 해결될 일을, 그냥 입 닫고 귀 닫고 있으면서 의원총회 이틀 동안 갈등만 키우다 의원 2명을 잃어버린 것이기 때문이다.

이날 만남에서 박 전 대표는 "(비대위 관련) 의총이 있기 전에는 (쇄신파 의원들과) 연락해서 만나고 전화통화도 했다"고 적극 해명했다. 또 "의총이 열리는 동안 의견교환이 활발하게 이뤄지는데 (제가 쇄신파들의) 전화를 받고 만나서 얘기를 하면 이게 제시하는 것 같이 잘못 오해받을 수도 있어서 의총 기간 동안에는  자제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 가만히 있었다"고도 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우려와는 반대로 의사소통을 하지 않은 결과로 오해가 생겼고, 고조된 갈등은 탈당 결심으로까지 이어졌다.

상황이 이렇다면 박 전 대표를 오해한 건 쇄신파 뿐 아니라 친박계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박 전 대표가 쇄신파와 소통하고 설득하려는 의지가 이처럼 충만하다는 걸 친박계 의원들이 알고 있었다면, 13일 의원총회에서와 같이 같은 당 동료들에게 "나갈테면 나가라"거나 "원래 탈당이 목적 아니었느냐"식의 발언은 하지 않았을 것이고 미리 짠 듯 우르르 나서 '박근혜 전권부여'를 외치며 쇄신파를 압박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두 의원의 탈당 의사가 이전부터 형성돼 있었다고 해도, 탈당 결심을 하게 된 데에는 이날 의원총회 상황이 미친 영향이 크다. 실제 정태근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 도중 잠시 의사당을 나와 담배를 피우면서 "아, 정치하기 힘드네"라고 넋두리를 하면서 절망감을 감추지 못했고, 김성식 의원도 결심을 굳히게 된 계기를 "오늘(13일) 의원총회 내용에서 쇄신 폭을 줄이려는 의도들이 너무나도 명료하게 드러났다"고 설명한 바 있다.

애초 '의지 확인'으로 될 일인데 왜 재창당인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4일 재창당을 요구하고 있는 쇄신파 의원들과 회동을 갖기 앞서 남경필 김세연 의원등과 악수하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4일 재창당을 요구하고 있는 쇄신파 의원들과 회동을 갖기 앞서 남경필 김세연 의원등과 악수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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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신파 의원들은 "당 쇄신에 대한 박 전 대표의 의지를 확인했다"고 했지만 '재창당은 아닌데, 재창당을 뛰어넘는 개혁'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은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 합의도 없는데 갈등이 해결된 모양새가 나왔다는 점에서, 박 전 대표의 쇄신의지에 대한 오해가 풀린 게 아니라 쇄신파가 재창당 요구를 접은 상황일 가능성도 있다.

이런 경우라면 이유는 간단하다. '차마 탈당은 못 하겠어요'다. 이날 박 전 대표는 재창당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미 대세가 박 전 대표와 친박계로 기운 상황에서 쇄신파가 재창당 요구를 끝까지 꺾지 않는다면 김성식·정태근 의원처럼 탈당 수순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날 쇄신파와 박 전 대표와의 만남 내용을 전해들은 김성식·정태근 의원은 탈당 결정을 번복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 의원은 "문제는 암에 걸린 한나라당에 아스피린 정도를 투여하는 것이 아닌 실질적인 암 대수술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14일의 만남으로 쇄신파의 지지를 이끌어내 큰 걸림돌 하나를 치워낸 박근혜 전 대표는 오는 19일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 암에 걸린 한나라당 환자를 수술할 집도의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대표의 쇄신방안이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면, 탈당한 두 의원이 항암제를 아스피린으로 잘못 알았는지, 당에 남은 쇄신파가 아스피린을 항암제로 오인했는지, 이것도 아니면 쇄신파가 집도의의 '수술의지'만 믿고 환자를 맡겼는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태그:#박근혜, #쇄신의지, #쇄신파, #탈당, #아스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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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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