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배성재 아나운서가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며 미소짓고 있다.

▲ 배성재 SBS아나운서 9일 오후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배성재 아나운서를 만났다. 2007년 SBS에 입사한 배성재 아나운서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마이클 펠프스가 8관왕을 차지했던 수영 경기 등을 중계하는 기회를 얻었다. 이후 2009년부터 1년 여간 축구 중계 교육을 받은 후, 월드컵·피스컵·컨페더레이션스컵 등의 국제 대회로 캐스터로서의 경험을 쌓았다. 그는 하계 동계 올림픽과 월드컵 등 3대 국제대회를 경험한 최연소 캐스터이기도 하다. ⓒ 이정민


[연관검색어] 배성재 개(그)드립

"'삼손 루니'라고 해도 될 정도로, 머리 심고 플레이가 매우 좋아졌습니다. 이마는 좁아졌지만 활동반경은 매우 넓어졌어요."

언젠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를 중계하던 배성재 아나운서는 웨인 루니의 움직임이 좋아지자 그 근거를 모발이식으로 풍성해진 머리숱에서 찾았다. "오늘 컨디션이 좋은지 잘 뛴다"는 본말에 '깨알 같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곁들이니, 아무것도 아닌 뜀박질에도 유머 코드가 보인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배성재 개(그)드립'이라고 부른다.

배성재(34) SBS 아나운서는 축구 중계석의 캐스터로 더 잘 알려졌다. 2009년부터 컨페더레이션스컵·피스컵·월드컵 등의 국제대회는 물론 프리미어리그와 같은 클럽 경기를 중계하며 경험을 쌓아왔다. 그 중 유머러스한 배성재 캐스터의 진가는 클럽 경기 중계에서 더 제대로 맛볼 수 있다. 과연 어떤 캐스터가 첼시의 거구 선수 루카쿠의 남다른 덩치에 대한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아이유와 '1993년생 동갑'이라고 알려주는 극단적 비교 방법을 사용할 수 있을까. 

 배성재 아나운서가 9일 오후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아나운서로서 경험하고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 "한때 사 모은 안경만 100여개!" "KBS 아카데미 다닐 때, '눈이 작으니까 허전하다'고 '뭐라도 있는 게 낫겠다'고 해서 시력은 좋은데 안경을 썼어요. 안경을 사들이기 시작해서 SBS 입사 후 초반까지 100개 가까이 샀는데, 안경 쓴다고 비주얼로 승부 볼 것도 아니고 해서 '생긴 대로 가자' 싶어 안경을 벗었어요. 근데 요즘은 눈이 좀 나빠졌어요. 사람들을 좀 잘 못 알아보는 건 넘어갈 수 있는데 경기장에서 선수가 희미할 때가 있어 걱정이에요." ⓒ 이정민


"스포츠 경기를 볼 때 인터넷 커뮤니티를 열어놓곤 했어요. 축구나 야구 등을 보면서 커뮤니티 이용자들끼리 글을 올리고 댓글을 다는 그런 유쾌한 문화가 좋아요. 그런 식으로 중계도 좀 재밌게 하고 싶었고요. 물론 제 중계가 너무 가볍다고 생각할 수 있죠. 그런데 스포츠는 즐기는 거잖아요. 어차피 완전한 게 아니니까 진지하고 비장하기만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볼을 놓친 골키퍼를 질책하거나 '괜찮다'고 다독이기보다 커뮤니티에서 흔히 쓰는 말로 '기름손'(실수로 골을 허용한 골키퍼 등의 운동선수에게 붙는 별명)이라고 부르는 거죠."

[연관검색어] 축구와 박문성

배성재의 중계 스타일은 본인이 선호했던 박문성·장지현·서형욱·한준희 등 선수 출신보다 해박한 지식으로 축구 마니아들의 갈증을 충족시켰던 젊은 해설자들로부터 파생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중계 파트너인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프리미어리그 중계가 활성화되던 시절부터 그가 가장 좋아했던 해설자. 배성재는 "월드컵 중계를 함께했던 차범근 위원이 '한국 역사상 최고의 레전드가 나와 소리를 지른다'는 울림을 준다면, 박문성 위원은 마니아들에게 '저런 뒷이야기도 있구나'하는 신선한 감동을 준다"고 설명했다. 

