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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한나라당 탈당을 선언한 정태근 의원이 취재진에 둘러싸인채 탈당 결심을 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13일 한나라당 탈당을 선언한 정태근 의원이 취재진에 둘러싸인채 탈당 결심을 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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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 한나라당을 떠나겠다."

김성식 의원의 '조건부 탈당' 발언에 이어 정태근 의원마저 탈당이라는 '폭탄 선언'을 내놓자 한나라당 의원총회장은 크게 술렁였다.

쇄신파의 리더격인 정두언 의원조차 예상치 못했다는 듯 깜짝 놀란 표정으로 두 사람을 만류하기 위해 긴급하게 의원총회장을 빠져 나갔다. "탈당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박근혜 전 대표뿐이다, 박 전 대표가 두 사람의 탈당을 만류해 달라"(안형환 의원)는 요구도 터져나왔다.

결국 의원총회는 중단됐고 황우여 원내대표도 정두언 의원과 친박계 최경환 의원을 원내대표실에서 만나 대책을 논의하는 등 긴박한 상황이 연출됐다.

'탈당' 폭탄에 의원총회 중단... 한나라당 내분 사태 속으로

한나라당 쇄신파의 핵심인 김성식 의원이 13일 의원총회에서 탈당 의사를 밝힌 뒤 굳은 표정으로 국회를 나서고 있다.
 한나라당 쇄신파의 핵심인 김성식 의원이 13일 의원총회에서 탈당 의사를 밝힌 뒤 굳은 표정으로 국회를 나서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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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대표적인 쇄신파인 정태근·김성식 의원의 탈당으로 여권이 분열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당이 극심한 혼돈 속으로 빠져들면서 아직 출범도 하지 못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도 큰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두 의원의 탈당 선언은 쇄신파가 요구해온 재창당이 친박근혜계의 조직적인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동안 쇄신파는 당 해체 후 재창당을 주장해 왔다.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확인된 민심 이반 상황에서 당이 리모델링 수준의 쇄신으로는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당이 참신한 인물을 영입해 중도개혁으로 환골탈태하기 위해서는 기득권 포기가 불가피하다는 게 쇄신파의 판단이었다.

수도권 지역 의원들이 주축이 된 쇄신파에게 이 같은 수준의 당의 변화는 자신들의 정치적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였다.

특히 재창당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과의 관계도 자연스럽게 정리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렸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한 친박계의 생각은 달랐다. 박 전 대표가 전권을 가진 비대위를 통한 당의 전면적 쇄신에 무게를 뒀다. 비대위 활동 시한에 대해서도 총선까지 박 전 대표가 당 운영을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정면 충돌한 친박-쇄신파... 친박계 "박 전 대표가 철거업체 사장이냐" 

결국 이날 의총에서 쇄신파와 친박계는 정면충돌했다. 재창당을 요구하는 쇄신파 의원들이 탈당이라는 배수진을 쳤다는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서도 친박계는 총반격에 나섰다. 이날 의원총회가 시작하자마자 친박계 의원 12명은 잇달아 발언을 신청해 쇄신파를 비판하고 나섰다.

친박계 윤상현 의원은 "당을 결국 해체하자는데 비대위가 무슨 철거용역업체고, 박 전 대표가 철거용역업체 사장이냐"라며 "(쇄신파의 요구는) 박 전 대표에게 철거용역업체 사장을 하다가 물러나라는 것인데 박 전 대표를 신당 개혁 이벤트 모델로 쓰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성헌 의원은 재창당 주장에 대해 "말하기 조심스럽다"면서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법륜 스님이 청와대에서 토크 콘서트를 한다고 하는데 밖에서 당을 만들려고 준비하는 사람을 청와대가 왜 부르냐"며 "또 박세일 교수도 신당을 만드는데 재창당 무산시 한나라당에서 이탈하는 사람들과 연합하려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친박계 의원들도 가세해 비대위원장으로 나설 박 전 대표에게 전권을 주고 당 쇄신 문제를 모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탈당하려면 해보라"는 비아냥도 나와... 쇄신파 결국 탈당 결행

특히 이날 의원총회에서는 쇄신파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의원은 쇄신파를 겨냥해 "탈당 운운하는데 하려면 해보라"고 비꼬았다. 친박계 홍사덕 의원이 "쇄신파에 대한 거친 언사에 대해서는 내가 대신 사과하겠다"고 할 정도였다.

이같은 의원총회 분위기에 대해 정두언 의원은 "어제는 자유 의총, 오늘은 계획 의총"이라며 "자유 의총에서는 재창당이 대세였지만 계획 의총에서는 재창당 불가가 다수였다, 이게 한나라당의 현 주소고 그래서 재창당하자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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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쇄신파의 정태근·김성식 의원이 탈당 카드를 던지면서 한나라당은 '분열'이라는 최악의 상황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두 의원은 "한나라당에서 더 이상 할 일이 없다", "쇄신의 폭을 줄이려는 의도가 너무 분명하게 드러났다", "한나라당이 기득권에 안주하는 모습을 버릴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는 등 강한 절망감을 드러냈다.

'전국위원회 결정을 지켜보겠다'는 한 김성식 의원의 탈당도 시간 문제라는 지적이다. 박 전 대표도 재창당에 부정적인데다 비대위의 역할 등의 문제를 결정한 전국위의장도 친박계가 맡고 있어 전국위에서 쇄신파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따라 두 의원의 탈당을 시작으로 이들과 행보를 같이 하며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는 수도권 쇄신파 의원들의 연쇄 탈당이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권영진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탈당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남경필 의원은 이날 의총에서 두 의원이 탈당 의사를 밝힌 직후 "나도 많이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밝혔다. 정두언 의원도 "재창당이 안 되면 '이대로 같이 갈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의원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탈당파 중도 신당 창당 나서나... 박근혜의 선택 주목

실제 당을 이탈한 쇄신파들이 중도개혁 신당 창당에 나설 수도 있어 여권 발 정계개편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쇄신파의 한 의원은 <오마이뉴스>에 "(탈당에 대해) 마음은 이미 정해졌다"며 "건강한 중도개혁 신당 창당의 씨앗을 뿌리겠다"고 말했다. 

쇄신파의 탈당이 현실화된 만큼 이제 관심은 박근혜 전 대표의 선택에 쏠리고 있다. 쇄신파들의 탈당 사태를 수습할 방책을 가지고 예정대로 비대위원장으로 나설지가 관건이다. 하지만 당 일각에서는 당이 극심한 내분 사태에 빠져든 상황에서 박 전 대표가 비대위원장으로 선뜻 나서기 어렵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쇄신파들은 침묵하고 있는 박 전 대표를 강하게 성토하고 있다. 원희룡 의원은 "당이 이 지경이 되도록 박 전 대표는 의원총회에 모습도 내비치지 않고 있다"며 "박 전 대표에게 쇄신파의 요구를 오해가 없도록 서면으로 작성해 전달하려고 했지만 그것조차 안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탈당을 선언한 정태근·김성식 의원이 마음을 되돌리도록 설득하고 쇄신파와 박 전 대표의 만남을 주선하겠다며 사태 수습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정태근 의원이 박 전 대표가 재창당을 받아들이더라도 "탈당 번복은 없다"고 선을 그은 만큼 양측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분석이다.


태그:#정태근, #김성식, #탈당, #한나라당,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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