 배성재 아나운서가 9일 오후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아나운서로서 경험하고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 "축구? 동네 축구 수준" SBS에서는 축구 캐스터로 더 잘 알려진 배성재 아나운서에게 중계 말고 실제로도 잘 하느냐고 물었더니 "동네 축구 수준"이라고 답했다. 그는 "군대에서 장군차 운전병을 하는 바람에 다른 사병들과 어울릴 틈이 없어 축구를 많이 못했다"며 "잘 하는 스타일도 아니라 껴주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수영만 7년을 했을 정도로 기초체력은 좋은 편이라고. ⓒ 이정민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막내 아나운서였는데도 운 좋게 깍두기 캐스터로 현장 중계를 할 수 있었어요. 박문성 해설위원과는 그때 친해졌는데, 한국 축구가 조별 예선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박 위원이 할 일이 없어져서 같이 야구나 수영 등의 다른 경기를 함께 보면서 놀았죠."

이후 2009년부터 1년여간 박문성 해설위원에게 축구 중계 교육을 받은 배성재 아나운서는 최기환·김일중·박찬민 등의 선배들과 함께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중계를 맡을 수 있었다. 당시 '차분한 진행'으로 호평을 받았던 배성재 아나운서는 국가 대항 경기를 중계하면서도 크게 흥분하지 않는 편이다. 그렇다고 차분하고 정적이기만 한 중계는 지양하려 한다. 남미 축구 중계를 미래 행보로 삼았다는 그는 "저러다 사람 죽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쉴 새 없이 떠드는 열정에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배성재 아나운서가 9일 오후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아나운서로서 경험하고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한양대학교에서 광고홍보를 전공한 그는 프레젠테이션 능력을 키우기 위해 스피치 학원에 갔다가, 예쁜 여학생을 눈여겨 보고 들어간 반에서 우연히 아나운서 준비를 하게 됐다. 그리고 2005년에 KBS에 입사해 광주 총국에서 근무하다가 2006년에 SBS 공채 14기로 다시 입사했다. ⓒ 이정민


2005년 KBS 공채 31기였던 배성재 아나운서가 2006년 SBS 공채 14기로 다시 입사한 이유는 스포츠 캐스터에 대한 기회 때문이다. 당시 SBS는 올림픽 독점 중계권을 사들여 스포츠를 맡을 아나운서가 필요했고, 배 아나운서의 입사 시기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그리고 이제 축구 전문 캐스터는 그가 평생 하고 싶은 일이 됐다.

"스포츠는 다 좋아해요. 2003년에 돌아가셨지만 스포츠광이었던 아버지와 어렸을 때부터 경기를 함께 보곤 했죠. 아버지는 케이블TV가 없던 시절에도 AFKN으로 미식축구를 보고, 차범근 위원이 독일에서 선수로 뛴 경기를 흑백 테이프로 구해서 보실 정도였어요. 아버지의 스포츠 정신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것 같아요. 저도 드라마나 다른 방송은 못 챙겨보는데 스포츠는 꼭 봐요."

[연관검색어] <배성재의 행복한 아침>

  배성재 아나운서가 9일 오후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아나운서로서 경험하고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 "스포츠 중계와 라디오DJ가 제일 편해요" "중계석과 라디오는 얼굴이 안 나오니까 편해요. TV에 나오는 건 뭔가 꾸며야 하잖아요. 표정도 신경써야 하고. 라디오는 지금 말하는 것처럼 진행하고, 스포츠 중계는 소리를 질러야 하는데 발성의 극과 극을 경험해서 재밌었어요." ⓒ 이정민


스포츠 캐스터만큼이나 본인에게 잘 맞았던 옷으로 배성재 아나운서는 라디오 DJ를 꼽았다. 2007년부터 SBS 파워FM <배성재의 행복한 아침>을 4년간 진행했던 그는 지난달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기까지 오전 5시~7시라는 이른 시간에도 생방송을 고집하며 PD와 함께 코너를 개발하는 등 의욕을 보였다. 그 결과 광고가 하나둘 붙기 시작해 완판된 적도 있다고. 오전 3시 반에 일어나거나 폭설이라도 예고되면 전날 회사에 미리 와서 자야 하는 강행군이었지만, 4년 동안 딱 한 번 7분 지각했다. 

"DJ로 1대 1 소통의 매력을 알아가면서 가장 행복한 4년을 보낸 것 같아요. 워낙 이른 시간대라 '직장 여성 한 명쯤 듣고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청취자랑 대화하듯이 진행을 했어요. 그냥 그들과 함께 깨어 있다는 위로죠. 음악과 인생에 대한 공부를 더 한 후에 청취자를 다시 만날 기회가 다시 찾아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배성재 배성재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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